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를 담은 사진_황석선 창작자 인터뷰

서사를 담은 사진_창작자 황석선 인터뷰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사진 찍는 황석선입니다. 어떤 사진을 찍냐고 물으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나의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코로나 이전, 그러니까 2020년 봄까지 사진 강의와 작업, 전시 특히 해외 아트 페어에 참가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새로운 작업에 대한 동기도 생긴 시기였습니다. 가장 활발히 창작하던 때였는데,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모든 것이 중단되었습니다. 아마 예술가들 대부분이 당황스러운 시기였을 겁니다. 이때 개인적으로 건강도 안 좋아지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카메라를 저장해 두었다는 표현이 좋겠네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건강도 회복되고 여러 가지로 다시 작업할 기회들이 생겨서 사진을 찍게 됐어요.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코로나는 스스로 선택한 상황들이 아니었으니까. 이미지 제공: 황석선 창작자(좌) 2008~10년 추정. ‘부흥국수’는 의정부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 공장으로 알려져 있다.변화의 부침이 덜한 공간이다. 이때만 해도 국수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우) 2023년. 건물과 공간만 남아있고 가게 안에서 국수를 가공하지 않는다. Q. 다큐멘터리, 기록사진을 작업하신다고 하셨어요. 이전에 하고 계시던 작업과 현재 창작노트 사업으로 하고 계시는 작업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창작자님을 처음 접할 독자분들에게 설명해주세요. 경기 북부, 의정부라는 공간에 오래 사는 이들은 한 사진가가 찍어 놓은 기록들을 보고 자신들의 사적인 시간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20년 전 의정부역은 경기 북부의 교통의 중심지였죠. 서울로 가는 전철을 타야 하고, 전철이 다니지 않던 양주와 전곡, 연천, 신탄리 등 북쪽으로 이동하려면 경원선(지금은 없어짐)이라는 열차를 타야 합니다. 물론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지만, 버스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동차 보급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이니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교통수단은 전철과 경원선 열차였어요. 의정부역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고 머무르다 사라지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기록의 의미가 있었죠. 아, 또 한곳 의정부 제일시장도 포함됩니다. 지역마다 있는 재래시장은 그 지역의 특성을 볼 수 있어요. 의정부역과 재래시장, 구도심을 걷다 보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 즉 의정부의 서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장면은 사진 한 컷으로도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할 수 있죠. 단순히 기록에만 중심을 둔다면 사진이 좀 건조해질 수 있거든요. 마치 보도사진처럼요. 이미지 제공: 황석선 창작자(좌) 1998년. 의정부역은 경기 북부의 교통 중심지였다. 서울 방면의 전철을 타는 시작 역이었다.경원선(의정부역~ 신탄리역) 열차의 종착역이기도 했다.(가운데) 2006년, 의정부역에서 매시간 20분이면 어김없이 출발하던 경원선은 2006년 운행을 끝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즈음 카메라를 들고 종점인 신탄리역까지 자주 여행했다. 이 표는 그때 사진과 함께 남아있다. 의정부역에서 역무원에게 1천 원을 현금으로 주고 산 승차권이다.‘통일호 승차권(특정구간 전용) 의정부-소요산 3월 2일 1425 열차’(우) 2023년. 일회용 전철 승차권을 사용하는 시민들은 줄어들고, 대부분 교통카드를 사용해서 전철을 이용하고 있다. 무인자동 시스템은 시간과 인력의 소비를 줄여 편리하게 되었지만, 일부 노인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방법일 수도 있다. Q. 인생에서 가장 최초로 창작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을까요? 있으시면 그 기억을 공유해주세요. 제 인생의 계기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변화에서 생긴 것 같아요. 취미로 필름 카메라 사진을 배웠어요. 그 취미가 재미있고 좋았고 공부하고 싶었고, 잘 찍는다고 옆에서 부추기니까 정말 사진을 잘 찍는 줄 알고 결정한 거죠. 그러다 좋은 기회에 월간지 사진기자로 일을 시작했고, 그 경력으로 공공기관 홍보팀에서 사진 업무를 했고 지금 사진가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Q. 작업을 하실 때는 주로 혼자 작업을 하시나요? 작업하실 때의 루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진은 혼자 하는 작업이에요. 광고 사진이나 스튜디오 사진을 하는 경우에는 여럿이 하지만 제 작업은 혼자여도 충분하고 혼자여야 합니다. 루틴이라기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니까, 날씨에 민감하죠. 습관처럼 주 단위, 월 단위 일기예보를 확인해요. 그래야 일정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오후 빛을 선호하지만, 밤 시간도 꽤 매력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Q. 창작하실 때 영감을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아이디어의 원천을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영화, 소설, 시 같은 분야에서 소재를 찾거나 영감을 얻습니다. 시를 읽거나 소설을 읽을 때, 좋은 문장이나 장면에서 ‘이걸 사진으로 찍으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찍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텍스트는 풍부한 이미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요. Q. 창작과정에서 유독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요? 어려움 많지요. 다른 장르도 비슷하지만, 예술도 흐름이나 시대적 유행이 있어요. 그것들을 외면하고 나의 창작만을 위해서 내 색깔을 위해서 사진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에요. 늘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도구와 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야 해요. 아날로그(필름)보다 디지털카메라가 편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작업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아날로그가 덜 고된 작업 같아요. 포토샵 같은 정밀한 작업도 해야 하니까요. Q.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기 이전에도 창작과정이나 일상에 관한 기록을 꾸준히 하시는 편이었나요?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 창작 과정을 기록하고 계신가요? 스마트폰이 너무 좋아져서 일상에서도 좋은 장면을 보면 언제든 찍을 수 있어요. 서브 카메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커다란 DSLR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자유롭지 못한 일이었죠. 사람들 속에서 촬영하면 신경도 쓰이고 제대로 못 찍는 경우가 많았어요. 성능 좋은 스마트폰은 소소하고 재미난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좋은 장면을 만나는 일도 있고요. 스마트폰만 휴대하고 요즘 같은 날씨에 한적한 골목길을 걸어 다니면 그게 창작이고 작업입니다. 이미지 제공 : 황석선 창작자 (좌) 1998년, 경원선 열차는 의정부역에서 출발해 덕정, 동두천, 전곡과 연천역, 마지막 종착지인 신탄리역까지 한 시간 소요됐다. 승강장에서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는 취한 사내의 뒷모습의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소형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초점이 흔들리고 사진의 완성도도 떨어진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 장면처럼 경원선 열차를, 사람들을 잘 표현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우) 2023년, 지난 2006년 동두천역까지 전철이 개통하면서 의정부역에서의 경원선은 운행을 끝냈다. 승강장 출입구는 막혀 있고 1998년 촬영한 취한 사내는 찾아볼 수 없다. 보수 정비를 하거나 임시 선로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작가님 창작물의 매력은? 작품을 접하는 감상자들이 어떤 점을 주의 깊게 봐주면 좋을 것 같나요? 대중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사진들이 있어요. 사진 시장에서 잘 팔리는 사진들이 있는 것처럼요. 제 사진은 그런 것에서 비켜나간 아웃 사이더 같아요. 화려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아요. 다큐멘터리가 꼭 거대 담론을 주제로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언제인가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장면, 그것들 안에 흐르는 이야기. 10년 전, 혹은 때를 모르는 오래전 기억 속에 잠시 저장되어 있던 장면들이 될 수도 있고요. 기억 속에서 단편적인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겠죠. 그게 자신의 기록이 되기도 하고요. Q. 이번에 새롭게 문화도시로 지정된 의정부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 어떠신가요? 이건 좀 고민되는 지점인데요. 저는 이전에 하던 작업을 이어서 하고 있어요. 새로운 작업이 아니고요. 의정부뿐만 아니라 전국을 다니기도 하는데요. 지역의 특성, 차별성 이런 것들의 경계가 사라지는 게 좀 안타까워요. 특히 도시는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니까 획일화돼서 그 지역의 특성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게 어려워졌어요. 아파트가 많아질수록 지역 색깔은 사라져요. 그래서 저는 구도심이나 의정부 제일시장 같은 곳을 기록하는 것이 그나마 의정부를 기록하는 마지막 보루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10년 후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요. 의정부라는 지역과 문화도시라는 브랜드명이 상통하게 하려면 두 가지를 연결해주는 메신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메신저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되는 거죠. 의정부와 문화도시는 그냥 제도화된 행정체계 느낌 이상은 아니잖아요. 기관의 시각 같은 한계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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