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역사, 그리고 이야기 – ‘경기북부 작은연구’ 맹수용 책임연구원 인터뷰

장소, 역사, 그리고 이야기 – ‘경기북부 작은연구’ 맹수용 책임연구원 인터뷰 어떤 장소에서의 삶이 이야기로 기록된다면 그것이 곧 역사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21일 금요일, 경기북부 작은연구 사업에 선정된 여섯 팀 중 <의정부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역사교육 방안 : ‘제일시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연구 중인 맹수용 책임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의정부 제일시장에 담긴 상인들의 삶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조금 더 친근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하는 맹수용 연구원의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및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맹수용이고요, 본 직업은 역사 교사입니다. 지금은 구리 인창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작년까지는 의정부에서 8년 동안, 의정부 중·고등학교에 있었고요. 의정부고등학교가 모교이기도 하고, 의정부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연구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경기북부 작은연구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의정부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어요. 의정부라는 곳이 사람들이 많이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곳에서 자라서 정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도시로 나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은 청년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자기가 자라난 곳은 자기를 이루는 일부분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이해하면 그걸 매개로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시민 교육에 필요하고요. 지역사회에 이것과 관련지어서 고민하고 생각해 볼 만한 자원과 장소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역사 교사로서 이런 고민을 마침 해보고 싶었는데, 홍보 포스터를 통해 경기북부 작은연구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어요. 이 지역에서 같이 자라고, 같이 역사 교사를 하고 있는 동료 몇 분과 함께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연구를 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학교 학생뿐 아니라 시민들도 지역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사 교사들이 지역에 있는 장소와 역사를 중간에서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러다 보니 ‘제일시장’이라는 한 가지 장소를 정해서 그곳을 일궈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시민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미지 제공 : 의정부시 문화관광 누리집 Q. 왜 <의정부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역사교육 방안 : ‘제일시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선정하셨는지? 배경이 된 계기나 사건이 있다면? 연구주제는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에서부터 출발했어요. 팀원 중 3명은 역사 교사이고, 1명이 민속학 연구자인데 쌀을 연구하시는 분이거든요. 의정부 시장에 연 지 60여 년 정도 된 쌀집이 있어요. 사장님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의정부의 역사나 시민들이 공유해온 기억을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제일시장 안에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할머니, 아주머니들도 계셨고. 의정부는 군사도시라는 네이밍이 있었잖아요? 미군기지, 군부대가 있다 보니 PX의 물건들이 제일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걸 바탕으로 수입 제품을 판매하시던 분들이 잘 보이게 되더라고요. 상인분들께도 여쭤보니 어떤 분은 50년 전부터 가게를 운영해온 분도 계셨고,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따님이 물려받은 분도 계셨고. 이런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시장이라는 공간이 과거로부터 사람들이 오며 가며 만나온 장소거든요.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과 그곳을 매개로 한 역사가 우리 지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제일시장’에 대해 여러 연구자들이나 시에서 정리를 잘해두었지만,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나 기억에 대한 아카이빙 자료는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구술 아카이브를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Q. 현직 교사이시기도 하고 팀원 분들도 역사 교사와 민속학자를 현업으로 삼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업무와 연구를 병행하기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연구가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이것 자체가 교육을 위한 자료 준비나 수업 준비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해요. 연구자라는 호칭이 학문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 붙여지는데, 저는 교사 하나하나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제 학문적 글쓰기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제출할 테지만 연구 과정 자체는 수업 준비와 같다고 봅니다.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분들도 즐기면서 하려고 하시는 편이에요.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팀을 구성하는 네 연구원 모두 자녀가 어립니다. 지지난 주 필드워크로 제일시장을 조사하러 나갔어요. 상인분들도 만나고 제일시장 구조도 파악하면서 사전 조사, 인터뷰를 했는데 정신없는 상황에 아이까지 돌보려니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어요. 연구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아이를 데리고 가는 상황 같은 게 발생하니 육아와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연구를 진행하며 루틴을 만들어서 지키는 편이신가요? 현업과 병행하기 때문에 연구에 대한 루틴을 일상적으로 만들지는 않고, 시간 단위의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고 있어요. 7월까지는 문헌 조사를 마무리 짓고, 8~9월까지는 구술 인터뷰 정리까지 마무리 짓고, 10월에는 보고서 정리까지 마치려는 계획이 있어요. 제가 전업 연구자라면 생활패턴을 연구에 맞췄을 텐데 현업이 있다 보니까 거기에 맞추는 편이에요. Q. 그럼 연구에 관한 생각을 학교에서도 하시는 편인가요? 교육 연구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갖고 있죠. 학교에서 학생을 만나면 어떠한 사고 반응을 보이는데, 그 반응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수업 행위에서 어떤 자료와 질문으로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을 때 의미 있는지에 대해 수업을 준비하며 늘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이건 제일시장을 매개로 하는 연구와 밀접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연구가 어떠한 자료로 드러났을 때 시민들에게 의미 있을까?’ 하는 질문과도 이어지거든요. 상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과거에 대한 기억, 현재 자신의 상업 생활에서 느끼는 점과 같은 것들을 스토리텔링화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내러티브는 어떤 과목이든 학생들이 교육 내용을 이해하는 도구거든요. 역사 안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활용해서 수업을 하는 수업 단계의 내러티브가 있고, 어떤 질문으로 수업으로 시작하고 어떤 질문으로 수업을 끝맺는지에 대한 내러티브가 있고요. 과거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내러티브의 단위로 소통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일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분석 대상이 되거나 ‘의정부에 오래 살았는데 내 기억과 다르기도 하네?’ 하는 생각과 질문들을 만드는 자료가 될 수도 있죠. 이미지 제공 :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Q. ‘연구’라는 것에 대한 책임연구원님의 생각은? 연구 자체에 대해서는 저보다는 연구팀 안에 있는 이민재 연구원님이 연구를 많이 하셨어요. 필드 연구도 많이 하시고, 곧 박사 학위가 나오시는데. 저는 그에 비해 훈련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연구가 이렇다저렇다 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연구는 이래야 한다면… 연구는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성실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여러 사람들로부터 비판과 검토를 거쳐서 자기 나름의 답변을 내놓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목적에 부합한 질문을 만들었다면 그것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질문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의미를 느끼게 하거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거나 하는 것에 일조한다는 데 보람을 느끼고는 합니다. 힘든 부분은 글쓰기인 것 같아요. 자료 조사는 흥미로운데, 정제된 언어로 상대방에게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있어요. 다만 연구비를 받아서 책무성이 생긴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순수한 궁금증이거든요. 경제적인 목적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를 해서 힘든 점이 좀 덜어지는 것 같아요. 보고서 정리할 때는... 힘들겠죠?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그럼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자기 문제에는 관심이 많잖아요. 자기 문제여서 질문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 삶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건과 관련해서 나도 비슷한 기억이 있고 힘들었던 지점이 있으면 그와 관련한 질문들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죠. 저는 24개월 된 아들이 있는데,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기는 질문들이 또 있더라고요.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었는데, 왜 어린이집에 대기 순번이 있을까? 국가는 아이를 위해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는데, 왜 어린이집에 아이를 못 보내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걸까? 이 대기 순서와 같은 경우는 지역별로 편차가 또 있더라고요. 아파트 단지가 있는 신도시와 아파트가 없는 구도심에 그런 차이가 있죠. 이런 부분에서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게 결국은 ‘자기 문제’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미지 제공 : 경기관광공사 Q. 연구원님께 ‘제일시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시기별로 좀 다른데요. 제가 청소년 때는 야자를 째고 떡볶이를 사 먹으러 가는 곳이었어요. 이후로 한동안은 관심이 없는 곳이기도 했고요. 한때는 ‘이제 대형 쇼핑몰이 있는데 저런 곳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곳이었고, 한동안은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는 곳이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며 다시 가게 되었죠. 동아리에서 우리 동네의 역사를 알고 싶다고 해서 부대찌개 거리, 제일시장 등을 방문했어요. 시장이라는 곳을 이전에는 상업의 관점에서만 바라봤다면, 요즘은 문화적인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마트, 홈플러스 등등 대형 쇼핑몰이 있다면 그 안에 여러 가지 소비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데, 이건 시장과 다른 종류의 것들이에요. 문화콘텐츠가 무궁무진한 곳이라는 생각도 들죠. 대형 마트에는 대형 마트를 위한 유통 시스템과 문화가 있고, 시장에는 시장을 위한 유통 시스템과 문화가 있어요. 대형 마트 같은 경우 밭과 계약을 맺어 생산물의 일정 수량을 유통하는 계약을 해요. 반면 제일시장 안에서는 도매, 소매 판매 행위가 함께 이루어져요. 아침에 도매상점에서 파는 것과 낮에 일반 시민들이 소매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은 다르죠. 다양한 층위의 상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대형 마트와는 다른 유통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일시장에는 유통, 호객, 사람들의 이야기 등 여러 가지로 접해볼 수 있는 문화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대형 마트는 공장과 같다는 느낌이 들죠.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창고에 물건들이 들어오고, 그 물건을 진열하고 가져가고 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판촉 일을 하는 분들이 상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 대해서 고민하지는 않거든요. 반면 시장에 계시는 분들은 물건의 생산과 품종에 대해서, 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는지를 아는 분들이에요.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도 마트와는 다르고, 한 종류의 일을 오래 해오신 분들이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시장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장모님 덕분에 상업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계속 가게 되는 연령층의 생각들도 알게 되었어요. 대형 마트에서처럼 가격이 정해져 있고, 정량의 물건을 사는 것도 좋지만, 어르신들은 그곳에서 상품에 대해 질문도 해보고, 상인 분들의 판단 기준을 알고, 직접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물건도 사러 가고 문화도 즐기면서, 단계마다 생각했던 부분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되는 공간인 것 같아요. Q. 연구에 대해서 인터뷰를 통해 의정부 시민 및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오래 보고 천천히 보고 자세히 보면 애정이 더 생기더라.” Q. 앞으로도 연구를 지속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경기 북부와 관련해 관심 있는 주제가 있다면? 연구를 지속할 생각이 있고,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은 이주 배경의 사람들이에요. 저는 우리나라의 1차 산업이 대부분 이주노동자의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거든요. 의정부에서 포천 방향으로 버스를 타고 한 시간만 가보면 중간부터는 이주 배경의 사람들이 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막 한국에 오신 분도 있고, 온 뒤로 시간이 많이 흐른 분도 계시고요. 그러다 보니 이주 배경의 학생들도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게 눈에 많이 띄죠. 이건 또 지역마다 편차가 커요. 한국에서 말하는 중산층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더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그런 곳에서 벗어나면 실제로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지역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교육이나 자원을 분배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다양성을 품은 사람들을 고려하기보다는 ‘표준’이라는 기준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에도 그런 문제점이 있고요. 그래서 이분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경기북부 작은연구 지원사업에 대한 연구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사실 ‘경기북부 작은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문화시민 동네연구’가 좀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이 자기 시선에서 궁금증을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문화도시 사업의 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인 연구보다 부담이 좀 적을 수도 있고, 결과물이 타당성이나 신뢰도 측면에서 떨어질 수는 있어도 시민들의 관점을 키우고 호기심을 해결하기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연구’와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좋은 질문들’에 대한 맹수용 연구원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제일시장’이라는 장소와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이야기, 그것을 바탕으로 탄생할 콘텐츠가 과연 어떠한 형태로 세상과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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