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역전 10월 31일 저녁 7시 지하상가 청년몰의 공용공간에서는 <명절 보자기 리사이클링>을 주제로 한 실험이 있었다. 총 8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였다. 명절 보자기라면 우리 집에도 많다. 남편 생일날 sns를 통해 친구가 한우를 보내줬는데, 황금색 보자기에 포장되어 왔었다. 또, 강원도에 있는 아빠가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버섯을 보내줬는데, 버섯도 상자에 담겨 보자기에 싸여왔다. 그 밖에도 언제부터인지도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전부터 우리집에 살아온 보자기가 제법 많다. 보자기를 버리지 못한 이유는 아까워서다. 버리기엔 아깝고 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쓸모를 찾지 못해 애물단지가 되어 신발장 구석에 박혀있다. 오늘 이 실험을 통해 그 박혀있는 보자기를 다림질하여 쓸모를 주리라 결심해 본다. 지하상가에는 청년몰이 있다. 의정부역 3번 출구 앞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오늘 실험은 청년몰 내부의 공용공간에서 진행한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공용공간을 찾지 못해 늦으면 어쩌지 긴장을 했었는데,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공용공간 앞에서 실험지기분이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자리에는 보자기 여러 개와 박스, 두루마리 휴지, 매듭법을 기록하는 종이 한 장과 펜이 각각 준비되어 있었다. 7시가 되자 보자기에 쓸모를 주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먼저 두 가지의 매듭법을 배웠다. 첫 번째 배운 매듭은 궁중 매듭으로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매듭법일 거라고 하셨다. 매듭법을 글로 설명할 재주가 없어 유튜브 영상을 공유한다. 궁중 매듭 보자기가 미끌거려서 잘 정돈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를 두고 포장을 해야지 깔끔한 모양에 매듭이 나올 것 같다. (보자기의 중간에 박스를 넣어 시작했는데 보자기가 미끌거리니 자꾸 한쪽으로 치우쳤다) 두 번째 배운 매듭법은 수국 매듭이다. 수국 매듭을 분홍색 시스루 보자기로 만드니 안에 물건이 두루마리 휴지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수국 매듭 이후 두 가지 모양의 에코백 만들기를 했다. 매번 아이 기저귀만 가지고 나갈 때, 커다란 기저귀 가방이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이젠 집에 보자기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가방 만드는 법의 동영상을 공유해 본다.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천가방 집에 돌아와 신발장을 열었다. 그리고 구겨져있는 보자기를 하나하나 폈다. 애물단지였던 보자기가 비로소 쓸모를 찾아간다. 마음 한구석에 버리지도 활용하지도 못하는 이 녀석이 짐 같을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하나의 귀한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리사이클은 매력 있다. 쓰레기와 다름없는 어디에나 있는 흔한 물건에게 쓰임을 주고 깨인 마음으로 물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이 보자기에 예쁜 선물을 포장할 날을 기다리다가 이 기다림에 못 이겨 주변 지인에게 선물을 당장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