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강정님들어보면 알거든요! 강정님 인터뷰 K-pop 위상 덕분에 한국인은 지구촌 어디에 나가서 어느 국적 자들과 말을 섞든 전례 없는 힘을 받을 수 있다. K-pop에서 비롯하는 자부심, 그 외부에서 발현한 자부심의 안쪽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그것이 외부에서 발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깊고 든든한 우리 소리, 국악을 믿는 마음에서 애초에 출발하는 것이다. 저마다 즐거워보이는 풍경 뒤편에서 시름에 널브러져 있었을 때 음악을 듣다가, 일본이나 중국과도 확실히 다른 우리 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감정이 결국 몸을 일으켰던 날을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 소리를 하는 사람들 마음 한 갈피도 내내 보고 싶었다. 경기민요 창부타령을 아카펠라로 구성 중인 과정을 창작노트에 기록하는 소리꾼 강정님을 서면으로 만나 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악을 전공하고 있어요.‘경기민요’를 부르는 소리꾼 강정님입니다. 사진 제공 강정님 비(非)전문가, 외국인에게 우리 소리와 국악을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국악의 매력이요. 그냥 단순해요. 있는 그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의 음악’이라고 설명해요. 이런 설명이 지루하고 진부한 듯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큽니다. 대표적인 예 하나를 들자면, 현대음악 중 힙합에서의 랩과 비슷한 민요 소절이 있거든요, “사설난봉가”라는 곡인데요. 저는 여건이 되면 긴말 필요 없이 노래 한 소절을 불러서 들려주는 편이에요. 또는 “아리랑”, 판소리 “사랑가”같이 흔히들 알고 있는 노래들을 사람들이 한 소절 듣기만 해도 국악의 매력은 바로 전해지거든요. 들어보면 알거든요! 나의 창작노트 사업이 창작 예술인의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잖아요, 과정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나요?소리를 선택하신 과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소리를 많이 좋아하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언니랑 저를 국악 학원에 무작정 데려가 수업을 받게 하셨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당신이 젊은 시절부터 국악을 너무나 좋아하고 또 배우고 싶었는데 일하느라 바빠서 시도하지 못한 게 그렇게 아쉬우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딸 둘을 무작정 시킨 거죠. 어릴 적 저희가 배우기 싫어했으면 어쩌려고 그랬는지 몰라요. 그렇게 6개월가량 취미로 배우다가 한복 값에 학원비에 두 명 다 정식 교육을 시키려면 돈이 만만찮게 들겠다고 생각하셨죠. 하루는 언니랑 저를 앉혀놓고 “둘 중 한 명만 소리를 계속 할 수 있는데 누가 할래?” 하고 물었어요. 제가 바로 손을 들었죠, “내가 계속 할래!” 하면서. 그렇게 취미가 흥미가 되고 전공이 되고 직업이 되었어요. 마이크 잡고 있는 제 모습을 엄마가 정말 좋아해주셔서 저도 무척 좋아요. 나의 창작노트 사업을 어떻게 알고 참여하게 되었나요? 주변에서 백만원실험실이나 횡단자캠프 등 문화도시의정부 산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고 보았어요. 함께 지내다 보니 의정부 문화재단이 하는 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침 참여하고 싶은 사업 같아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덕분에 창부타령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나의 창작노트 주제로 기획하게 된 창부타령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창부타령은 경기민요를 가장 대표하는 민요라고 할 수 있어요. 민요는 옛날 옛적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노래다 보니 작자 미상인 가사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가사를 잘 들어보면 다 우리가 사는 인생 이야기예요! 효(부모 공경), 사랑, 우리 산천, 인생사 희로애락을 담은 가사로 수십 소절에 걸친 노래예요. 그 중에서도 저는 사랑에 대한 가사를 골라 노래했어요. 사랑! 세대, 인종, 국경, 종교 다 떠나서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공통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민요가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노래함으로써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함이 목적입니다. 기획하신 대로 창부타령을 아카펠라로 변주하면서 이루고 싶은 바는 무엇인지요, 단순 협업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전통 민요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재해석하거나 재창조하는 작업은 여기저기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소리꾼인 저도 다양한 형태의 표현 방식과 결합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연극, 무용, 영상 등과 소리를 결합하는 작업도 진행했었던 적이 있고요. 이번에는 악기를 최소한으로 두고 오로지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형태의 민요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기본적으로 협업은 이루어지고요. 이런 시도를 통해서 미처 생각지 못 했던 가능성과 표현을 발견하는 것이 참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재미도 있고요. 지금의 과정 속에서 또 다른 결과의 가능성을 찾고자 합니다. 사진 제공 강정님 창부타령을 제외하고 국악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지점들,다른 소리보다 더 공부하거나 연습하는 소리와 노래들도 궁금합니다. 무수히 많은데요, 어릴 때부터 노래만 해 와서 악기 연주나 춤추는 일이 참 재미있어요. 제가 단체 살판에서 단원으로 활동한지 9년이 되어가는데요, 그 기간 동안 장구, 북 등 악기를 연주하는 법과 연기, 무용 같이 다양한 것들을 익히고 배웠어요.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장구를 치고 북춤을 추고 다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요. 맨날 노래만 하다가 가끔 악기 치면서 공연하는 제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괜히 좀 멋있어 보이고 그래요. 기회가 된다면 부끄럽지만 악기 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공연, 창작도 하시지만 진행과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멀티-역할을 즐기시거나 개인 성향과 맞는 편인가요?혹시 아니라면, 본연의 자신을 회복하고 영감을 얻는 노하우가 있나요? 멀티 역할이 너무 힘들어서 초반에는 애를 먹었어요. 저는 목소리가 악기인데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면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사회도 능숙하게 봐야할 텐데 긴장은 되고 마이크 잡으면 긴장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그런데 또 하다 보니 제법 편해지고 즐기게 되더라고요.창작도 교육도 마찬가지에요. 잘 맞아서가 아니라 제가 지역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려면 어차피 모두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즐기며 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버겁거나 다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긴 하지만 즐겁게 하려고 하다보면 학생 분들도 관객 분들도 동료들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게 저는 너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일을 하는 ‘나’, 소리하는 ‘나’ 가 아닌 ‘나 강정님’은 어떤 사람일까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일을 하는 나와 일상 생활하는 나는 꽤 비슷해요. 다른 점을 굳이 꼽자면, 일을 할 땐 목표 지점과 계획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어요. 소속 팀이 있고 누군가는 나를 보며 개인 아닌 팀 이미지를 떠올릴까봐 조심스러우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 것 같아요. 반면에 지극히 개인적인 나는 느슨하고 나다운 게 좋아서 굳이 목표 지점과 계획과 강박을 갖고 살진 않거든요. 문제는 일을 하는 내가 개인적인 나를 거의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다지 나쁘진 않아요. 하루를 잘 보내고 누웠을 때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내일 더 노력하는 지금 제 모습이 아직까진 제가 추구하는 저의 모습에 더 가까워 만족합니다. 갑자기 10년 후 나는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창작노트 기록이 10년 후에도 남을 텐데 어떻게 기록하세요?음악인만큼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을 병행할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요.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아무래도 연습 그 자체겠죠? 연습하면서 녹음과 녹화를 통해 기록하고 있어요. 기존에 비슷하게 작업했던 악보 파일을 기반으로 미디 편곡도 진행하고 있고요. 재미있게 보거나 참고가 되었던 창작노트가 있는지요? 롤모델 또는 누군가의 브이로그가 될 수도 있을 테고요. 전통음악은, 노래는 더더욱, 생각보다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아요. 원한다면 나만의 자료로써 내가 직접 기록해야죠. 악기 연주는 또 다르겠지만요.요즘은 국악계도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아요. 대중매체에서도 많이 다루듯이 다양한 팀들이 춤, 밴드, 미디어, 미술, 힙합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입이 벌어지는 무대를 만들어내는 팀들이 셀 수 없이 많아요. 제가 선호하는 형식이나 롤모델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최대한 다양한 팀들의 다양한 공연을 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극제가 되어 막 저만의 노트에 저만의 그림이 그려질 때가 있거든요. 이번 창작노트도 그렇게 그리기 시작했고요. 나의 창작노트 참여하시면서 예상 못 했던 어려움이 있나요? 협업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일정 맞추기가 아무래도 가장 어려워요. 그 외에는 큰 문제없이 즐겁게 진행 중입니다.창작노트 작업이 일에 영향을 끼치거나, 일과 관련하여 사유를 바꾼 경험이 있을까요? 최근 제가 속한 연희집단하다 팀이 지금 나의 창작노트 참여하며 진행하고 있는 창부타령으로 단독 공연을 했습니다. 창작노트와는 다소 다른 형태 편곡이었지만 섞어 봐도 좋겠다 싶은 부분이 그려지면서 뿌듯했습니다. 일각이 삼추라 하니열흘이면 몇 삼추요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어이 알리얼마 아니 남은 간장 봄눈같이 다 녹는다이내 한숨 바람 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우리 임 자는 영창 밖에 불면서 뿌려나 주면날 잊고 깊이 든 잠 놀래어 깨우고저창부타령 (부분) 긴 타령 중 눈길 멎던 짧은 가사와 가락에도 사계가 다 들었다. 돌고 도는 계절로써 부르는 사랑이니 이 노래 저 노래에서 돌고 돌던 마음이 저절로 국악에 흘러 열렸음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강정님 소리꾼이 창작노트에 그리고 쓸, 아카펠라로 흘러가는 마음 또한 사계의 풍경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