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다르게 감각하기_윤지영 창작자 인터뷰

일상을 다르게 감각하기 _ 창작자 윤지영 인터뷰​​우리가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 감각에 무뎌질 수밖에 없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예민했던 감각은 둔해지고,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때가 오기도 한다.​“예술 작품이 그런 것을 감각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세상의 불편한 것을 캐치하게 해주는 것, 무뎌진 감각을 다시 일으키고 안 듣던 것도 다시 듣게 하는 것. 세계의 아주 다양한 면모들을 감각할 수 있게 하는 점이 예술의 매력인 것 같아요.”창작자 윤지영​지난 10월 4일,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물, 자연의 이미지들을 모르는 것을 대하듯 유심히 관찰하며 사유하고자 하는 윤지영 창작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지영 창작자는 음악의 어법을 빌려 시각이미지를 소리로 전환하는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 <파동하는 이미지_시각음계>(2022, 서교예술실험센터)를 포함하여 6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2021년에는 경기문화재단의 지금예술창작지원, ‘생생화화’전에 참여하였고, 같은 해 빼뻘보관소에서 <무상반죽>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의정부, 지역 공동체 미술을 함께 하였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동덕여대 회화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22 윤지영개인전 <파동하는 이미지 _ 시각음계> 서교예술실험센터 - 서교예술실험센터 실험예술지원 ‘링크’ 선정사업2022 <무위로 살아가는 방법> 서교예술실험센터2022 <등 뒤로 돌 던지기> COSMO40 _ VERS, COSMO40 후원2021 경기시각예술 ‘지금예술창작지원’_<𝚜𝚎𝚎𝚂𝚝𝚊𝚝𝚎(𝚋𝚎𝚝𝚠𝚎𝚎𝚗);> 아트센터 화이트블럭2021 프로젝트 생생 _ 윤지영 <무상반죽>_ 빼뻘보관소 의정부 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외 창작자 윤지영의 발자취 에디터가 만나본 창작자 윤지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낯설게 바라보며, 자신만의 언어로 그것을 재정의하는 예술가였다. 윤지영 창작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작품을 쉬운 언어로 풀어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시각 이미지에 귀 기울이는 사운드, 드로잉, 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 윤지영입니다. 지난해에는 이렇게 소개를 했었는데요. 제 자신의 관심사를 다시 살펴보면서 “시각 이미지를 매체로 하여 세계를 다시 감각하는 드로잉, 영상, 사운드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수정해봤어요.​​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류하고 세계를 모르는 것을 대하듯이 찬찬히 다시 감각하고자 해요.​​최근 2~3년 사이에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급변했어요. 세계관이 바뀌고 보니 그동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어떤 사실, 지식, 의미, 가치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다시 질문을 하게 돼요. 저건 무엇인가? 정말 그러한가? 유심히 보고, 회의를 품고, 공부도 하고, 멍도 때리고. 그런 과정들을 작업에 담아요.​ Q. 작가님 삶에서 그런 작업을 떼려야 뗄 수 없을 것 같은데, 예술을 빼고 작가님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옛날에는 제 삶에서 작업을 못 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살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어요. 어릴 때 저는 인간이 굉장히 숭고하고, 동물과는 다른 고귀함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더 정신적이고 영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인간은 수많은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과 다르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작업 안 해도 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도 예술을 빼고 저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조금 서운한데… 한량 같은 사람? 가난한 한량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예술이 저한테 밥은 잘 안 주더라고요. 하지만 작업은 세상을 알아 가는데, 제 내면의 성장에 도움이 돼요.​ Q. ‘나의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의정부 문화재단 홈페이지, 인스타에서 공모 공고를 봤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의정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의정부의 시각이미지와 사운드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지역 분들과 이 작업을 함께 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파동하는 이미지 _ 무궁화 3분28초 단채널비디오 오디오, 영상 설치 2021COSMO40 설치전경 2022. 11. 12 – 27이미지 제공 : 윤지영 창작자​ Q. 사실 ‘시각 음계’나 ‘소리풍경(Soundscape)’이라는 용어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진행 중이신 작업을 처음 접할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시각 이미지에서 소리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시각 이미지를 소리로 전환하는 작업이에요. 시각 이미지를 소리로 전환하기 위해서 이미지를 숫자로 표현하고 이미지에 적합한 규칙을 만들어서 악보를 만들어요. 소리가 ‘관계’와 ‘관계의 변화’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에 주목해서 악보화 한 시각 이미지가 관계하고 있는 주위의 환경음을 채집했어요. 채집한 지역의 환경음들을 시각적 높낮이에 따라 배열해서 말 그대로 시각적인 음계를 구성했어요. 시각 음계는 앞서 만든 악보의 음높이를 결정할 때 사용되기도 하고, ‘환경음 악기’로도 쓰여요. 시각 음계는 음악의 음계와는 다른 시각, 지역, 관계 중심의 음계예요. 의정부의 지리, 사회문화적 특징이 담기는 사운드스케이프(소리 풍경)예요.​ Q. 인생에서 가장 최초로 ‘창작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을까요? 있으시면 그 기억을 공유해주세요. 누가 궁금해할까요? 별로 궁금하지 않을 것 같은데. (웃음)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 주위에서 잘 그린다는 얘기도 하고 저 자신도 몰입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재능이 있는가 해서 미술을 시작하게 됐는데, 사실 현대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 하고는 별 상관이 없어요.​ Q. 창작과정에서 유독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요? 가정일로 10여 년 정도 활동을 쉬었어요. 활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고민이 많이 됐어요. 경력 공백이 크고, 교류할 동료가 끊어져서 작업에 대해 대화할 사람이 없었어요. 공부도 필요했고, 해서 돌파구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갔어요. 대학원에 들어가서 알찬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학기가 끝나니 여전히 작업은 외로운 싸움이더라고요. 작가들은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날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이 저도 가장 어려운 부분 같아요.​ Q. 창작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언젠가 예술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그리고, 예술적 사고와 감각하기로부터 오는 즐거움이요.​ Q. 작업을 하실 때는 주로 혼자 작업을 하시나요? 작업하실 때의 루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작업하면서 협업을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 하고 있어요. ‘파동하는 이미지’는 음악 하시는 주효원 선생님이랑 협업하기도 하고, 음향 하시는 선생님이나 남편한테 기술 자문 같은 걸 받기도 했어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나 장비를 사용해야 할 때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서 배워 가면서 해요.​ Q. 장비 같은 부분은 어떤가요? 실험적인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익숙하지 않은 장비와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때그때 찾아서 배워 가면서 작업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많이 해요. 환경음을 녹음할 때도 인터페이스 컨트롤 하는 방법을 익힐 때까지 세 번 정도 재녹음을 했어요. 그래도 인터넷 덕분에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으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작업할 때 저도 커피가 중요해요. 맛과 향이 좋은 커피. 똥 맛 커피는 창작의 적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 커피 마시다 보면 적응이 돼서 미각을 잃을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약간 디톡스로 커피를 좀 끊어요. 며칠 끊으면 다시 미각이 돌아와요. 그렇게 즐기는 것을 유지하면서 작업에 흥을 돋워요.​ Q. 창작하실 때 영감을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아이디어의 원천을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심히 유심히 보기, 자꾸 보기, 보면서 질문하기. 그러면서 이런저런 공부도 하고 멍도 때려요. 그런 시간들을 가지다가, 처음에 보고 의구심을 품었던 시각이미지를 어떻게 풀어나가야겠다고 정리를 해요.​낯선 학문들을 공부할 때도 영감을 받아요.​‘파동하는 이미지’ 작업은 양자역학을 접하면서 시작했어요. 시각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이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형태로 존재한다면, 모든 시각 이미지에는 고유한 사운드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지금은 날아가는 철새 이미지로 책을 읽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연과 확률에 기대서 책을 읽으면 문맥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그건 진화생물학 강의를 들으면서 발전시키게 됐어요. Q.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기 이전에도 창작과정이나 일상에 관한 기록을 꾸준히 하시는 편이었나요? 어떤 방식으로 창작과정을 기록하고 계신가요? 일상에 대한 기록은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아날로그 창작 노트에 드로잉도 하고 일기도 쓰고 했었는데 지금은 에버노트 같은 앱에 사진을 올리고 기록도 하고 있어요. (좌) ‘시각음계: 프린트 이미지’와 (우)‘파동하는 이미지 _ 철쭉: 다채널비디오’COSMO40 설치전경 2022. 11. 12 – 27이미지 제공 : 윤지영 창작자 ​Q. 지영님이 생각하시는 지영님 창작물의 매력은? 작품을 접하는 감상자들이 어떤 점을 주의 깊게 봐주면 좋을 것 같나요? 제 작업에서 사용하는 시각 이미지들은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장면들이에요. 관객 분들이 작품을 보시고, 전에는 무심히 보던 일상의 이미지가 달리 보인다고 말씀하실 때 기뻐요. 지나가다가 떨어진 꽃을 보면서 ‘그때 윤지영 작가가 이걸 이렇게 봤었지.’ 생각하시며 다시 돌아보게 되신다고 말씀해주세요. 너무 익숙해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일상의 장면들이 낯설게 다가오게 된다면, 혹은 달리 보려고 시도해주신다면 제가 너무 영광이겠죠.​문명이라는 것은 인간의 상상의 산물이잖아요. 법, 국가, 제도, 가치와 같은 것들도 합의를 통해 계속해서 변화해 온 것인데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바뀔 수 없는 것, 본래 그러한 것이라고 고정하여 생각하기 쉬워요. 시공간조차도 절대적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며, 우리 사회에서 변화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각해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불편’을 느끼는 감각, 예술 작품이 그런 것을 감각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세상의 불편한 것을 캐치하게 해주는 것,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고, 못 보고 안 들리던 것을 다시 보고 들을 수 있게 하는 것. 세계의 다양한 면모들을 감각할 수 있게 하는 점이 예술의 매력인 것 같아요.​ Q. 이번에 새롭게 문화도시로 지정된 의정부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 어떠신가요? 열정적으로 일해주시는 행정 담당자들과 의정부에서 공공예술 활동해주시는 예술가분들께 감사해요. 의정부가 문화도시로 지정된 만큼 문화예술활동이 활성화 되길 바라요. 의정부의 예술가들이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지역에서의 창작과 발표를 이어갈 수 있도록, 창작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창작자 윤지영은 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각하게 만드는 예술이 우리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창작과정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이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만 감상할 수 있는 고급문화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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