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마루, 음악공연으로 가을을 듣다 공간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을 발산한다. 주인의 손길을 탄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물론, 그 안을 채우는 다양한 이벤트가 그것을 말해준다. 특히 주인의 마음을 함축하듯 정성을 쏟아놓은 공간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힐링을 선사한다. 의정부의 화차마루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의정부와 다른 지역을 잇는 만가대 교차로에 있는 화차마루는 꽃집과 찻집을 병행하는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로 정기적인 음악공연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 활동의 가교역할을 하며 힐링을 전하고 있다. 가을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10월의 마지막 날, 화차마루에서는 정기 음악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음악회가 중단된지 3년 만에 사이공간 사업을 통해 재개된 것이다. 지난달 열린 첫 공연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음악회를 장식했다. 두 번째 음악회가 열린 이 날은 대중가요를 주제로 공연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을 펼친 주인공은 ‘가능동 밴드’다. 가능동 밴드는 임금주(보컬)를 필두로 조환석(드럼), 강성묵(첼로), 심태용(기타) 등이 모인 이색적인 구성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밴드다. 이들은 2018년 싱글 앨범 ‘장미’로 데뷔하여 JTBC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 5’와 ‘슈퍼밴드’까지 섭렵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거리공연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실력 있는 그룹이다. ‘가능동 밴드’라는 밴드명은 멤버들이 사는 의정부의 동네 이름에서 따온 것이어서, 의정부 시민들에게는 이웃을 만나는 듯한 친근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화차마루에서는 공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이들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경 공간지기의 인사와 안내로 가능동 밴드가 등장하여 SG워너비의 ‘라라라’를 시작으로 공연의 막을 올렸다. 가창력이 돋보이는 보컬을 선두로 견고한 연주력과 끈끈한 호흡이 어우러져, 첫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며 환호를 끌어냈다.이어 보컬 임금주의 감미롭고 시원한 가창력으로 ▲잊혀진 계절(이용) ▲붉은 노을(이문세) ▲잘못된 만남(김건모) ▲Wake me up(아비치) 등 관객들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춘 여러 가수의 히트곡을 선보이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드럼, 첼로, 기타 등 연주자들의 섬세하고 파워풀한 단독 연주는 관객들에게 전율과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손뼉만 치던 관객들도 어느덧 일어서거나 손을 흔들며 가능동 밴드와 함께 호흡을 맞춰나갔다.“삶에 지치고 힘든 분들을 위해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가능동 밴드는 그들의 노래인 ‘데이트’를 끝으로 관객과 인사를 나눴다.“앙코르, 앙코르!”앙코르가 울려 퍼졌다. 앙코르곡을 마치고도 또다시 객석에서 앙코르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관객들은 화차마루의 음악회를 열정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화차마루 이미경 공간지기 이미경 공간지기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즐거운 공연이었고, 이러한 공연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주신 문화재단에 감사한다”면서 “쉼이 필요한 이들에게 화차마루가 편안한 공간으로 공유되며 더욱 많은 사람에게 음악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경 공간지기는 11월과 12월 사이,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할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음 공연 역시 전문 음악인들의 공연으로 누구나 무료로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우리는 자연을 통해 제철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화차마루에서는 매달 열리는 음악회로 우리에게 제철을 알리고 그 삶을 누리게 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이곳의 겨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