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화분으로 다시 태어나다!” 7월 첫째 주 토요일, 목지연 실험지기의 부름을 받고, 경의초등학교 옆 작은 책방으로 향했다. 책방엔 이미 아이들이 꽉 차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실험을 진행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듯 자꾸만 흐르는 콧잔등에 땀을 닦으며 아이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목지연 실험지기의 직업은 유아숲지도사다. 실험지기의 직업을 듣는 순간, 왜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실험을 진행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 역시도 내 아이를 만나며 환경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이름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두려워지고 아이에게 균을 옮길 것만 같은 것들은 멀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의 유년기에는 흙도 먹으면서 컸던 거 같은데 내 아이에겐 무균실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 전전긍긍하게 된다. 늘 한쪽 마음엔 괴로움이 있다. 자연만큼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에 절대 변치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들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현재의 아이들은 흙과 나무가 일상이 아닌 체험이 되어버렸다. 그런 탓인지 아이들과 환경을 가까이하고 있는 목지연 실험지기의 실험에 더 공감되었다. 목지연 실험지기는 실험에 앞서 아이들에게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설명했다. 업사이클링이란 간단하게 일상의 생활 폐기물에 디자인을 가미한 뒤 재가공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 평소 골목 산책을 좋아하는데 배출한 쓰레기를 보면 아직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들이 많다고 생각했고, 버려지는 물건을 주워 필요한 지인에게 제공하거나. 재가공을 통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것에 취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회용 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요새 점심으로 라면을 먹어도 커피는 꼭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히며 넘치는 플라스틱 컵을 안타깝게 바라봤고, 또 업싸이클링에 함께하는 시민 역시 쉽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체험 준비물로 아이들 앞에 놓인 일회용 컵은 아이들의 가정으로부터 온 컵이었다. 컵에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로고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 컵에 담겼던 액체들도 다 다른 종류였으리라 생각하니 이 컵들이 처치 곤란 쓰레기가 아닌 각기 다른 사연이 있는 매력적인 물건처럼 느껴졌다. 오늘 컵에 심을 식물들은 ‘호야’와 ‘아이비’였다. 실험지기가 호야의 이름을 설명함과 동시에 아이들은 ‘야호!’라고 외치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아이비는 동참한 학부모들이 심었다. 실험지기는 집에 돌아가 컵에 구멍을 뚫어 끈을 연결하면 간단하고도 멋진 행잉 화분이 될 거라고 설명했다. 나와 아이들의 앞에는 배양토와 호야 몇 뿌리가 놓였다. 같은 식물이라고 다 같게 생긴 것이 아니다. 색깔도 미세하게 다르고, 잎의 길이나 굵기 생김새가 눈에 띄게 달랐다. 신중하게 두 개의 호야를 골랐다. 나는 연 분홍색을 띤 호야 한 뿌리와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는 통통한 잎을 가진 호야 한뿌리를 잽싸게 집어 들었다. 집어 든 두 개의 호야를 단정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흙을 3분의 2정도 담은 컵 안에 넣어 컵을 천천히 돌려가며 주변으로 흙을 채워주고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꾹꾹 눌러줬다. 혹여나 실수로 내 커다랗고 뭉뚝한 손가락이 호야가 해치진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나와 달리,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호야 심기를 쉽사리 끝냈다. 그리곤 흙에 손을 묻어 비비기도 했으며, 냄새를 맡기도 했다. 실험지기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흙에서 무슨 냄새가 나나요?” 그리고 한 아이가 말 끝나기 무섭게 “흙냄새요!”라고 답했다. 나는 무슨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콧구멍에 흙이 들어갈 만큼 가까이 맡아봐도 떠오르지 않아 난감했는데, 아이들의 단순하고도 정확한 답변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실험지기는 스티커를 나눠줬다. “여기에 이름을 써주세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사랑아~ 잘 잤니? 하고 이야기를 나눠보아요~” 아이들은 ‘은하수’ ‘박박이’ ‘채발이’ ‘야채호’ ‘쑥쑥이’ ‘새싹이’ ‘야호’ 등의 이름을 붙였다. 한 아이는 “이름이 너무 길어 못 쓰겠어요~”라고 했다. “네가 심은 호야의 이름이 뭐니?”라고 묻자 “소고기 무한리필요!” 라고 답했다. 실험지기는 물론 학부모와 아이들까지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모든 활동이 끝난 뒤 아이들은 머리 위로 화분을 올렸다. 푸릇푸릇 잎들이 꼭 어여쁜 아이들 같아 보였다. 이 실험으로 인해 아이들은 환경을 손끝으로 배웠다고 생각한다. 지저분하다는 고정관념으로 만지기 싫었던 길거리의 일회용 컵으로, 세균이 득실거린다고 만지지 말라 했던 흙을 비비며, 관심도 없었던 식물을 심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모든 것이 편리하게 발달하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통제되기도 한다. 하지만 목지연 실험지기가 진행하는 이번 실험에서는 달랐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흘러갔다. 일회용컵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나 역시도 최대한 텀블러로 이용하여 커피를 마시겠지만, 불가피하게 일회용컵을 사용 할시에는 재활용해야겠다. 국가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한다는 기사를 여러 번 봤다. 어서 제도가 보편화되어 재활용이 귀찮을 땐 적어도 모아서 반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목지연 실험지기는 이번의 실험이 작게나마 시작점이 되어 자연과 환경을 생각했으며 한다며, 일회용품을 버리지 않고 쓰임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고, 또 될 수 있으면 일회용품을 안 썼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