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국 시(詩) 읽기

“이게 뭐야? 이거 하면 행복해진다구?” 신○순 어르신, 92세 더위가 기세를 더해가는 칠월, 시 읽는 행복을 나누며 이 여름을 나고 계신 어르신들을 만나 봤습니다. 2023 백만원실험실 “어르신들 &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읽는 한국시 읽기” 현장이었는데요. 이도영 실험지기는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실, 의정부 곳곳의 경로당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를 낭송하는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Q 한국시 읽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저는 외국인들과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의정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학구열이 커요. 한국어 수업 때 인형극도 해보고, 교구를 직접 만들어서 써 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해봤었는데 시 읽기가 효과적이었어요. 일단 시는 짧으니까. 한국 시를 읽자고 하면 “시가 뭐예요?” 하고 외국인들이 물어봐요. “노랫말 같은 거야.” 라고 설명해줬어요. 한국시를 읽는 과정에서 한국어와 문화를 더 빨리 받아들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시를 읽다가 모과라는 단어가 나오면 또 모과가 뭔지 질문해요. 모국에 없으니까 알 도리가 없죠. 그럼 과일이라고 알려주고요. 그렇게 한국을 이해하고 말도 느는 거죠. 7월 6일 백만원실험실 장소는 호원동 호원노인정이었습니다. 한국어교실이 방학 주간이라 이 날 참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없었고요.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어르신들이 시를 읽고 남기신 한줄 소감을 읽으며 어르신들이 모이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내 음성이 늙는 소리로 변했으나 새롭게 들린다.” (이○순, 83세) “내 목소리가 굵다. 항암 치료 중에 시를 읽었다. 엄마 생각난다.” (이○복, 77세) “아무렇지도 않다.” (전○순, 75세) “이거 재미있다. 우리 영감은 96세인데 시조만 읊어.” (김○배, 83세) “재미있고 좋다. 공부하는 기분이 든다.” (오○덕, 76세) “당황스럽다. 새로웠다.” (조○자, 81세) 출처: 이도영 실험지기 제공 오전 11시,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시는 강○선 어르신이 제일 먼저 오셨습니다. 지난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하셨어요. 실험지기도 우울한 팬더믹 기간에 시 읽기 활동으로 집 밖에서 움직일 수 있어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뒤이어 오신 윤○묘 어르신은 김용택 시인의 시를 낭송해 주셨습니다. 삶이 깃든 리듬과 목소리에 마음이 울려 한참 먹먹했습니다.  Q. 어르신들은 시력이 어두우신 분들도 많고, 참여자 모집 과정에서 다른 실험실보다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보다도 경계심이 강하세요. 물건 파는 사람들이 접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고, 자녀분들이 엄히 단속하기도 하고. 그 경계심을 풀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다가갔죠. 항암 투병하시는 분도 있고. 자식을 먼저 보내신 분들도 있고요. 대부분 노안이 심해서, 처음에는 시를 함께 읽고 낭송을 녹음할 계획만 했는데 점점 그림이나 삽화를 추가하게 됐죠. Q. 백만원 실험실로 실험지기 님의 일상과 삶에도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라마단 같은 문화 차이도 배울 수 있고, 시로 시작해서 외국인과 어르신들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공부를 시작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할머니들은 배움에 더 열심이시고. 옛날에 딸은 공부를 안 시켰거든. 위험하다고 아버지들이 야학에도 안 보내신 거야. 어르신들을 만나러 갈 때면 내가 이 분의 마지막 말동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런데 그것이 다른 것도 아닌 시라면, 얼마나 뜻깊은 일이에요. 실험지기는 한 사람이 하는 백만원실험실이 “바닷가에 모래알 던지는 것 같이 티 안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살아있는 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고 인터뷰를 마무리하셨습니다. 돌아오는 길 보이던 회룡천 위로 부서지는 윤슬을 보고 가만히 있지 않고 활력 있게 움직이는 분주한 현재의 의정부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이도영 실험지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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