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은 어떤 색깔인가가슴으로 노래하는 애송시 한편 ‘행복을 담다’의 시 낭송 콘서트에 방문했다가 얻어온 물음이다. 내게 가을은 늘 붉고 노란 낙엽 색과 같았다. 이유를 묻는다면 지금껏 그렇게 반복적으로 학습되어 왔다고 답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을이 무척이나 외롭고 또 허무하여 짙은 회색빛으로 느껴진다. 인생은 뭘까. 그토록 열심히 꽃을 피우고 푸르른 나뭇잎을 펼쳐 한 여름을 버텨온 것이 무슨 소용인가. 허망하게 떨어지면 그저 쓰레기에 불과한 것을. ‘행복을 담다’는 의정부 시민들이 모여 시를 나누고 감성을 표현하는 모임이다. 11월 10일 금요일 저녁 6시 의정부동에 위치한 빛뜨레커피에서는 ‘행복을 담다’의 시 낭송 콘서트가 있었다. 콘서트는 천상병 시인의 시와 가을 시를 낭송하는 시간들로 구성되었다. 빛뜨레커피는 사이 공간 운영 중이며 몇 주 전에는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작은 음악회가 있었고, 또 그림 정원(사이 공간)의 전시회도 이곳에서 진행 중이다. 빛뜨레커피야 말로 의미에 맞게 운영되는 진정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르른 식물들이 계절을 잊게 하고, 커다란 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낮에는 커다란 유리온실을 연상케한다. 하지만 깜깜해진 저녁의 창밖은 다르다. 칼바람이 눈에 새겨질 만큼 서늘하다. 하지만 내부는 크리스마스의 어느 파티와 같이 성대하고 또 따뜻하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시인의 귀천 가장 유명한 천상병 시인의 대표적인 시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다. 천상병 시인은 의정부 장암동에서 13년을 살며 이 시를 남겼다고 한다. 의정부 소풍길에서는 귀천 시를 만날 수 있다. 시 낭독이 시작되었다. 감정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장년의 낭독자 목소리에 마음이 울컥하고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의 살아온 삶이 낭독자의 목소리에서 느껴져 시의 한 구절, 구절에 몰입이 되어 마음이 긴장되었다가 또 이완되었다가가 반복되었다. 모든 출연자가 직업으로서 낭독자와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감정이 좋았다. 이보다 더 이 시를 잘 이해한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콘서트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인생은 허무한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과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마음이 마냥 쓸쓸했던 건 아니다. 시가 따뜻한 바람이 되어 내 마음을 끌어안아줬다. 시를 들을 때 울컥 걸렸던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덕에 마음이 촉촉해진 것은 확실하다. 애송시와 함께하는 이번 실험, 참여자 모두가 내가 느낀 가슴의 촉촉함을 원해 실험에 참여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