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좌)응답하라 의정부, (우)뉴시스의정부는 시대 상황에 대응하는 도시계획으로 빠르게 성장한 도시이다. 1990년대 이후 경기 북부권의 안보 여건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의정부는 수도권 인구의 중요한 택지 공급원으로 급부상했다. 이때 도시 개발 사업을 위해 관련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의정부는 대대적인 도시개조를 경험하게 된다. ⓒ정명수 실험지기이무렵 의정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도시의 변화와 함께 성장해온 탓에 다 자란 후에야 그 변화를 확연히 실감하게 된다. 백만원실험실 <1991년생, 이공이삼 다시금 의정부로>는 의정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91년생 연출자 정명수 실험지기와 그의 배우 친구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의정부에서 가장 많이 변화한 장소를 직접 다니며 의정부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도시의 변화상을 짐작하게 한다. ⓒ정명수 실험지기등장인물 소개강보민(91년생) 학창시절 의정부에 잠깐 거주했다. 연출자와는 학창시절 서로 다른 팀에서 축구를 하며 친해졌다. 생업을 위해 고등학교 입학 전 의정부를 떠났다가 이번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방문하게 된다.정진화(91년생)학창 시절 전학을 자주 다녔다. 의정부에서 연출자와 같이 경민공고를 다니다가 얼마못가 전학을 갔다. 행복로가 차 없는 거리가 되기 전, 등굣길에 같은 버스를 타고 행복로를 지나곤 했다. 의정부의 변화된 모습에 상당히 놀란다.박서윤(99년생) 의정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에 남아있는 자료를 통해 도시의 변화상을 알게 되었다. 연출자 그리고 다른 두 배우를 통해 의정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아가게 된다. 작품 속 중심인물이자 스토리텔러인 ‘91년생’은 올해 만 나이 서른두 살로 MZ세대에 속한다. 이들이 들려주는 과거 회상은 윗세대의 그것과는 또 다른 인상으로 다가온다. 삶의 터전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세월의 무상함이 기성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의정부의 변화를 직접 겪은 당사자들이 배우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연출자는 프레임 밖에서 내레이션으로 배우들과 상호작용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편안한 대화에 참여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정명수 실험지기이 날 촬영에서 연출자와 세 명의 배우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유쾌한 수다를 이어가며 의정부 곳곳을 누볐다. 세월과 함께 사라진 도시의 과거상들은 이들의 대화 속에서만 살아 숨쉬고 있었다. 지나간 시간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오랜 친구들이 멀리서 다시 의정부를 찾아준 것도, 하필 그 친구들이 '배우'가 되어서 함께 영상작업을 할 수 있었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정명수님이기에 가능했던 실험이 아니었을까 싶다.만약 10년 뒤 '1991년생, 삼공이삼 다시금 의정부로' 를 찍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공이상, 오공이삼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작업의 의미는 단지 10년씩의 세월을 보탰다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시민과 함께 성장해온 이 도시를 새롭게 감각할 수 있길 바라본다.ⓒ정명수 실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