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있되 변함없기를추억 전시 두껍아 작품줄게 추억다오! 백만원실험실 “두껍아! 작품줄게 추억다오!”를 이끈 박은실, 조효영 실험지기는 캘리그래피 배움을 계기로 만난 사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에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중히 여기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박은실 실험지기는 재능을 나누며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원했고, 조효영 실험지기는 이웃들과 교감하는 교류를 바랐다. 매개가 될 물건과 추억에 주목했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백만원실험실을 준비했다. 지난 9월 박은실 실험지기는 카페닮 인스타그램(@cafedarm)을 통해서 추억이 깃든 물건과 사연을 나눌 의정부 시민 일곱 명을 모았다. 카페닮은 박은실 실험지기가 공방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직접 먹거리와 마실 거리를 만들어 손님께 내는 카페 공간이다.누군가한테 받은 돌멩이, 어머니 사진, 부모님 사진, 아기들 탯줄, 반지, 오래된 액자, 미트와 대표선수 배지, 자전거가 모여들어, 원래 모집하려던 인원은 일곱이었지만 추억의 물건을 작품으로 돌려받아 보관하게 될 최종 실험실 참여자는 여덟 명이 되었다. 박은실 실험지기는 개인 추억을 공유하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고 했다. 사적인 이야기를 나눠 주신만큼 캘리그래피와 섬세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보이기 위한 고민을 했다. 물건에 얽힌 사연을 모으는 작업도 공들여 진행했다. 두 실험지기가 택한 방법은 인터뷰였다. 질문지를 준비해서 신청자 여덟 명에게 한 사람 당 두 시간에 걸쳐 사연, 의도, 구상 여부 등 최대한 자세히 물어보는 과정을 거쳤다. 물건과 함께 보관하려는 콘텐츠가 추억이기 때문에 보관에 관한 생각도 필요했다. 보관 방법과 장소에 관한 의견도 여러 가지로 다루어야 했다. A3 사이즈 캔버스 또는 A4 사이즈 관액자에 신청자가 맡긴 물건과 캘리그래피 디자인을 앉히기로 결정했다. 결과물을 실험실에 신청한 참여자들에게 선보이는 작은 전시를 카페닮 공간 한 쪽에 꾸렸다. 11월 29일 가능동 카페닮. 창밖으로 눈발이 곱게 내리는 오후 네 시, 발걸음한 참여자들도 작품 실물이 궁금했지만 실험지기들 역시 자리해준 참여자들이 작품을 확인하고 나면 어떤 마음일지 궁금했을 것이다. 참여자들은 이 날을 기다리는 자체가 추억이었다고 먼저 소감을 밝혔다. 박은실 실험지기는 참여자들에게 작품이 의도에 맞게 완성되었는지 묻기도 했다. 이선영 참여자는 세 아이 엄마로, 탯줄을 실험지기에게 냈었다. 캐리커처로 표현한 아이들 셋 다 표정이 살아있어서 감동이었다고 대답했다. 윤미경 신청자는 40년간 하던 일을 그만 두신 어머님께 기념이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 딸과 함께 착석하셔서 내내 조용히 앉아 계시던 어머님은 귀가하시기 직전 일어나 “너무 마음에 들어요!” 큰소리로 인사하고 가셨다. 크기와 미트로 제일 먼저 시선을 끌었던 작품 주인공은 전지영 님이었다. 태권도를 훈련하러 나가기 어려웠던 코로나19 기간, 집에서 아버지가 미트, 매트리스를 동원하여 대표선수 선발 연습을 도와주었고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이 사연을 작품화하는 과정에서 박은실 실험지기는 대표선수 배지를 보다 의미 있게 담기 위해 전체 구상을 완성했다가 바꿔서 다시 작업하기도 했다.16년 간직해온 사진액자를 제출했던 백정미 참여자는 실험지기와 인터뷰할 때 추억 여행하며 눈물까지 쏙 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참여자들에게도 두 실험지기에게도 이 백만원실험실 프로젝트 키워드는 추억이었다. 조효영 실험지기는 백만원실험실 참여 자체가 추억이자 도전, 더하여 ‘더 나은 나’로 나아간 과정이라고 했다. 다른 프로젝트 기회가 주어지면 해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새 바깥에서 내리던 눈이 멎어 있었다. 공간에 가득한 캘리그래피 문구를 한 번 더 휘휘 둘러보다 눈길이 멎은 문구는 ‘변화는 있되 변함없기를’ 이었다. 변함없는 것과 변함없길 바라는 것을 헤아려 보길 권한다. 겨울 저녁을 따뜻하게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좌) 조효영 (우)박은실 실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