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보이 : 매너가 소년을 만든다요즘 먹방은 거의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다루는 인기 소재이다. 그러다 보니, 식사 예절 없이 그저 많은 양의 음식을 무아지경으로 먹는 영상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자극적인 음식 문화에 노출된 학생들은 음식을 음미하고 건강한 음식 문화에 대해 배우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러한 현실 속, 양보다 질을 추구하며 음식을 음미하고 식사 매너에 대해 배우는 실험이 있다. ‘킹스보이 : 매너가 소년을 만든다’는 의정부중학교 학생들과 실험지기 안예은으로 구성된 실험으로 음식과 음식문화를 즐기는 실험이다. 소년들이 어떻게 식문화를 배웠을지 궁금증을 품고 실험지기 안예은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Q : ‘킹스보이’ 소개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 안녕하세요. 저는 킹스보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실험지기 안예은입니다. 현재 의정부중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획한 ‘킹스보이:매너가 소년을 만든다’ 실험은 우리 의정부중학교 남학생들과 함께 음식을 음미하고, 식사 매너를 지키며 음식문화공간을 즐겨보는 체험을 하는 실험입니다. Q. 실험은 어떤 이유로 기획하게 되셨나요? 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A : 이 실험을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위의 글을 접한 것입니다. 저도 어릴 적 다양한 음식문화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 성인이 되어 제 돈 주고 처음 가보는 음식점에 갔을 때, 당황하고 주저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괜히 위축되는 마음이 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값싼 음식을 빨리, 많이 먹는 것에만 몰두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인식하고, 음식문화를 향유하는 문화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쯤은 학생들에게 꼭 정갈한 식사와 음식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학교 예산은 한정적이고, 제약이 많아 실행으로 옮기긴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백만원실험실을 통해 자유롭게 기획하고 실천할 기회를 얻었고, 학생들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Q. 실험에 참여할 학생들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모집하셨나요?A : 실험은 형평성을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모집했습니다. 신청서 양식을 만들어 홍보자료를 SNS와 학교 게시판을 통해 게시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열의와 적극성을 평가하기 위해 신청서 내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면 프로그램 참여 과정과 소감을 어떻게 결과물로 제작하고, 공유할 것인지’를 적도록 했습니다. 해당 문항에 얼마나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작성했는지를 기준으로 총 40명의 신청 학생 중 5명을 선정했습니다. Q. 음식을 맛보며 음식 문화에 대해 배웠던 실험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A : 이 실험을 통해 총 세 군데의 식당을 방문했습니다. 7월 19일에는 장암동에 있는 파크프리베에서는 양식 식사 체험을 했습니다. 양식 체험을 하며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알려줬던 것은 양식을 먹을 때는 공용 음식을 개인 식기에 조금씩 덜어 먹는 것, 스테이크를 써는 법(학생들이 칼을 쥐는 법을 몰라서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마르게리타, 카르보나라 등 생소한 양식 이름을 접하는 것이었습니다. 7월 20일에는 호원동에 있는 메이찬이라는 중식당에서 중식 코스요리를 체험했습니다. 원래는 의정부동의 지동관을 가려고 했으나 지동관이 내부 리모델링으로 장기간 휴업을 하여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중식 코스요리를 체험하며 학생들은 테이블을 직접 돌려보며 음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처음 먹어보는 요리(오리알, 깐풍기, 꽃빵 등)를 맛보며 신기해했습니다. 7월 21일에는 호원동에 있는 스시진솔에서 일식 오마카세를 경험했습니다. 심지어 저 역시도 오마카세가 처음이라 긴장하며 들어갔는데 쉐프님이 눈앞에서 초밥을 만들어 하나씩 각자의 그릇에 올려주시는 게 신기하고 대접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구별해서 맛보고, 조용하게 맛과 분위기를 음미하며 식사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서 처음 ‘진중한 모습’을 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 파크프리베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 메이찬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 스시진솔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 스시진솔Q.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한 활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이었나요?A : 실험 초기에는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고르고 만들어 보게 하려고 했으나 실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예약해야만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임의로 실험 내용을 바꿔 음식 체험 후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7월 25일에 퍼스트제과제빵학원에서 학생들은 직접 초콜릿 맛 마들렌을 만들었고, 포장하여 가족들에게 선물했습니다.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https://www.instagram.com/reel/CvH1LunhbwU/?igshid=MzRlODBiNWFlZA%3D%3D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 릴스영상 Q. 학생들과 함께 음식을 음미하고 음식 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기록하고 남기는 활동도 학생들과 함께 진행되었나요?A : 학생들을 모집할 때, 신청서에 실험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5명의 학생이 각자 실험 참여하면서 역할을 분담하도록 했습니다.민건이가 찍은 사진과 유준이가 찍은 영상을 단톡방에 공유해 주면 건우는 이것을 스토리에 게시했고, 민찬이는 브이로그로 편집에서 당일 저녁에 실험지기인 저에게 보내줬으며, 저는 브이로그를 인스타 계정에 릴스로 게시했습니다. 승찬이는 프로그램 참여 소감과 과정을 방학 동안 이야기책으로 만들어 개학 날 저에게 제출하기로 했고, 이는 성과공유회 때 게시하기로 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u6BclUgtDK/?igshid=MzRlODBiNWFlZA%3D%3D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 릴스영상 Q. 여러 장소를 다니셨는데, 장소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A : 장소는 의정부를 대표할 만한 양식, 중식, 일식 맛집을 일차적으로 추렸습니다. 단순히 맛만으로 고르지 않고, 해당 음식 공간의 분위기도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한 곳을 그다음 기준으로 두어 최종 선택했습니다. Q. 참여 학생들 간,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했던 방법들이 있을까요? A : 참여 학생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프로그램에서의 각자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1회차에 다 같이 모여 관계 형성하고 프로그램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하는 시간을 추가했습니다. 1회차의 교육이 전체 프로그램 진행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실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과 생각을 전달하고 싶으셨나요?A : 남자중학교에서 음식은 그저 배 채우는 것에 불과합니다. 급식실에서 빨리, 많이 먹는 것에만 익숙한 우리 학생들에게 음식도 문화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그동안 학교에서 해주지 못했던 값비싼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음식으로 대접받으며, 자신을 귀하게 여기게 되길 바랐습니다. Q.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이나 변수가 있었나요?A : 네. 이 프로그램은 소수의 학생에게 큰 예산을 쓰는 프로그램이고, 사전에 다수의 신청자 중에 선별하여 최종 참여자를 선정한 만큼 선정된 학생들의 참여 의지가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다 제 마음 같을 순 없었습니다. 최초 선정된 학생 중 1명은 일정을 보지도 않고 신청해 놓고, 선정 후에 참여가 어렵다고 통보하여 급하게 프로그램 시작 전에 최종 선정자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또 이미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2회차까지 참여한 학생이 마지막 5회차에 제주도를 간다고 하여 결국 그 학생은 4회차까지 참여한 후, 5회차는 다른 학생을 섭외해야 했습니다. 학생들과 무엇을 한다는 것은 변수를 항상 고려해야 하는 일임을 또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Q. 실험을 마친 후 느낀 점에 대해 궁금합니다.A : 실험을 마친 후 3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로, 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참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사라는 것을요. 더운 여름에,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방학에, 학생들을 이끌고 여기저기 다니면서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학생들 입에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부르더라고요.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 백만원 실험실을 하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둘째로, 의정부 시민으로서 의정부를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도시, 의정부는 학생들과 즐길 곳이 많구나,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세 번째로, 학생들이 킹스보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의젓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학생들은 실제로 단 한 번도 약속 시간에 늦지 않았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았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학생들의 주도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제가 오히려 학생들을 의지했습니다. 학생들이 좋은 음식문화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실험지기의 진심이 담긴 실험에, 책임감 있게 참여한 학생들의 느낀 점과 생각이 궁금했다, 그래서 참여자 송승찬, 김건우, 김민찬, 김민건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여러 장소를 다니며 음식에 대해 음미하고 탐구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음식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송승찬: 평소에 좋아하던 짬뽕을 이번 실험을 통해 중식 코스요리로 체험하며 먹게 되어 짬뽕이 기억에 남습니다.김건우: 처음에 간 파크프리베에서 먹은 음식이 제일 좋았습니다. 제일 맛있기도 하고 제일 재미있었습니다.김민찬: 파크프리베에서 먹은 샐러드가 기억납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 샐러드랑 다르게 생겼고 맛도 일반 샐러드보다 맛있어서입니다.김민건: 가지입니다. 이번 실험으로 가지를 처음 먹어봤는데 예상외로 맛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Q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고 지인과 가족분들에게 대접하는 활동을 하셨는데, 음식을 대접하셨을 때 주변 반응과 느낀 점에 대해 궁금합니다.송승찬: 가족들이 초콜릿 맛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맛있게 드셔주셔서 신기했고, 감사했습니다.김건우: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시며 모두가 맛있다고 하셨습니다.김민찬: 반응은 맛있다. 어디서 만들었어?, 어떤 빵이야? 등 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빵이라 더욱 뿌듯했습니다.김민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고 처음 마들렌을 만들어 봤는데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 Q. 실험 후, 음식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송승찬: 실험하며 여러 음식을 먹어 보니, 다른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김건우: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세상에는 내가 몰랐던 음식이 많이 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김민찬: 음식을 먹는 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김민건: 실험하며 빵을 제작할 때, 다른 빵집들도 다 이렇게 빵을 만드는 건가, 하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Q. 실험하며 느낀 소감에 대해 궁금합니다.송승찬: 평소에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친구들과 먹어보게 되어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김건우: 전에 케이크는 만들어 봤지만, 다른 디저트는 처음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디저트를 만든 날, 옆 강의실에서 빵을 나눠주셔서 그날 실험이 더욱 좋았습니다.김민찬: 실험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제빵학원에서 맛있는 초콜릿 맛 마들렌을 만든 것입니다.김민건: 생소한 이름의 음식들이 있던, 맨 처음에 간 파크프리베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출처 : 2023 백만원실험실 '킹스보이:매너가소년을 만든다.' 실험지기 안예은 제공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과 음식문화를 알려주고 싶었던 실험지기의 따뜻한 마음과 방학에도 불구하고 실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진심이 돋보였던 실험이었다. 음식을 단순히 양으로만 먹는 것이 아닌, 음식이 있는 공간을 느끼고 음식을 음미하며 하나의 문화로서 대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음식으로 대접받으며, 자신을 귀하게 여기게 되길 바랐습니다.'라는 실험지기의 말처럼 이 기사를 본 사람들도 음식문화를 통해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