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포트와 함께하는 맛집지도<afternoon 의정부>들어가며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문화도시 의정부’는, 시민과 공간을 발굴하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특히 도시 안에서 문화-예술적인 이벤트가 끊이지 않도록 실험 재생, 자치, 관문 거점, 문화시민 등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현재 시민의 공감과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다는 것은, 도시가 시민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어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의정부 안에서 어쩌면 가장 손쉽게 문화도시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백만원 실험실>이 아닐까. 상반기와 하반기를 모두 참여하는 실험지기를 제외하더라도 수십의 실험지기가 문화도시를 거쳐 매년 최대 100개가량의 실험실이 도시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그 어떤 도시와 비교하더라도 쉽지 않은 숫자다. 그렇다면 올해도 어김없이 시민의 상상으로 도시를 채우는 <백만원 실험실> 그 안에는 어떤 실험지기와 실험이 존재하고 있을까? 상반기 <백만원 실험실> 중 <Afternoon 의정부> 프로젝트 취재를 통해 *beverage 문화 를 즐길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위해 의정부 안에서 직접 공구한 품질 좋은 원두와 다과를 구했다며 밝은 목소리로 이를 설명하던 임성우 실험지기를 만나보자.* beverage는 대개 주류 또는 마시는 차를 뜻한다.식전주를 마시며 입맛을 돋우는 것부터 식사를 마치고 먹는 음료 등물 이외의 음료와 함께하는 모든 문화를 포함한다. 아니, 의정부에 이런 곳이의정부역 3번 출구 인근, 실험지기 임성우 님의 일터이자 오늘의 실험실이 펼쳐질 *‘그누나네’를 방문했다. 장마철이 곧 시작할 예정이라 비가 쏟아지고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생각보다 눅눅하지 않고 선선한 날씨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문했다. 처음 마주한 ‘그누나네’는, 샹들리에와 목가구로 인테리어 되어있었고, 곳곳에 배치된 소품으로 멋짐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무수한 소품이 자리하고 있지만, 먼지 한 톨 없는 바 테이블이 인상 깊다. 또한 정갈하게 차려진 다과와 오늘의 메인 주인공이 될 원두에서 실험지기의 세심함이 묻어난다. 그누나네 (경기 의정부시 신흥로258번길 17-3 2층) 그의 <afternoon> 프로젝트‘afternoon’은 오후를 뜻한다. 보통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낮은 그날의 준비로 늘 바쁘다. 특히 주류를 다루는 ‘그 누나네’의 경우 저녁에 오픈하므로 낮, 즉 준비 또는 쉬는 시간을 이용한 네트워크 모임을 기획하면서 실험실에 해당 타이틀이 붙었다고 한다. <afternoon> 프로젝트는 사업자에게는 요식업 분야 동종 · 이종 간 사업자들의 ‘경쟁이 아닌 상생’의 문화 확산을 기대하며 지역 내 훌륭한 다과를 손수 공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참여자와는 공수한 다과를 나누며 지역 내 맛집에 대한 정보를 교류함과 동시에 그것을 리스트업하여 의정부의 맛집 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특히 원활한 네트워크를 위해 홍대, 대학로 등 서울 시내 번화가에서 주로 마주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베버리지 문화를 의정부에서도 느껴볼 수 있도록 ‘모카포트를 통해 갓 추출한 커피와 그날 만든 디저트’와 함께하는 다과회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날은 만스에스테**커피의 다양한 원두와 은*스브레드를 준비했다. 사진 제공: 임성우 모카포트가 끓으면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실험지기는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직접 시연했다. 모카포트의 유래와 사용법 소개, 오늘 사용될 원두에 대한 출처와 소개를 해주셨는데, 특히 커피를 좋아하지만 매일 넘쳐버려 반밖에 못 마셨던 나로서는 모카포트 사용의 주의사항과 팁이 꽤 유용했다. 원두의 네이밍 센스도 기억에 남는다. 커피 원두임에도 ‘누룽지’, ‘땅콩버터’와 같은 작명 센스가 해당 커피의 맛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땅콩버터가 그 이름에서 너티하거나 고소함을 나타내듯, 커피나 와인, 위스키 등 블렌딩이 수반되는 기술의 경우 해당 식재료가 갖는 고유의 맛을 구매자가 잘 연상할 수 있도록 작명했다는 느낌이 든다. 모카포트 시연이 끝나고, 이젠 맛집 지도를 만들기 위한 대화로 이어졌다. 의정부 내에 있는 특색있는 맛집을 이야기하며, 처음 만난 이들 간에도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참여자는 직장인 또는 자영업자였기에, 퇴근 후 즐길 수 있는 맛집이 한정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대화는 곧 테마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사진 제공: 임성우 정말 여긴 저만 알고 싶은데... ㅇㅇㅇ 가보셨어요?다양한 키워드로 뻗어나가는 대화의 장 1) 데이트 코스“영업이 끝나고 정리하면 새벽인데, 그땐 다들 뭐 먹으러 가세요?”“여긴 정말 저만 알고 싶은 찐 맛집인데...데이트 코스로 여기 추천해요!”“의정부에 프랑스 캐주얼 다이닝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어요? 대표님이 외국에서의 경험도 풍부하고 와인샵도 같이 운영되고 있어서 정말 괜찮았어요.”2) 제일시장 찐 맛집을 찾아서“제일시장 안에 자기만의 맛집 있지 않아요?“다섯 가지 맛이 나서 오미야끼라는 음식이 있는데 정 너무 맛있어서 종종 지나가면 사가요.”“분식은 거기가 제일 맛있더라”“김치말이 국수는 ㅇㅇ이네가 제일 맛있어요”3) 더 이상의 닭발은 NO, 밤에도 즐길 수 있는 맛집“된장찌개가 진짜 맛있고 가성비 넘치는 뭉티기집, 스포츠센터 근처에 있어요.”“24시 칼국수집도 있는데 아셨어요? 맛있어요”4) 디저트“민락동에 글루텐프리 디저트가게 정말 맛있었어요.”“그.. 토끼인지 개인지 모를 캐릭터가 있는데 어딘지 알아요! (아마 앞니가 있으니 토끼 아닐까요(웃음)”“은*스브레드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맛있네요. 왜 맛집인지 알겠어요!”“의정부에 디저트 유명한 곳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을지대 병원 뒤쪽 철길있고 후미진 곳에 가면, 떡이 올라간 흑임자 라떼 파는 곳이 있어요.”5) 역시 의정부는 부대찌개 아냐?“ㅇㅇ식당 엄청 유명하던데, 제 친구 부모님께서 하는 곳이어서 정말 자주갔어요.”“전 ㅇㅇ식당이 제일 맛있던데요!” 내가 맛본 커피는 땅콩버터였다. 실험지기가 설명해주신 대로 풍미가 꽤 좋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명 진하지만 쓴맛이 적어 부드럽다는 생각이 든다. 리스트는 점차 채워져갔다. 식당에 대한 개인의 추억과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리스트는 나중에 지도가 완성되면 확인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오갔다. 큰 키워드로만 봐도 다섯 가지는 넘는다. 모두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어느새 나도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에 동참하고 있었다. 의정부역 인근에 직장이 있지만, 정작 그 부근의 맛집을 거의 모르던 나는 읊어주시는 맛집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면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제일시장 김치말이 국수는 꼭 먹으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맛집이 어떻게 지도에 기록될지 너무 궁금했다.재미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던 터라, 더욱 공감대가 잘 형성된 것 같다. 나이, 관심사, 직업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아 이야기하다 보니 갑자기 금오동 거기도 생각나네요.”라며 툭툭 덧대어지는 리스트가 재미있다. 참여자 중 한 분이 열심히 받아 적었고, 커피가 식어갈 때쯤 리스트는 A4용지를 가득 채웠다. 이날 만들어진 리스트는 임성우 실험지기가 지도에 맵핑하여 *‘문화도시 의정부 네이버 카페’ 내 <100만원 실험실> 실험공유 란에서 공유될 예정 이다. 그의 이야기를 짧은 인터뷰로 만나보자. 실험은 어떻게 참여하셨어요? 임성우 실험지기와의 인터뷰 1 바텐더라는 직업에 종사하며 의정부 안에서도 다양한 업장이 있고, 자신만의 특색을 담아 운영되는 곳들을 발굴해 공유하고 싶었어요. 의정부의 경우 Bar 문화, 즉 칵테일이나 위스키와 같은 것에 시민들의 니즈가 있지만, 정작 서울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베버리지 문화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술을 못 마시는 분들을 고려해 커피와 같이 추출과 블렌딩을 하는 분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했어요. 혹시 실험실이 끝난 후 다른 문화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임성우 실험지기와의 인터뷰 2아직 정확한 후속 계획은 없지만, 다음에 하게 된다면 의정부시민을 대상으로 비건 칵테일 또는 논알콜 칵테일을 만드는 클래스를 같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계란 흰자가 들어가는 칵테일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거나, 열대과일을 쓰는 칵테일, 시즌별 칵테일인 뱅쇼, 에그노그 같은 것들을 주류가 아니더라도 카페 메뉴와 접목하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카페 스타일의 논알콜 칵테일로도 가능할 것 같고요. 단순히 제조법을 배운다기보단 술이 갖는 역사와 접목해서 관련된 위인과 발생과정 등을 함께 알아간다면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커피 취향에 맞춰 논알콜 칵테일을 추천해주었고, 그 자리에서 직접 시연도 보여주셨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커피와 디저트 모두 훌륭했어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임성우 실험지기와의 인터뷰 3은*스 브레드는 오늘 방문해서 구매했어요. 만스테**트 커피는 기호에 맞춰 구할 수 있는 원두를 시향해보며 괜찮은 것들로 선별해서 구매했어요. 오늘 준비된 원두는 누룽지, 달고나, 땅콩버터인데, 오늘 세 가지 모두 추출하며 참가자와 함께 맛보았어요. 특히 세 가지 원두 중 ‘땅콩버터’를 살 때 이것이 갖는 향이 너무 고소해서 되게 행복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원두는 여러 곳에서 추천받아 사러 갔는데, 대표님이 직접 공장을 운영하시며 블렌딩까지 직접 하는 곳은 흔치 않아서 특별히 공수했어요. 사진 제공: 임성우 <백만원 실험실>에 처음 참여한 소감은 어떠세요?임성우 실험지기와의 인터뷰 4준비하면서 의정부 내에 맛집이 정말 많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아주 작은 소그룹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티타임 느낌의 다과회 겸 교류회를 진행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게다가 데이터 수집이 잘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기도 해요. 모일 수 있는 데이터가 한정적이진 않을까 우려했는데, 수집된 데이터의 카테고리나 지역도 다양해서 괜한 우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오늘 모인 분들과는 단톡방이 운영되는데, 맛집 지도를 맵핑한 것이 나오면 단톡과 *문화도시 의정부 네이버 카페에 업로드할 예정 입니다. afternoon 의정부_결과 공유 및 맛집 지도 공유 마무리하며 임성우 실험지기는 특유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와 노련한 진행을 통해 프로젝트 전반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끌어냈다. 더불어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이라든지, 동호회장이나 시민단체 활동 등 이런저런 단체에 소속되어 프로젝트 진행 경험도 꽤 있다는 점도 알게 되어 그의 노련함을 이해하게 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며 사서로서의 길 외에도 나만의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선 바텐더의 길은 아르바이트로 먼저 시작했다. 원래 바텐더라는 직무 자체가 어렵고 약간의 고생이 동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본인과 잘 맞는 분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앞서 나열된 여러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의정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