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다헌, 자신에게 대접할 밥을 짓다

담다헌, 자신에게 대접할 밥을 짓다 정성이 담긴 음식은 그 특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먹으면 입가의 미소가 온몸에 퍼지며 몸에 온기를 불어넣고, 음식에 깃든 정성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서는 일상을 사는 우리의 기억 속에 추억과 그리움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여기 그러한 기억을 따라 자기만의 추억과 조리법으로 정성스레 밥을 짓는 곳이 있다.화려한 단풍이 가득한 수락산을 배경으로 자연에 둘러싸인 담다헌이 바로 그곳이다. 담다헌 박경애 공간지기 ‘즐기고 배울 것이 많은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담다헌은 전통음식에 대한 많은 경험과 활동이 축적된 곳이다. 사람이 사는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귀한 일이며, 식문화는 모든 문화를 주도한다고 전하는 떡 현장 출신 1호 박사인 박경애 명장이 30년 한식 내공을 펼쳐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이곳에서 펼쳐지는 '한식, 밥의 인문학'은 한국인에게 가장 귀한 먹거리인 밥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우리의 삶과 연결지어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되었다.지난 9월 9일, 참여자 각자에게 밥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활동을 시작으로, 2회차인 9월 16일에는 의정부 회룡쌀로 밥을 지어 나누어 먹고 각자 짓고 싶은 밥을 구상하여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3회차에서는 구상한 밥을 연습 삼아 직접 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10월 28일 4회차 모임을 가진 이날에는 지난 회에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여 본격적으로 원하는 레시피를 완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료 준비가 한창인 담다헌은 여기저기 칼질하는 소리와 밥짓는 냄새가 가득하다. 참여자들은 지난 회에 미흡했던 부분을 되짚어 보며 각자의 레시피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 앞에서 끓고 있는 냄비와 솥은 모양과 크기도 다양하다. 어떤 참가자는 1인용 크기이고, 다른 참여자는 여럿이 먹고도 남는 큰 냄비다. 이는 참여자 각자가 준비한 냄비로 원하는 양의 밥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계획한 레시피의 식재료와 그 외 필요한 기구는 모두 담다헌에서 제공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담다헌에서 직접 만든 약과와 유과 및 건강식이 간식으로 제공되고 있었다.쌀이라는 주재료로 밥을 짓지만, 참여자 8명의 레시피는 모두 다르다. 자신이 구상한 레시피대로 불리고, 다듬고, 썰고, 볶고, 찌는 과정을 거치며 손이 쉴 틈이 없지만 자신에게 대접할 밥을 짓는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서로의 밥이 잘 되고 있는지 안부를 물으며 분주한 와중에도 화기애애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매회 밥을 나누어 먹어서 그런지 금방 친해졌어요”라고 말하는 참여자들.밥이 타지 않게 코를 바짝 세우고 서로의 밥솥 경비를 서주며, 서로의 밥에 대한 기대와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고충엽 씨의 팥밥 목사인 고충엽 씨는 어릴 적 생일마다 어머니가 해주신 '팥밥'을 준비했다. 어머니가 해주신 팥밥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다는 고충엽 씨는 밥에 늘 붉은색이 돌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팥을 따로 삶아 밥을 지으라는 박경애 공간지기의 조언에 따라 오늘도 팥밥에 도전했다. 흰 눈 같은 쌀밥에 발자국이 찍히듯 고르게 팥이 박힌 팥밥, 어머니가 해주시던 팥밥이 비로소 완성됐다. "바로 이거예요!"라며 팥밥을 바라보는 고충엽 씨의 눈에서 그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김은정 씨의 콩나물밥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콩나물로 밥을 짓는 김은정 씨는 “기본에 충실하고 싶다”며 밥에 넣을 참기름 향이 가득한 양념장을 열심히 만들었다. 그녀와 함께 참여한 그녀의 언니 김기영 씨는 꽁보리밥과 직접 담근 열무김치로 기대를 한껏 모았다.가장 큰 냄비를 갖고 온 이봉순 씨는 예전에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닭 육수로 지은 찰밥을 잊지 못한다며, 그 맛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밥을 지었다. 전 시간에 쌀을 불려서 지으니 질었다는 봉순 씨는 이번에는 닭 육수에 쌀을 씻어 바로 밥을 안쳤다. 늘 그녀의 기억 언저리에만 있던 닭 육수를 활용한 영양 찰밥이 닭 육수 향을 잔잔히 풍기며 담다헌에서 맛있게 지어지고 있었다. 나물 비빔밥을 선보일 이순옥 씨는 갖가지 재료를 다듬고 썰고 따로 볶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곤드레나물밥을 하는 김미숙(좌), 송혜순(우) 씨 그 옆에 송혜순 씨와 김미숙 씨는 곤드레나물을 주재료로, 혜순 씨는 기본에 충실한 곤드레밥을, 미숙 씨는 고기와 연근을 섞은 곤드레밥을 준비했다.박경애 공간지기는 참여자들의 밥이 지어지는 동안 테이블 사이사이를 다니며 각 식자재의 정보와 그 영양성분과 효능은 물론 각각에 맞는 약선음식 정보도 재밌는 입담을 더해 전해주고 있었다. 약선음식으로 석사과정을 밟았다는 박경애 공간지기는 “자신에게 맞는 약선음식으로 건강뿐 아니라 성격까지 변화될 수 있다”면서 음식에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드디어 밥이 완성됐다. 한 사람씩 인원수대로 자신이 지은 밥을 퍼서 서로에게 한 그릇씩 나눠주었다. 첫 번째는 닭 육수를 활용한 영양 찰밥이다. 닭 육수와 밤, 대추 등 여러 고명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밥만 먹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건강식이 완성됐다. 박경애 공간지기가 담근 미나리 갓김치 박경애 공간지기가 담근 갓김치는 영양 찰밥의 맛을 더해주었다. “명장이 만든 김치는 역시!”라며 참여자들은 박경애 명장의 손맛에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로는 연근 곤드레밥이다. 밥 속의 아삭아삭 씹히는 연근이 색다른 식감을 선사했다. 여기저기서 배부르다며, 밥을 먹고 오면 안 됐다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순옥 씨의 비빔밥 세 번째는 이순옥 씨의 비빔밥이다. 흰밥에 무지개처럼 놓인 채소를 올리고 고기 고명을 얹어 간장 양념으로 쓱쓱 비볐다. 세 그릇째인데도 여기저기서 그 정성만큼이나 맛있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 김기영 씨의 꽁보리밥과 열무김치 네 번째는 꽁보리밥이었다. 더는 못 먹는다고 하던 사람들도 벌떡 일어나 슬금슬금 꽁보리밥이 있는 테이블에 서게 했다. 양푼에 넣은 꽁보리밥에 열무김치를 올려 쓱쓱 비벼 입속에 넣으니 보리가 톡톡 터진다. “가난해서 꽁보리밥을 먹었지만, 웰빙으로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 꽁보리밥이 결코 나쁜 건 아니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참여자들 사이에서 꽁보리밥에 얽힌 여러 추억과 이야기가 오고 갔다. 참여자들이 레시피를 적고 있다. 참여자들은 요리 과정을 토대로 레시피를 꼼꼼히 적으며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했다. 담다헌에서는 이들이 만든 레시피를 모아 추후 레시피북을 제작할 계획이다.참여자들이 레시피를 쓰는 동안 박경애 공간지기는 반찬으로 내었던 갓김치 김치통을 가져와 참여자들에게 가지고 가라며 내주었다. 참여자들에 의하면 박경애 공간지기는 매 모임 때마다 참여자들을 빈손으로 보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새 사라진 박경애 공간지기는 이번에는 뒤쪽 창고에서 백김치 통을 들고 와 참여자들에게 한 포기씩 나누어 줬다.“음식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가축과 채소가 병이 들어 식재료값이 상승한데다 패스트푸드로 간단하고 손쉽게 먹거리를 해결하는 문화가 일상이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박경애 공간지기는 “오늘 우리가 밥 하나로 이렇게 즐거웠던 것처럼 정성스럽게 지은 밥 한 끼가 우리 가족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라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손수 밥 한 끼를 해 먹기 위해서는 먹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수고로움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담다헌을 나서는 참여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은 헤픈 낭비가 아니라 나를 채워가는 시간임을.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이 이곳 담다헌에서 삶을 건강하게 이어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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