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_이정연 창작자 인터뷰 유닛, 매스, 사물의 의인화, 시공간, 사건의 배치, 유니버스 등. 이 단어들은 이정연 창작자의 작업을 설명하는 키워드이다. 이정연 창작자는 조형언어와 회화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시도한다. 공감과 결합, 찰나와 흔적에 대해 사유하고 현상과 사물을 성찰하는 이정연 창작자를 서면으로 만나보았다. Yuni Lee, iconU522-Newcastle,Mixed media on canvas,72.7 × 90.9 × 3cm, 2022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으로 졸업한 후, 선, 색상, 평면을 사용하여 형형색색의 오각형 조각들을 조합하는 형상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이정연 작가입니다. 최근 활동으로는 2023년 4월 CICA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도심 속 유목민>, 8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반 고흐 아트갤러리에서의 단체전 <Illusion>전, 그 밖의 협업전 등에 참여했습니다. 의정부문화재단의 예술인 창작과정 지원사업 <나의 창작노트>, 영등포 문화재단의 <예술가를 위한 융합의 기술>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Q. ‘나의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의정부문화재단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이 사업을 알게 되었으며, 참여하게 된 계기는 “나의 창작노트”에 대한 공감이었습니다. 공감(empathy)은 동시대 과학기술 사회에서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인간 감정입니다. 차가운 기계 기술 중심 사회에서 냉정한 합리주의가 낳은 개인주의는 현대사회를 이기적으로 계속 분화시키고 격리할 뿐,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교류와 소통을 어렵게, 혹은 무가치하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따뜻한 상호 소통을 뜻하는 공감 능력은 너와 나,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다름과 차이를 전제로 한 상대적 수용과 인정의 수행 능력입니다. 최근 문화, 사회학계에서는 이 공감의 가치를 두고 크게는 ‘사회적 소통의 지속 가능성’으로 혹은 ‘차후 예술적 생산의 성장 원동력’으로 인식합니다. 매일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소외와 갈등 내지 반목보다는 소통과 이해, 관계 및 융합이 우리 공동체 삶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 확인하게 하는 예술적 장이 자주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지역 공동체 혹은 미래 문화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단체에서부터, 이런 기회들을 앞장서 체험하게 해준다면, 그래서 공감이 보편적으로 활성화되고 상대방에 대한 다름과 차이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면, 이기적인 주체 중심 틀을 탈피해 서로를 가까이 포용하고 이해하는 사회와 예술의 지평이 열리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Q. 진행 중이신 작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제: 예술의 사건 (The Artistic Events) : 찰나의 흔적 <예술의 사건 (The Artistic Events): 찰나의 흔적>는 Here 와 over there 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현상을 본래의 것에 대한 성찰을 통한 사유의 산물이다. 찰나의 흐름에서 흔적은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다른 흔적으로 채워지며 아무리 뚜렷했던 흔적들도 흐릿해진다. 작품에서 나의 조형언어와 내가 바라보는 이미지와 시공간 속 형태의 다양성을 자아에 투영하여 그 흔적을 찾아 마주하는 것들을 결합, 분리, 소멸, 탄생의 과정을 흔적으로 반복한다. 반복된 이미지와 조형언어는 미끄러지는 찰나에 다른 흔적을 이루며 그 뒤를 잇는 것이다. 즉 ‘찰나’에 소멸된 흔적 이미지와 조형언어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어떤 공간을 점유하며 새로운 의미와 결합하고 확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흔적으로 보여준다.선택 이유지금까지 나의 작품 경향은 “내가 속해있는 공간이 움직이며 언제든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을 변화시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의 상상 놀이였다. 그 상상이 시간의 움직임을 통해 찰나의 흔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 작업 의도 Part i - over there본인이 무언가를 결정할 수 없었던 시기에 찾아온 잦은 수동적 이동과 본인의 의사를 반영한 능동적 이동의 사유Part see - here여기에서 저기에 그리고 저기에서 여기에 대한 사유Part me - mine흔적에 대한 사유 찰나의 움직임은 내러티브 형식으로 불안정 재료(Ex. 왁스, 영상 등)와 발견된 재료(ex. 레디메이드, 수집품 등)을 사용하여 기록하려고 합니다. 아이콘 부조 창작과정. eva로 제작한 틀에 실리콘을 부어 틀을 만들고, 크레파스를 녹여 조각을 만든다.크레파스 조각을 결합하고, 그것을 캔버스 위에 결합한다.이미지 제공 : 이정연님 ○ 진행 과정 1. 아이콘units는 작은 유닛의 집적(덩어리) 상태로 여기저기 도시들을 떠돌아다닙니다. 여기서 유닛이 집적되는 과정을 평면 부조, 3D 입체로 표현합니다. * 불안정 재료(ex. 왁스, 영상 등) 사용 아이콘 부조 창작 과정이미지 제공 : 이정연님 2. 아이콘B(building)는 작은 유닛의 집적(덩어리) 상태로 여기저기 도시들을 떠돌아다닙니다. 여기서 유닛이 집적된 아이콘B를 3D입체로 표현합니다. * 발견된 재료(ex. 레디메이드, 수집품 등) 사용 Yuni Lee, iconB19-Oslo,Acrylic on canvas,90.9 x 72.7cm, 2019 장르는 추상이며 작품은 부조와 조형물입니다. Q. 살면서 ‘창작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을까요? 있으시면 그 기억을 공유해주세요. 미술 수업 중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힘들어서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기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 “꿈을 향해 달려가야지!”라는 말을 자주 해줬습니다. 그러면서 ‘난 지금 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 더 늦기 전에 본인 꿈에 다가가기 위해 창작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Q. 주로 혼자 작업을 하시나요? 작업하실 때의 루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작업은 혼자 합니다. 루틴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직장인처럼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들(음악, 영어 회화, 인문학 강의 등)을 청취하며 작업하는데, 저 역시 커피는 항상 작업할 때 함께합니다. Q. 창작하실 때 영감을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아이디어의 원천을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상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고, 아이디어의 원천은 책, 인물, 사물, 영화 등입니다. Q. 창작과정에서 유독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요? 독서, 영화, 록 음악 & 힙합 듣기, 전시 관람, 여행 등의 동적인 활동을 합니다. Q. 창작노트 사업에 참여하기 이전에도 창작과정이나 일상에 관한 기록을 꾸준히 하시는 편이었나요? 어떤 방식으로 창작과정을 기록하고 계신가요? 아이디어 스케치나 메모하기, 이미지 검색 등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Q. 창작자님 작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창작자님의 작품을 접하는 감상자들이 어떤 점을 주의 깊게 봐주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제 창작물에는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콘B>는 특별한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닌 삶 자체가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인간과 사물이 동맹을 맺듯이 일상의 사물(집)을 통하여 <아이콘B>라는 독특한 인격화된 상징 이미지를 빌려 희망이나 이상을 목표물로 설정함으로써 일상의 즐거움과 가상현실(상상 속 시공간)에서의 대리만족을 동시에 얻으려고 합니다.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가상현실 속에 투사하는 과정에서 유희를 찾는 의미를 준 것인데요. 반복되는 일상을 조절하는 여유와 느낌을 주며 개인적인 고유한 언어를 통한 자연스러운 즐거움의 환상세계의 표상으로 감상자들과 즉흥적인 느낌을 함께 즐기며 시공간의 자유로움을 함께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Q. 이번에 새롭게 문화도시로 지정된 의정부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 어떠신가요? 2022년 12월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의정부시는 <시민이 기억하는 도시, 미래를 준비하는 시민>이란 비전으로,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도시를 향해 가는 여정에 함께하여 제가 꿈꾸는 신선한 상상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어서 감동이었습니다. Q. 창작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1초씩 되고 싶은 나를 향해 가자’라는 열정이 저의 원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