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인형으로 마음을 나누다

백만원 실험실 <순례주택 잡화점 in 의정boo> 현장 스케치 7월 15일. 한창이던 장마가 조금은 누그러진 주말 오전. 최진선 실험지기님의 <순례주택 잡화점 in 의정boo>의 현장을 담기 위해 아파트 상가 건물에 위치한 작은 태권도장을 방문했습니다.  실험이 시작하기 전부터 아이들은 저마다 함께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간이식 박스 책상을 접는 아이부터 책상으로 사용할 매트를 옮기는 아이까지. 오늘 진행할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행동으로 보여 주듯, 저마다 할 일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눈에 담으며 실험 장소를 둘러보던 중, 아이들은 “선생님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오늘 걱정 인형 같이 만들어요?” 하며 질문했습니다. 저는 오늘 사진을 찍고, 함께 활동에 참여할 선생님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경계심이 누그러진 듯, 오늘 인형을 예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순수한 질문이 참 귀엽게 느껴졌어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앞서, 최진선 실험지기님은 걱정 인형의 유래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걱정, 그리고 인형. 단순한 인형의 생김새만큼이나 직관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 CF를 통해 여러 번 보기도 해서 익숙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걱정 인형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는 알지 못해서 아이들과 함께 설명을 경청했습니다. 실험지기님의 설명에 따르면, 걱정 인형은 과테말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나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부모가 아이에게 여섯 개의 인형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고 해요. 인형 혼자만 모든 걱정을 부담하면 힘들어질 테니 다른 친구들까지 함께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아주 귀여웠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니, 모두들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스물다섯 명 남짓의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만의 걱정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모범생 그룹은 혼자서 척척 매듭을 짓고, 진도를 착착 나갔습니다. 유독 눈을 빛내며 설명을 이해하던 한 친구는 같은 그룹의 어린 동생들을 도왔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 먼저 한 단계를 완성한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다른 친구가 헤매지 않도록 길을 잡아주었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주 어린 저학년의 아이들은 누구보다 걱정 인형을 만드는 과정에 열심이었습니다. 가끔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무엇인가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옆 친구를 적극적으로 도우는 모든 과정이 즐거워 보였어요. 아이들의 밝은 표정에서 실험 시간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실 두 줄, 몇 개의 매듭, 그리고 구슬 하나로 걱정 인형의 틀을 완성하고서는 모두가 고대하던 꾸미기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원하는 색의 펜을 차지하기 위해 모두 중앙에 모여 치열하게 펜의 색상을 확인했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모든 과정을 주도했습니다. "저는 키가 작은 걱정 인형이 좋아요!" 그 말에 길게 남겼던 실을 서로 싹둑 잘라 주고, 친구의 것과 키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롱다리 걱정 인형이 좋다며 실과 실을 엮어 빨간 다리를 더, 더 길게 만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채로운 걱정 인형이 완성되었습니다. 저와 낯을 가리던 친구들도 신이 나서 각자 만든 인형을 자랑했습니다.  "선생님, 이것 봐요. 저도 찍어 주세요!" 처음 활동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한 번도 대답해 주지 않았던 친구 역시 저를 보며 포즈를 취해 주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걱정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걱정 인형을 만들면서 걱정이 사라졌나요? 마무리 질문에 아이들은 씩씩한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환하게 웃으면서요. 모든 실험실 활동이 끝나고, 실험지기님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취재를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실험지기님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져 보았어요. 선물로 주신 걱정 인형을 손에 쥔 채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Q. 이번 실험실을 기획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A. 저는 원래는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진행했어요. 그 활동을 하다 보니 조금 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틀에 갇혀 있지 않는 방식으로요. 무언가를 더 좋게 나눌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던 과정에서 이 ‘백만원 실험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험이라는 것 자체가 궁금하기도 했고, 정말 실험실을 통해서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저의 발전이나 도전에 더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황금마차’라는 것이 있어요. 그런 걸 하고 싶었어요. 이 활동을 통해서 무엇을 나누고, 제가 누군가에게 그냥 무엇을 주었을 때 적대감 없이 ‘받았다는 것’만으로 기뻐할 수 있는, 그런 걸 꿈꿨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툭 던졌을 때, 모두가 그날 하루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것. Q. 처음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순례주택 잡화점 in 의정boo’라는 실험실 제목이 독특해요. 특별히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A. 『순례 주택』이라는 책이 있어요. 소설인데요. 그 집에 들어오면 행복해지는 잡화점 같은 느낌이에요. 저도 그런 걸 꿈꿔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제 모티브가 뭐냐면,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거거든요. 왜, 그 <응답하라 1988>을 보면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살면서 이 집에서 뭐 하나 하면 여러 집에 나눠 주고 하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그렇게 살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렇게 못 살잖아요. 저는 그렇게 마을을 만들어서 다 같이 살고 싶거든요. 그 잡화점처럼, 그런 집을 만들고 싶어요. 나눠 주고 싶은 욕심? 그런 것에서 비롯해서 실험실 이름을 그렇게 짓게 되었습니다. Q. 오늘 활동이 사실 태권도장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어떻게 이 공간에서 이 아이들이랑 진행을 하기로 하신 건가요?A. 사실 이 활동을 기획하면서 다양하게 생각을 했어요. 중랑천 같은 곳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면서요. 놀이터도 생각을 해 봤어요. 정자도 있으니 거기에 정말 잡화점처럼 마크라메도 걸어 두고, ‘잡화점’을 이렇게 쓸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시청에 신고도 해야 하고, 날씨도 문제였죠. 비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이 근방에 태권도장도 있고, 아이들도 많고, 학부모님들도 있으니 여기에서 해 볼까? 하고요. 그렇게 협의를 시작했죠. 그랬더니 관장님이 너무 좋다고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아이들이랑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으니, 태권도장에 행사가 없을 때 열어 주시겠다고요. 태권도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유치원생도, 고학년도 모두가 가능하다고 홍보를 했어요. 그렇게 회룡초등학교 아이들과 다른 학교 아이들이 모였어요. Q. 오늘 행사에서는 걱정 인형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A. 요즘 아이들이 보면, 갈 곳도 없고 늘 하는 것도 인터넷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제 딸만 봐도 그렇거든요. 제 딸이 집에 오면 누군가에게 뭘 털어 놓고 하지를 않아요. 큰딸이 사춘기가 오기도 했지만, 저도 걱정이 많고 아이도 걱정이 너무 많아요. 저는 저한테 ‘사춘기 엄마’라고 하거든요. 제 자신을 사춘기라고 지칭하는데, 지금이 가장 걱정이 없는 나이인 것 같은 아이들도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 걱정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학원에 치이고, 그러다 보면 또 얘기하지 못할 게 생길 테니까요.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또, 아이들이 접하기 가장 쉬운 게 인형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것들을 은근히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전에 가랜드를 만들어서 인형 하나를 걸어 놓았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그걸 되게 가지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러면 걱정 인형을 만들면서 자유롭게 그림도 그려 보고, 걱정도 털어놓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도 (걱정 인형 만들기 키트를) 한 이백 개 만들면서, 거기 걱정을 다 털어놓았어요. 걱정이 다 사라지지는 않죠. 그런데 그게 마음의 위로가 되기는 하더라고요. Q. 이 행사가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나요?A. 그런 것보다는, 이 실험실을 통해서 배운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제가 한층 좀 자랐어요. ‘백만원 실험실’을 하면서 실험실분들을 만났잖아요. 그러면서 환경 문제도 접했어요. 제가 원래 뜨개 전공인데, 이것(걱정 인형)도 사실 남는 실로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버려지는 걸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만들기 시작하고, 어머님들과 만들기 시작했어요. 폐뚜껑으로도 구멍을 뚫으면 인형을 만들 수도 있거든요. 버려진 현수막을 가지고도 끈을 뜨개로 만든다거나, 환경적으로요.‘백만원 실험실’에 참가하면서 배우고, 저도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이 실험실이 저한테는 실험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어요. 정말로 실험이 됐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이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저는 정말 좋은 도시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의정부에는 한 십 년 정도 살았거든요. 큰아이가 열한 살인데, 큰아이를 가지면서 이 도시로 왔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누군가 제게 뜨개를 잘한다고 말을 해 줘서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재능을 끌어 주신 것도 의정부고, 배움을 주신 것도 의정부고. 그래서 그 배움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백만원 실험실’에 지원했던 것도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나누려고 하고 있고요. <순례주택 잡화점 in 의정boo>는 아이들과의 함께하는 만들기 활동을 위주로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걱정 인형을 만드는 현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 그리고 실험지기님의 진솔한 마음이 이 실험실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선뜻 마음을 전하고, 함께 나누는 모든 과정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의정부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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