그리너마켓 돗자리장에 출전하다! 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천주교 의정부 주교좌 성당에서는 제6회 그리너마켓이 열렸다. 아쉽게도 당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1시간 축소 운영된다는 안내를 받았었는데, 장소를 성당 내 강당으로 옮기며 11시부터 16시까지 원래 일정대로 운영되었다. 그리너마켓은 ‘불복종 먼지들’이 개최하였다. ‘불복종 먼지들’은 츄, 뚜뚜, 밍키, 의정부 토박이 청년 세 명이 모여 꾸려 가는 기후 위기 저항 단체이며, 이들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재앙 앞에 순순히 멸종되지 않겠다고 외친다. 그리너마켓은 무해한 오늘을 살아 공존의 내일을 만나는 비건&제로웨이스트 플리마켓이다. 이번 제6회 그리너마켓은 <돗자리장>이라는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이 중고물품을 가지고 나와 판매할 수 있는 공간과 기존의 비건&제로웨이스트 플리마켓이 함께 한다. 평소 ‘불복종 먼지들’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불복종 먼지들’의 sns를 팔로잉 하고 있었고, 돗자리장을 한다는 공지가 업로드되자마자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나를 위한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도 쌓여있는 옷들, 그냥 버리기엔 산 지도 얼마 안 된 거 같고 또 비싸게 샀으며, 나름대로 아끼는 옷 들이었다. (비록 입지 않지만..) 이참에 핑계로 모인 옷 무더기를 모두 가지고 나가보기로 한다. 혼자는 힘들 테니 수입의 30%를 준다는 조건으로 또 특급 샌드위치를 만들어준다는 조건으로 남편과 친한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름 옷 박스부터 겨울옷 박스까지 털털 털어 옷 들을 정리했다. 원래 빈티지 컵들과 조명들 이미 읽은 책들과 아이의 옷을 함께 팔려고 했는데, 돗자리 크기가 최대 크기 150*170cm로 정해져있었다. 정리하며 버린 옷들 ready! 10월 14일 돗자리장이 열리는 날이다. <챈커의 옷장>이라는 나의 가게 이름을 정하여 택배박스를 이용하여 입간판을 만들었다. (챈커는 나의 오랜 별뜻없는 닉네임이다) 우리는 차에 짐을 실어 설레는 마음으로 성당으로 향했다. 실내로 장소가 변경되지 않았다면 오늘 모든 준비가 물거품이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강당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오픈 준비로 분주했다. 우리도 돗자리를 펴고 행거를 조립하여 제법 그럴싸한 형태의 마켓을 오픈했다. 빵과 커피 제로 웨이스트 물건들과 옷들 접시와 컵 문구용품 책 여러 가지 물건들이 나왔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사고 싶은 마음부터 먼저 막 올라왔다. 정말 비우고 싶어서 온 건데, 채울 생각부터 들다니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벌써부터 글러먹었다. 빨리 사야 할 것 같은 물건들이 몇 개 있었다. 그건 바로 스탠드다. 저 곱고 예쁜 스탠드는 반드시 내가 사야만 한다 생각이 들었다. 스탠드는 5만 5천 원이었다. 여차저차 흥정에 성공하여 3만 5천 원까지 깎았는데, 잘못 삐끗하는 바람에 진열된 컵을 두 개나 깼다. 흥정은 실패다. 스탠드를 5만 원에 구매했다. 구매한 스탠드 나의 돗자리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생겼다. 옷이 하나 둘 셋 넷, 동시에 순식간에 팔렸다.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동시에 내가 아끼던 옷들이 다른 사람 손에 들려 가는 것을 보며, 딸 시집보내는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생각도 들었다. 서운함과 시원함..... 그야말로 시원섭섭... 잘 살아야 해... 내 옷은 두세 개 빼고는 다 팔렸다. 몇 개는 어울리는 주변 상인들에게 그냥 주기도 했다. 옷 가격을 책정할 땐 내가 구매했던 가격을 생각하여 나름 타당한 가격을 종이테이프에 기입하여 붙여놨는데, 가격표가 너무 부끄러웠다. 절대 이 가격에 팔 수 없음을 마켓 시작과 동시에 알았다. 3만 원 써놓은 옷은 2만 원에 5천 원 써놓은 모자는 2천 원에 팔았다. 가격을 낮추니 순식간에 옷들은 동이 났다. 모든 물건을 모두 판매해야만 했다. 이 무거운 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지 테트리스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다팔리고 텅텅 빈 돗자리 내가 구매한 것은 티셔츠 하나 셔츠 두 개 바지 하나, 삼배 샤워타월 실리콘 용기, 아기 가위 하나, 색종이, 만들기 세트, 도자기 인센스 홀더, 목걸이 그리고 스탠드였다. 모두 이야기가 있는 물건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내게 인연이 닿았다.이야말로 어느 것에 비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이라 생각한다. 물건을 재생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처음에 재생의 기쁨을 맛본 건 이사 온 집에 버려져있던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서다. 가스레인지를 사려고 했는데 이사 간 사람이 버리고 간 가스레인지가 구석에 있었다. 가스 업체를 불러 설치를 했는데 2구 중 한쪽의 불이 안 나왔다. 가스레인지 업체에 a/s를 신청했고, 출장비 1만 5천 원만 내고 고쳤다. 그리고 지금 4년째 아주 잘 쓰고 있다. 물건을 아끼고 사랑할 때 내가 더 소중해진다. 오래된 스테인리스 주전자와 엄마가 쓰던 압력밥솥을 물려받아 꼼꼼하게 세척하며 이 물건과 나와의 인연은 더 진해짐을 느낀다. 그에비해 새로 구매 한 물건에는 대단한 사랑이 생기기란 쉽지 않다.그리너 마켓에 나온 누군가가 쓰던물건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번 돗자리장을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샀고, 나의 이야기를 팔았다. 다음 챕터는 다음 주인이 쓰게 될 것이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음에 돗자리장에 또 참여하게 된다면, 그때는 <챈커의 만물상>으로 집안의 잡동사니를 꺼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