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일진 실험지기 제공 크리에이터가 대세다.거꾸로 크리에이터의 뜻은 콘텐츠 제작자로 극히 좁아졌다. 공방체험 백만원실험실을 이끄는 이일진 체험지기를 만나고 크리에이터의 뜻을 곰곰이 생각했다.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확장하는 사람, 혼자만의 취미를 더 많은 사람이 즐기는 취미로 넓히기 위해 실험실을 만들었다는 사람. 크리에이터 바깥의 크리에이터 같은 사람. 이일진 체험지기와 취향,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출처: 이일진 체험지기 제공 Q 우선 실험지기 소개 부탁드립니다저희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직장동료 4명이 구성한 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 경제 활동에만 집중하는 일상을 살다가 좋아하는 걸 잊고 살잖아요. 만들기를 좋아하는 저부터도 틈만 나면 숏폼이나 SNS를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취미가 무엇이었는지 잊고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체험 수업하는 걸 보고 저도 다양한 종류의 체험을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라서요. 학생들이 손으로 뭔가 만드는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큰 추억이 되는 걸 보다가 자연스럽게. 결과가 눈으로 보이는 공방 체험을 통해 소통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힐링하며 다른 분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저 같은 주변 사람들이 취미 하나쯤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랐어요. Q 공방 체험을 통해 소통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운다 …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우리 팀 네 명 중 두 명은 공예를 정말 좋아하는데 다른 두 명은 손재주가 없다고 스스로 선입견을 갖고 뭔가 만드는 것을 두려워해요. 그래서 이번에 선입견을 없애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었어요. Q 그렇다면 첫 공방 체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저희 팀이 처음 방문한 공방은 반지더하기였습니다. 어느덧 10년 가까이 지내온 동료들과 기념이 될 우정반지 하나씩 만들고 싶었거든요. 네 명이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자리에서 만들기를 하면서 좀더 서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이 친구는 이런 취향이구나, 이걸 왜 좋아할까를 알아가면서 소통이 되는 거죠.반지더하기 의정부점 하단 두 개 사진 출처: 반지더하기 의정부점 제공 Q 실제로 체험해 보니 백만원실험실을 기획할 당시 예상과 달랐던 점들이 있을까요? 어려웠던 점도 좋고요공방 체험을 구상할 때 의정부 지역 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공방을 발견한다는 취지도 있었어요. 홍보 업체를 따로 끼지 않거나 구석진 곳에 있는 공방 위주로 고르려고 했어요. 사실 첫 번째로 다녀온 반지 공방 같은 경우는 유명해요. 그렇지만 다른 공방과 비교도 해 보고 싶었어요. 공방이라고 해서 다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또 체험비, 재료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요. 정해진 예산으로 최대한 여러 공방에서 체험해 보고 싶었지만 팀원 모두가 그렇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더라고요. 추후 공방 지도를 제작해서 홍보도 할 계획이거든요. 그래서 네 명이 의논해 첫 공방은 다같이 가고 그 다음은 나눠서 체험하기로 했어요. Q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들과도 소통이 이루어졌나요?항상 사장님이 계시진 않더라고요. 자신의 철학, 마인드를 갖고 계신 사장님들이랑 얘기가 잘 통해요! 제 사고가 넓어지기도 했고요. 공방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건 정말 내가 진짜로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워낙 손으로 사부작거리길 좋아해서, 취미가 직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어요. Q 공방 지도를 제작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원래는 전문 업체에 맡겨서 더 그럴듯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예산으로 공방을 한 군데라도 더 체험해 보자고 결정해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머리를 맞대고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해요. 이것도 또 하나의 만들기 체험이지 않을까요! 라온공방 위/아래 사진 (중앙 제외) 출처: 라온공방 제공 Q 저도 만들기를 하면서 힐링되는 경험을 간간이 한 적이 있는데 손재주가 미덥지 않아서 때로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저도 물론 있죠, 그렇게 따지면 저도 금손은 아니에요. 얼마 전에 친정 가서 제가 만들었던 꼬질꼬질한 바늘꽂이를 엄마가 아직도 쓰고 계시는 거 보고 놀랐어요. 친정 엄마가 오래 양장점을 운영하셨거든요. 평생 바느질하신 분이라 서툰 바느질이 보일 텐데 딸의 첫 작품이라고 엄청 칭찬하셨어요. 우리 인간 문화재 되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만드는 내내 내가 즐거우면, 내 스스로 뭔가 만든다는데 의미를 두다 보면 실력은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고 똥손이든 금손이든 중요치 않아요. Q 세상에 여러 가지 취미가 있잖아요. 공예로 취미가 정착된 과정이 듣고 싶습니다.만들기는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줘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도 뿌듯하고요. 유행하는 영상들 보고나면 허무하잖아요. 제일 중요한 건,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할 수 있어서 제일 좋아요. 저는 며칠 전부터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고민하고,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만들어요. 직접 만든 선물을 하면 받는 사람이 더 좋아하고요. Q 공방체험 실험실에서 그리는 문화도시 의정부의 모습은요?아직도 의정부하면 타지 사람들이 부대찌개 아니면 미군부대를 떠올려서 정말 속상해요. 이제 진정한 문화도시 의정부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의정부에 공방 거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공방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고 주차도 불편하고 쉽게 접근하기에 장벽이 있더라구요. 동두천은 미군부대 앞 상점들이 빠져나간 거리에 공방들이 들어와 있던데, 시에서 주차장도 확보해주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인터뷰를 마치고 취향과 취미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명함보다 정확하게 드러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이 말들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취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표준국어대사전취미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표준국어대사전 둘 다 같은 글자, 뜻 취를 쓰는 말이었다. 시간의 뜻을 내 손으로 만드는 일에 취향이 있다면, 주변에 숨어 있는 공방들을 하나씩 발견하는 취미부터 붙여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