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자신을 마주하기_ 창작자 위정현 인터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장단점을 찾아보려 해도 부족한 점만 보이고, 그걸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한다. 그러다 보면 자아가 비대해지거나 위축되거나, 둘 중 하나로 수렴하게 된다. 진정한 자기 객관화란 가능한 것일까? 애초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관성이 포함되어있지 않은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적어도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는 있다. 지난 11월 21일, 민락동의 한 카페에서 창작자 위정현을 만나보았다. 그는 지난 9월 《상실의 관하여》라는 음반을 발매해 ‘~의 관하여’라는 작업을 시리즈로 이어가고 있다. 언뜻 보면 틀린 맞춤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 타이틀에는 오히려 틀린 맞춤법을 통해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스스로를 탐구하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위정현 창작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음악 만들고 있는 위정현입니다. 음악을 제일 좋아하고 축구도 좋아하고요. 영화 보는 거랑 그림 보는 거 이런 걸 좋아해요. 과학도 좋아하고. 과학에 흥미가 있으세요? 과학을 좋아한 지 오래 안 됐어요. 앨범 중에 《태양계의 관하여》라는 것도 있어서 작업하면서 공부를 했어요. Q. ‘나의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문화재단 공지사항 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창작 노트를 쓰기만 해도 된다고 해서, 복잡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오랜만에 글을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을 맨날 노트북으로만 쓰거든요. 그런데 그런 노트를 펜으로 직접 쓸 수 있다고 해서, 글을 쓰는데 돈을 주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렇게 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의 관하여’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협업레스토랑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걸 봤어요. 이번에는 ‘동심의 관하여’라는 작업을 하신다고요. 하고자 하시는 작업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동심이 네 가지 뜻이 있거든요. 아이 동, 움직일 동, 같을 동, 겨울 동. 이렇게 네 가지 뜻이 있어서 네 가지 테마로 4~6곡 정도로 작업을 했어요. 동심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클릭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예명으로 WE라는 이름을 사용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예명을 뭐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제가 ‘위’씨잖아요. 어디 가서 제 소개를 하면 이정현으로 알아들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WE로 활동명을 정하고 ‘WE로 활동하고 있는 위정현’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편하시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었고, WE 뜻이 ‘우리’잖아요. 제가 그 단어를 되게 좋아해요. 우리 집, 우리 할머니 이런 단어처럼. 그래서 ‘우리’로 할까 하다가 제가 영어로 된 곡도 많이 쓰기 때문에 해외에 노출이 되려면 영어가 편하겠다 싶었어요. 작업하시는 장르는 어떻게 되시나요? 장르는 거의 트로트 빼고 다 만들어요. 트로트는 색소폰을 잘 써야 하거든요. 그게 어려워서 트로트 빼고 거의 다 작업해요. 요즘은 뮤지컬 음악도 많이 만들고, 힙합은 좋아하지만 잘 안 만드는 것 같아요. 편하게 듣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장단점이 동일한 게 여러 장르를 한다는 것 같아요. 하나 딱 밀고 가는 게 없는 것. 그게 단점일 수도 있는데, 애초에 제 플레이리스트 자체가 모든 장르가 뒤섞여 있거든요. 많이 해왔던 게 음악이니까 그걸 해야겠다 싶었죠. 원래는 작곡가로 출발을 해서 여러 음악을 만들고 만지다 보니까 다루는 장르가 많아진 것 같아요. Q. 창작하실 때 영감을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아이디어의 원천을 어떻게 얻으시는지. 가령 카페에서 흐르는 이런 노래를 듣고 내가 이런 류의 작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비슷하게 작곡을 해보려고 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으면 그 사람이 내 곡을 불러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가사를 또 쓰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듣다가 그걸 레퍼런스 삼아서 많이 만들어요. Q. 창작과정에서 유독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요? 저는 안 돼도 하거든요. 작업 루틴 같은 경우도, 저는 눈 뜨고 양치하고 바로 작업을 해요. 항상 의자에 앉아 있어서 될 때까지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매일 한 곡씩 만들고 있는데 어느 날은 안 돼도 계속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자기가 정말 잘하고 싶으면 취미가 아닌 이상은 안 돼도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업 속도가 굉장히 빠르신 것 같아요. 하루에 한 곡씩 만드시는 걸 보면. 네, 빠른 편이에요. 제가 음악 처음 공부할 때 무작정 악보를 많이 사서 음표를 그대로 따라 그리면서 저도 모르게 편곡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속도가 빠른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누구한테 들려주고 싶다고 할만한 곡들은 자주 나오진 않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너무 잘 돼서 여러 곡 쓰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진짜 못 들어주겠다 싶은 것들도 있고. 누구한테 들려주고 싶은 곡이라고 한다면 특정한 누군가를 상정하고 작업을 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정말 그냥 아무나. 제가 제 목소리를 싫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 들려주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애초에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거든요. 이걸 어떻게 해야 세상에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까 소통의 도구로 음악을 선택한 것 같아요. Q. 눈을 뜨면 바로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하신다고 하셨어요. 보통 몇 시에 일어나서 작업을 하시나요? 저는 아침 7시쯤 일어나요. 강아지가 7시에 깨우거든요. 그때 일어나서 양치하고, 강아지 대소변 치우고, 밥 주고, 작업하고.특히 음악 작업하시는 분 중에는 밤낮이 바뀌어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되게 일찍 일어나시는 편인 것 같아요. 저도 원래 새벽에 작업하는 게 되게 잘 되거든요. 목소리도 밤에 목이 풀려있어서 잘 나오고. 그런데 밤에 자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더라고요. 저도 밤낮없는 생활을 몇 년 해봤는데, 몸도 건강도 잃고, 일단 사람을 못 만나요. 새벽에 작업하고 해 떠 있을 때 자니까 사람도 못 만나고. 제 목표 중에 하나가 오래 사는 거거든요. 또 제가 과학을 좋아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찾아보니 정말 과학적으로 밤에 자고 낮에 움직이는 게 효율이 훨씬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억지로 하는 것 같아요. 매일 작업을 하다 보니까 피곤해서 누우면 바로 자거든요.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래 작업하려면 체력 관리도 중요할 것 같아요. 네, 제가 운동도 좋아해서 매일 운동을 하긴 하는데 운동만 한다고 체력이 길러지지 않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옛날에는 건강 하려면 운동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다치고, 최근에는 무릎 수술을 받기도 해서. 뭐든 적당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뭔가 결심하게 되면 열심히 하고 싶어서 몸을 혹사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자주 느끼는 게, 제가 모 아니면 도거든요. 뭘 하려고 하면 열심히 하는 편이라 대충 하는 게 찝찝해서 그걸 못 견디겠어요. 그래도 대충 하는 게 있긴 하지만요. 《상실의 관하여》 앨범 아트,이미지 제공 : WE, sindy_ra_gu_yo Q. 그런데 창작자님이 작업하시는 앨범 시리즈 제목들이 ‘~에 관하여’가 아니고 ‘~의 관하여’잖아요. 맞춤법을 일부러 의도하고 틀리신 부분이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그런 점에 당당해지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애초에 완벽할 수가 없는데 왜 난 완벽하려고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국문학과에 가고 싶었어서 스스로의 맞춤법에 되게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그 제목이 오히려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볼 때마다 그런 부분을 내려놓았다는 게 뭔가 찝찝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마음가짐을 바꾸니까 삶이 변했어요. 100점 맞으려고 하지 않고 8~90점만 맞아도 만족하자는 느낌으로 하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계속 노력을 해요. Q. 인생에서 가장 최초로 창작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을까요? 있으시면 그 기억을 공유해주세요. 제 기억에는 다섯 살 때 레고를 되게 좋아했거든요. 어느 날 설명서대로 만들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새로 산 장난감을 설명서를 안 보고 제 마음대로 만들었었어요. 그때 희열이 있었는데 아마 그게 제 첫 창작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 성향이 항상 남들이 ‘이거 해라’하면 왠지 하기 싫어지고, 하지 말라면 하고 싶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어른들이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를 안 해봤더니 딱히 불편함이 없는 거예요. 그걸 깨닫고 다시 공부를 하기도 했었고. 저의 기질이 그런 것 같아요. 악동 심리가 있달까요? 남에게 피해 안 끼치는 선에서. 또 예를 들어 저희 어머니랑 할머니가 얼굴에 손대면 여드름 난다고 하셨는데, 제가 안 겪어보면 모르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실험을 해봤어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네요. 그러면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음악은 원래도 정말 좋아했었는데, 제가 군대에 갔을 때 훈련을 받다가 벼랑에서 떨어져서 발목 수술을 받았어요. 6개월 정도를 못 걸었죠. 못 걸으니까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노래 들으면서 막 글을 썼어요. 처음에는 작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작곡도 욕심이 생기고. 그래서 전역하고 작곡을 배웠어요.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나 음악 해야지’라기보다는 작사를 하니까 작곡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피아노도 배우고. 기타도 하고. 드럼도 하고, 베이스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음악을 해봐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원래 벽이 엄청 높았었거든요. 제가 박효신 씨를 좋아하는데, 노래를 엄청 잘 하시잖아요. 그래서 ‘음악 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멋있어야 하는데, 나는 음악은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까지는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어떤 학원을 가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도 차마 음악은 말을 못 했었는데, 한 스물 네 살 때 시작했거든요.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공부하다가 한 번 해볼까 하고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음악을 하다 보니까 자아실현에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음악을 하면서는 남에게 피해 주지도 않고 피해를 받지도 않고. 자아실현이 되게 어렵잖아요. 근데 제가 죽는 순간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음악밖에 없었어요. 저는 지금도 너무 좋거든요.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음악 좋아하고 하니까 전달하고 싶은 그런 메시지를 음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메시지라고 하니까 대단한 것 같은데 정말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예요. 대화하듯이. 저는 또 상상력이 되게 풍부한 편인데, 그런 상상을 어디서 대화하듯이 하면 헛소리거든요. 그런데 음악으로 하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게 제 상상인지. 그런 게 재밌어서 자아실현의 도구로 음악을 하고 있어요. Q.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기 이전에도 창작과정이나 일상에 관한 기록을 꾸준히 하시는 편이었나요? 어떤 방식으로 창작 과정을 기록하고 계신가요? 저는 기록을 항상 핸드폰 노트로만 해요. 매일 한 곡 만들기를 한 지가 꽤 돼서, 2년 정도 됐는데 제 컴퓨터에도 그게 쌓이고 핸드폰 노트에도 항상 쌓여있어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영감을 얻는 것도 노래를 들으면서 얻기도 하는데, 영화를 보고도 얻기도 하고, 책 읽다가도 글귀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면 이걸 바탕으로 가사를 쓰기도 하고. 제가 많이 겪는 것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어떤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그런 게 떠오른다고 하시면 최근에 기억에 남았던 경험도 있을까요? 제가 인풋이 없이 이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청춘의 관하여〉 앨범 작업을 하다가, 문득 갑자기 ‘노인의 하루’라는 곡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노인의 하루는 제가 노인이 아니니까 모르잖아요. 주변에 어르신들도 안 계시고.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막 찾아봤어요. 노인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나. 되게 쓸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식들 전화도 많이 안 하고, 방문도 잘 안 하니까. 그런 쓸쓸함을 겪어보지 못해서 만들고 싶었는데 못 만들었어요. 그렇게 인풋 없이 갑자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Q. 창작자님 삶에서 예술을 빼고 창작자님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예술 없는 삶. 질문지에 쓰인 걸 봤을 때 혼자 그냥 쑥스러웠던 것 같아요. 내가 하는 게 정말 예술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사전 찾아보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예술이 미적인 그런 작품을 창작하는 활동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내가 하는 게 예술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 질문을 듣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예술이 창작 활동이라면, 예술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그냥 강아지랑 맨날 놀러 다닐 것 같아요. 운동 좋아하니까 운동 열심히 하고. 제 삶에서 음악, 영화, 미술 정도만 빠진 느낌? 밥도 잘 먹긴 할 거고요. 그런데 음악 없이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힘들 때마다 음악을 듣거든요. 힘들 때 친구랑 대화를 해야 풀리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전 슬픈 노래 들으면 오히려 풀리는 것 같아요. 기쁠 때 기쁜 노래 듣고 슬플 때 슬픈 노래 듣고. 그러면 창작자님의 인생곡이 있을까요? 뮤지컬 배우 박은태님의 ‘겟세마네’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라는 뮤지컬 넘버인데. 그 노래를 딱 듣고 평생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이걸로 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게 인생곡인 것 같아요. 요즘 많이 듣는 노래는 잔나비의 ‘로켓트’라는 노래를 많이 들어요. Q. 정현님이 생각하시는 정현님 창작물의 매력은? 작품을 접하는 감상자들이 어떤 점을 주의 깊게 봐주면 좋을 것 같나요? 저는 모든 곡마다 스토리가 있거든요. 그걸 뭔가 알려드리고 들려드리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렵잖아요. 제가 곡을 내놨을 때 이걸 청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 예상 못 할 것 같아서 그게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알고 들으면 또 다르겠죠. 저의 장점 중 하나가 장르가 다양하다는 건데, 제 곡의 제목을 보면 어떤 사운드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을 거예요. 이번 앨범에 들어갈 건데 <탱탱볼과 가로등>이라는 곡이거든요. 저는 가만히 있는 걸 잘 못 해요. 누워있는 것도 못 하고, 눈을 뜨면 항상 뭘 해야 해요. 그런 게 탱탱볼 같죠. 그런데 저처럼 탱탱볼 같은 사람을 만나면 피곤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우직한 나무 같은, 가로등 같은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이 제목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어릴 때 탱탱볼을 자주 잃어버렸는데, 가로등 불빛이 있으면 찾을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상상으로 만들었어요. 나는 탱탱볼이고 너는 가로등이 되어달라. 이런 느낌인데 제목만 알고 곡을 듣는 것과 스토리를 알고 듣는 것과 다르겠죠. 첫 앨범은 대중성을 포기했어요. 앨범 제목이 《상실의 관하여》예요. ‘상실’이라는 것은 사전을 찾아봤을 때 가지고 있었던 걸 잃어버린 거라고 하던데, 저는 가진 게 없더라고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레고도 제가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에 사라져 있었고, 저는 장례식장을 많이 다녔었는데 항상 있을 것 같던 사람들도 죽으면 끝이더라고요. 저는 그런 ‘가졌다’는 것에 포커스를 뒀어요. 내가 ‘경험했다’가 아니고. 그래서 일부러 1절들만 만들어 놓고. 장르도 대중적이지 않게 했더니 친구들이 네 첫 앨범을 들었더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번 앨범은 좀 대중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청춘의 관하여》를 되게 열심히 만들고 있고, 빠르면 다음 달에 나올 것 같아요. 《동심의 관하여》도 내년에 나올 것 같고. 얼마 전에 일본 도쿄에 음악 만들러 다녀왔거든요. 《도쿄의 관하여》도 준비하고 있어요. 《태양계의 관하여》, 《허상의 관하여》도요. 최종적으로는 《죽음의 관하여》라는 작업도 해보고 싶네요. 그래서 쉴 틈이 없는 것 같아요. 할 게 너무 많아서. 앨범을 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 다음엔 어떤 걸 할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을 할지 모르겠다는 즐거움이요. 난해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느끼는 게 답이겠죠? Q. 이번에 새롭게 문화도시로 지정된 의정부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 어떠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별 감흥이 없는 것 같아요. 문화도시가 되었지만 의정부가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소식인 것 같아서. 제 작업환경이 더 좋아졌다거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거나 그런 건 없거든요. 그래서 뭐랄까, 나를 위한 문화도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죠. 지인들도 모르더라고요. 관심 있는 사람만 아는 거라. 저도 문화도시 사업, 문화재단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정말 축하하는 소식이지만, 경제적 이익이 아니더라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에 관한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문화도시가 되면 문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여러 가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그런 느낌은 없네요. 제가 관심 있게 봐서 더 보인 거 같긴 하지만, 공연도 많아지고 도서관 사업도 활발해진 것 같긴 해요. 그렇지만 아직은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았달까요? 회룡 문화제처럼 뭔가 크게 있지는 않은 것 같아서. <백만원실험실> 같은 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전 의정부에서 음악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싶거든요. 도시를 사랑하긴 하지만 꼭 여기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요. 그래서 일부러 의정부 시민으로서 프랜차이즈보다는 자영업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을 가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재단 입장에서도 어떤 성과를 낼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큰돈을 쓴다는 게, 예산을 올릴 때 그런 어려움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저 같아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지원금 제공하는 게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그렇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액수가 커지면 좋겠어요. Q. 창작자님이 창작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자아실현의 도구로 음악을 이용하는 거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고민들로 인해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이걸 풀기 위해 음악을 하게 되는 것 같고. 밖에서 나는 정말 세상이 밉고 싫다고 하면 비관적인 사람이 되지만, 음악으로 하면 그냥 곡 하나로 끝이 나니까. 그런 점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슬픈 노래를 냈다고 해서 슬프기만 한 사람이 아닌 거니까. 기쁜 노래도 있고, 여러 감정들이 있으니까. 때때로 느끼는 감정들을 음악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지속 가능한 부분인 것 같아요. 자아실현이 목적이 되다 보니까 돈과 명예, 지위가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거라 그게 원동력인 것 같아요. 위정현 창작자는 사람들이 음악을 더 많이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음악은 쉽게 접할 수 있기도 하고, 또 음악이 아닌 다른 장르의 예술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위정현 창작자의 말처럼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에 흠뻑 빠져 나를 둘러싼 것들을 내려놓다 보면 한결 진실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에는 그런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