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9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20세 - 34세 청년을 대상으로 백만원실험실 <미끄러져야 달릴 수 있어> 가 진행되었다. 14시 - 16시, 15시 30분 - 17시 30분 총 2회차로 진행되었다. 이 체험 후기는 14시부터 16시까지 진행하는 타임에 참여한 후기이다.<미끄러져야 달릴 수 있어>는 사랑에서, 시험에서, 또는 다양한 일로 미끄러진 경험을 나누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프로그램이다. 실험지기님은 ‘빙판 위에서는 미끄러져야 달릴 수 있는데 왜 미끄러진 경험이 안 좋은 경험으로만 비춰지는 걸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어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프로그램은 자기소개 및 프로그램 소개, 스케이트 강습, 스케이트 타기, 스케이트를 타본 후기를 나눈 뒤 자유롭게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을 가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끄러져야 달릴 수 있어> 취지에 걸맞게 자기소개 시간에는 나이와 이름뿐만 아니라 미끄러진 경험을 말했다. 사랑에서 실패한 경험, 창업에 실패한 경험, 면접장을 착각해서 잘못 찾아가 아예 면접 기회조차 없었던 경험, 회사에서 미끄러진 경험 등 각자의 사연은 다양했다. 나는 교환학생 시험에서 미끄러진 경험을 말했다.친밀하지 않은 타인과 미끄러진 경험을 나누는 일은 생소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속마음을 말하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러한 성격 탓에 혹시나 간절히 염원하던 것에 실패해도, 말하지 않고 혼자 삭히는 게 더익숙했다. 그러나 오히려 거리가 있는 타인이라 말하기 더 쉬웠고, 말한 뒤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간단한 스케이트 강습 후 스케이트를 본격적으로 타러 갔다. 사실 한 번도 스케이트를 타보지 않아서 어떨지 감조차 잡히지않았다. 빙판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냥 인터뷰를 할걸’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겁이 많고, 넘어지는 걸 무서워한다는 걸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취재 방식이니 해내야 했다. 마음을 먹고 실험지기님과 한발씩 내딛었다. 실험지기님이 손을 잡고 끌어주면 균형을 잡고 버티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전봉을 잡고 균형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할수록 무서움은 덜어졌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빙판의 미끄러움에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들 때쯤 손을 놓고 가만히 균형을 잡아봤다. 균형을 잡았으니 다른 데에 의지하지 않고 걸을 수도 있었다. 처음 빙판에 올랐을 때는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는데 엄청난 발전이었다. 빙판에서 달리는 거에 뒤늦게 재미를 붙여 더 타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빙판에서 나왔다.빙상장 내에 위치한 매점에서 간식을 먹으며 참여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케이트를 타 본 후기부터 전공이나 엠비티아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이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는 했으나, 나와 비슷한 또래인 20대 초부터 30대까지의 참여자들이 있었기에 대화가 한층 더 재미있었다. 대화를 한 뒤에는 자유롭게 스케이트를 더타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한 건 모든 게 처음이었다. 백만원실험실의 참여자로 참여한 것도, 빙판에서 미끄러지며 달리는 것도, 에디터로서 참여후기를 기사로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래서 실험지기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스케이트를 타다가 내가 보이면 잠깐 멈춰서 괜찮냐고 물어본 A님, 스케이트 타는 걸 멈추고 나를 알려 줬던 B님, 무서워서 스케이트조차 제대로 타지 못하니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대신 찍어주셨던 C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누구나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 성공만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면, 여전히 미끄러지는 게 무섭다면, 빙판에서 달려보는 건 어떨까? 빙판 위에서는 미끄러져야 달릴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