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임을 붙잡는 응시2023 나의 창작노트 성민희 우리는 고민했다. 콜라보 Collaboration 란 무엇일까. 어쩌면 서로 다른 맥락에 내재하는 이질성이 상호 관계를 맺는 순간 나타나는 현상, 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성민희 X 조현준 전시 “기억과 추억 명멸하는 빛과 언어” 작가노트에서성민희는 형태가 잡히지 않는 반짝임을 붙잡아 평면에 출력하는 디지털드로잉 아티스트이자 문화도시 의정부 BI “부댕이”를 만든 디자이너다. 그리고 자유로운 드로잉 언어와 디자인 세계에서 약속된 언어, 언뜻 상반되어 보이는 양쪽 언어를 능란하게 오가는 이종문화 독해자이기도 하다. 성민희의 시리즈는 콜라보가 두 가지 층위로 배치되어 있다. 하나는 “자개/민화”의 콜라보로, 전자는 공예적인 반면 후자는 회화적이라는 차이를 결합하는 실험이다. 다른 한 층위는 “디지털 드로잉/핸드드로잉”의 결합으로, 이미지의 과거와 미래 사이 관계에 관한 실험이다. 이러한 다중적 결합을 통해 전통적 한국 표현 형식으로 다양한 세계 문화 이미지를 표현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성민희 X 조현준 전시 “기억과 추억 명멸하는 빛과 언어” 작가노트에서 정의하기 조심스러운 작가 성민희는 2023 나의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며 터키 캘리그라피, 포르투갈 타일, 단청, 색채심리 등등 배움의 콜라보 과정 역시 기록해 나가고 있다.보다, 여행자의 반짝임을 “나의 창작노트”는 창작자의 "과정" 을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작업 과정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실제 자개를 쓴 아날로그 작업물은 ‘6월의 리스본’, ‘한여름 밤의 서울’, ‘별이 빛나는 암스테르담’ 이렇게 세 점으로 자개 장인에게 의뢰를 드려서 완성이 됐고요, 주로 디지털드로잉을 출력하는 작업을 했어요. 다만, 제작 특성 상 판화처럼 계속 출력이 가능하지마는 수량 제한을 뒀어요. 아직 한국에서는 디지털드로잉을 다른 예술 작품과 동등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민화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한 작품들 같은 경우 민화 부분은 실제로 그려서 스캔을 뜬 다음 그래픽 작업과 합치고요. 자개 작업은 지금은 손을 놓고 있답니다. 출근하듯 작업하는 분들도 봤는데 저는 타임라인을 세워서 진행하는 방식은 아니에요. 몰아서 작업을 많이 했어요. ‘이거 지금 그려야해’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일관성 있게 자개를 쓰면서도 다양하게, 정확하게 건축과 풍경을 구현하시는 것 같아요. “같은 재료 다른 느낌” 이랄까. 그 장소에 가서 보고 느꼈던 그 감정과 분위기가 표현될 때까지 질감과 색감을 바꿔가며 작업해요. “모란 가득 왓아룬” 작품은 태국 방콕 왓아룬 사원을 배경으로 하는데, 밤에 화려한 관광지거든요. 모란꽃에도 화려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더해지면 좋겠다 생각해서 완성했는데 많이들 좋아해주셨어요. © 성민희 인스타그램(@minicastle0303)에서 여행을 반짝임이라고 간략히 쓰신 것을 보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여행을 가기로 하면 그 설레는 순간부터, 여행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사람이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여행하는 감정의 각각 다른 형태를 일종의 반짝임과 같다고 봤어요. 물론 여행하며 만나는 반짝이는 순간들도 있죠. 여행자뿐만 아니라 건축물도 반짝이죠. 터키 모스크는 화려한데 보석 같이 번쩍번쩍한 화려함은 아니에요. 빛이랑 만나 반짝이는 화려함, 그건 여행하는 사람들이 발산하는 아우라랑 닮았죠. 제가 자개를 선택한 이유도 그 반짝임과 닮아서예요. 빛에 따라서 색색이 반짝이고, 실제로 보면 은은하거든요. “응시” 연작은 또 자개 디지털드로잉들과 완전히 느낌이 달라요. 리스본을 여행할 당시 묵었던 숙소에 고양이가 있었어요. 그 고양이를 한 달 동안 보살피며 보고 있다가 주인공을 삼았죠. 고양이가 밖을 보는 응시, 제가 고양이를 보는 시선, 이 작품을 보는 이들의 응시, 여러 시선이 중첩되죠. 제가 포르투갈 타일 수업을 들으며 “나의 창작노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응시 연작은 양식과 구성에서 포르투갈 타일과 연계되어요. 전체와 부분, 중간 중간 섞인 그림들, 구성을 통해 다양한 감상이 가능해요. (하단) 사진 제공 : 성민희기록하는 방법,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영감을 얻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여행 다니면서 사진으로 많이 찍어둬요. 여행을 다닐 땐 많이 걷고, 남들이 안 가는 데도 가보려고 하고요. 손 놓고 쉴 때 영감을 더 받기도 해요. 읽다, 클라이언트의 머릿속을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디자인을 전공하진 않았어요.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다루는 동아리를 했었고, 축제 때 작품 발표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고, 그렇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디자인이라는 분야와 미술 작업의 매력은 각각 다를 텐데요. 디자인의 매력은, 예를 들어 포스터라고 하면, 규격과 제약은 똑같은데 안에 들어가는 내용과 퀄리티는 천차만별이 된다는 것. 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냥 예쁜 디자인, 유행하는 디자인은 안 좋아해요.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콘셉트와 의도, 클라이언트 머릿속에 있는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디자인을 하거든요. 그렇게 작업하다 보면 ‘재미있는데?’ 생각이 드는 때가 있어요. 어려워도 그게 매력이지만 또 하다보면 ‘내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겨서 다른 작업도 하게 되고. 제 작업은 제 마음대로 하니까 이것대로 더 편한 매력이 있고.재미를 중시하시는 군요. 작업하는 나, 일하는 나가 아닌 나 성민희는 어떤 사람일까요? 나를 정의하긴 어렵지만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는 말할 수 있어요. 열린 사고, 재미, 지금을 살자. 전에는 그것들을 추구하며 살지 않았던 사람이었어요. 내려놓음을 경험해야 사람이 바뀌는데 저는 여행을 계기로 여러 가지를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문화도시의정부 BI 부댕이가 탄생한 사연을 들려주세요. 부댕이라는 이름은 최초 콘셉트인 “부대끼며 살아요”에서 온 것도 있고 중의적으로 부대찌개를 연상시키기도 해요. 처음 단계에서는 부댕이들 사이사이 여백이 있었는데, 지금 단계에서 보시면 틀 안에서 빈틈없이 붙어있어요. 틀이 중요해요. 통통 튀어 다니는 성향인 아이들을 틀에 가두어서 “부대끼는” 느낌이 살아나거든요? 떨어져있으면 안 되는, 다 같이 의정부 안에서 부대끼며 사는 아이들이라서요. 클라이언트의 머릿속을 독해하는 업 때문일까, 인터뷰이로서 대답하는 성민희는 질문의 행간마저 탁월하게 읽는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여행, 사람, 이미지, 정보와 질문, 그 어떤 인풋이든지 보고 읽어내는 속도와 근육이 남다르다는 인상, 그로부터 발하는 빛. 창작하는 사람, 창작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반짝임이 있다. 이 도시에 반짝이는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