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백에 담긴 위대한 유산2023 백만원실험실 ‘송산사지를 지켜라’ 장정화 실험지기 “자연환경이 변하려면 사람이 변해야 하는데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은 정말 어렵지요.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심어준다면 변화는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요?” 장정화 실험지기가 실험 목적을 밝히며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뜨겁고 탁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는 걸 마다할 사람은 없다. 조용한 숲속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 우리는 어느덧 평온을 얻고 머리를 식히거나 마음을 되짚을 때도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고민한다. ‘바이오필리아’, 모든 생명이 순환하는 자연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다는 뜻이다. 산속에 축축한 흙냄새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좋아 등산을 자주 즐긴다는 장정화 실험지기의 마음도 바이오필리아로 가득 채워져 있다.하지만 종종 장정화 실험지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시선이 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그것이다. “자연환경이 변하려면 사람이 변해야 하는데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은 정말 어렵지요.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심어준다면 변화는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요?” 장정화 실험지기가 실험 목적을 밝히며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송산사지를 지켜라’ 백만원실험실이 지난 6월 10일 의정부 송산사지 근린공원에서 열렸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은 폐현수막으로 만든 나만의 플로깅백을 꾸며보고 이를 활용해 플로깅(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하는 프로그램으로 100여 명의 유아와 그 가족들이 참여했다.얼마 전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를 왔다는 장정화 실험지기는 “서울에 살다 의정부로 이사를 오니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의정부는 서울 가까이에 있고, 산과 공원 등 여러 환경자원도 풍부한 곳이라 이사를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녹지공간이 별로 없던 전 동네와 달리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선사하는 송산사지 근린공원 근처로 이사를 온 그녀는 “매일 이 공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하다”며 “송산사지 근린공원을 지키고 싶어 실험 장소도 이곳으로 정했다”고 밝혔다.인터뷰 내내 밝은 목소리로 백만원실험실 ‘송산사지를 지켜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정화 실험지기, ‘쓰레기 줍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하는 그녀였지만 평범한 것을 귀하게 여기고 지킬 줄 아는 지혜로움이 그녀에게 품어져 나왔다. 다음은 장정화 실험지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송산사지를 지켜라’를 기획한 계기가 있나요?회사 출근 전에 아침 운동을 다니며 보이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어요.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공원과 거리가 깨끗해지니 매번 줍게 되더라고요. 어느 날부터인가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도현이가 따라나섰어요.사실 초등학생만 되더라도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덜컹 겁이 났어요. 우리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가 되면 어떻게 될지요. 그런데 저와 같이 다니다 보니 어느덧 도현이 손에도 쓰레기가 들려있더라고요. 그렇게 몇 번 해보더니 이제는 도현이가 먼저 쓰레기를 보면 줍자고 해요.도현이의 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쓰레기를 줍는 경험을 해보면 최소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 이 실험을 기획했습니다. ‘송산사지를 지켜라’ 진행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폐현수막이 가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재활용의 개념을 알려주고 쓰레기 줍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심어주면 좋으니까 꼭 유아들과 해보고 싶었죠. 때마침 의정부시 육아 종합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U-JJAM DAY’라는 팝업식 놀이터 가족 체험행사가 6월 10일에 송산사지 근린공원에서 영유아 150명을 대상으로 열린다고 하기에 양해를 구해 같은 날 함께 진행하게 되었어요.플로깅백, 집게, 선물 등은 40개씩 준비했으며 쓰레기를 5개 이상 주워오면 제비뽑기를 해서 상품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1, 2, 3등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큰 장난감을 준비했고, 4등은 모기퇴치 팔찌, 5등은 불빛 새총을 준비했어요. 앞으로 쓰레기를 줍는 경험을 계속해보라는 의미로 자신이 썼던 집게와 플로깅백을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참여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홍보하지 않았는데도 큰 장난감 선물을 보고 아이들이 먼저 다가왔어요. 그 선물은 7살, 4살인 저희 아이들과 함께 고른 것이에요. 다른 아이들이 무슨 장난감을 좋아할지 잘 알더라고요. 선물을 타려고 아이들이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왔어요. 전체 2~3시간 계획한 일이었는데, 아이들이 많이 몰려와 1시간 만에 모든 것이 동이 나 버렸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다행히 1, 2, 3 등 선물이 뒤늦게 뽑혔어요, 만약 1, 2, 3등 선물이 먼저 뽑혔다면 도전할 아이들이 많지 않았을 거예요. 아이들은 1등을 뽑으려 쓰레기를 열심히 주워 왔고, 결국 큰 장난감 선물은 마지막에 할머니와 단둘이 왔던 아이가 뽑게 되었어요. 할머니께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시는데 아이도 좋아하는 걸 보니 뿌듯했어요.앞으로도 계속 플로깅하실 계획인가요?최근에도 무지랭이 약수터를 갔는데 쓰레기가 많아 도현이와 쓰레기를 줍고 왔어요. 쓰레기를 줍다 보면 어딜 가든 쓰레기를 줍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어요. 제가 줍지 않으면 아무도 줍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7살인 저희 아들 도현이도 저와 같은 마음인 것 같아요.저희는 누가 쓰레기를 버렸는지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해요. 내 주위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찾아간다면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모든 사람이 자녀에게 근사한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한다. 아들과 쓰레기를 주울 때마다 장정화 실험지기의 플로깅백에는 아들을 향한 근사한 유산이 담기고 있다. 소중한 것을 알아보고 지켜나갈 줄 아는 위대한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