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다름, 모든 낯섦<2023 빼뻘마을 프로젝트> 사전 워크숍 "모든 다름, 모든 낯섦"이 6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총 4회, 빼뻘마을 내 커뮤니티스페이스 송산반점에서 진행되었다.워크숍 참석 대상은 빼뻘마을 프로젝트 심사를 통해 선발된 6팀이다. 최종 심사에서는 빼뻘마을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마을 재생, 커뮤니티 형성, 프로젝트 창의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지역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한 사업인 만큼 평가요소에서 워크숍을 통한 지역에서 문화 확산 가능성과 협업 진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심화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진행되었다. ⓒ문화도시 의정부지난 28일, "질문을 통한 프로젝트 진화"를 주제로 3회차 워크숍이 열렸다. 취재를 위해 빼뻘마을 내 위치한 커뮤니티스페이스 '송산반점'을 찾았다. 3회 차 미션은 마을에서 관계의 기술을 만드는 법, 지역아카이브를 통한 질문찾기, 질문을 통한 프로젝트 진화이다. 송산반점 내외부 모습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영업이 한창인 중국집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래된 영업의 흔적만 남은, 따뜻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사전워크숍 멘토 소개▪️ 김현주(빼뻘프로젝트 감독)▪️ 윤현옥(문화기획자, 아트큐브과천감독)▪️ 조광희(미디어 아티스트, 빼뻘보관소 운영)먼저 김현주 감독님과 윤현옥 감독님이 이곳 빼뻘 주민분들과 어떻게 만나고 관계 맺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다섯 개 팀 모두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준비 중이었고,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마을에서 관계의 기술을 만드는 법 빼뻘에는 종종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 오시는 예술가분들이 있다고 한다. 호기심에 온 외부인들에게 마을은 창작을 하기 적합한 ‘어떤 장소’로 여겨질 수 있지만, 마을은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마을에 남아있는 기지촌의 옛 풍경이나 슬럼화된 마을 풍경이 외부인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때때로 주민들 입장에서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낡은 자신의 집이나 가게가 모르는 사람의 사진 작품이 되거나 기사거리가 되는 일이 당연히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무심결에 놓치기 쉬운 부분을 꼼꼼이 짚어볼 수 있었다.김현주 감독님과 조광희 작가님이 빼뻘에 처음 방문하셔서 마을의 삼엄한 분위기를 느끼신 후 혼자 들어오기보다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의 도움을 받아서 들어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이곳에서 오래 활동하신 사회복지사님의 도움을 받아 들어왔는데 처음의 적대적이었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마을에 머물면서 "미혼모", "기지촌 여성" 등 '누구'를 '무엇'이라고 호명하고 소재로서 접근하는 일이 주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이 될 수 있다라는 걸 느끼면서 예술가의 창작의 태도와 마을에서 경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빼뻘에 주민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마을을 떠나고 결국 남겨진 주민들에게는 이들이 언젠가는 떠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말았다. 마을 주민들의 상처를 마주하고 나서 '나는 어떤 예술가적 욕망을 가지고 이곳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매 순간 스스로에게 던지며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절반정도는 이곳에 몸담고 살면서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빼뻘마을은 원주민과 이주민이 섞여있고 이곳으로 이주하게 된 상황이나 계기가 주민마다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따라서 '빼뻘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야'하는 식으로 집단화해서 판단해선 안 되며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나는 여기에서 뭘 하고 싶어요'를 알 수 있게 되는 과정만으로도여러분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어요.주민들과 만나는 방법 이것만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셔도 괜찮아요. 굉장히 사소한 문제 해결 같은 것들 있잖아요. 여러분들이 자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바닥마저도 자세히 훑다 보면마을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지역에 대한 어떠한 편견이나 사전 정보에 구애받지 않고 주민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단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주민 분들의 아픈 기억을 캐묻지 않아도 자주 찾아오고 발 붙이다보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저에게는 사고의 전환이 되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무언가 거창할 필요 없이 프로젝트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참여자들을 안내했다.도시재생으로 동네가 예뻐지면 재개발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예술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신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지역 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 현장에서 습득한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질문을 통한 프로젝트 진화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난 뒤 팀별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한 팀 씩 돌아가면서 멘토링을 받고 다른 팀들은 잠깐 바깥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멘토링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여기 계신 분들이 최종 선발되신 분들이 아니라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는 줄로 착각했을 정도로 날카로운 피드백이 오고갔다.주민 분들과의 관계 맺기의 준비를 얼마만큼 단단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이게 이제 작업에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멘토링을 통해 선발팀들의 작업 계획이 보다 구체화되고, 질문을 통해 프로젝트가 진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지역 아카이브를 통한 질문방법 찾기 다섯 팀의 팀별 멘토링이 끝나고 맛있는 김밥과 함께 점심시간을 가졌다. 바로 이어서 인천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오석근 사진작가님이 지역아카이브를 통한 질문 찾기를 주제로 강의했다.무려 10년이 넘는 장기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을 전개해오신 오석근 작가님의 강의를 통해 아카이빙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생생하게 체감하며 배울 수 있었다. 인천은 개항장이었고 많은 수의 근대 건축물, 건축 유산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기회가 많다고 생각을 했죠. 건축물이 인상적인 신흥동이라는 동네를 좋아했는데, 재건축 이슈가 터지면서 '무너지기 전에 기록 작업을 해야겠다'하고 자연스럽게 처음 시작을 했던 거죠.한 편의 전시를 보는 듯한 강의였다. 사진 작가님 강의 답게 사진을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래 홈페이지를 통해 인천의 오랜 역사문화가 담긴 건축물들을 작가님만의 고유한 색채로 아카이빙한 작업물을 둘러볼 수 있다.인천은 잘 아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담아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 주변, 이곳 의정부에도 미처 발견되지 못한 아름다움은 없는지 찾아나서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빼뻘마을 탐방하기강의가 끝나고 김현주 감독님의 안내와 함께 빼뻘마을 곳곳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훅훅 찌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의 열정에 이끌려 빼뻘마을 구석구석에 녹아있는 디테일을 읽어낼 수 있었다.마을에 대한 애정과 균형잡힌 시각을 모두 갖춘 김현주 감독님의 가이드 덕분에 빼뻘마을에 오랜시간 몸담고 지내면서 알게 되었을 것들을 깊고 빠르게 훑으며 배워갈 수 있었다.취재든 예술 활동이든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만남으로 다가가고 의식있는 예술가로서 작업에 앞서 다각도의 고민이 수반되어야함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2023 빼뻘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예술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빼뻘마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마을 주민분들과의 관계맺기를 통한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완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