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설 레드카펫은 우리가 깔자제2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지난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제2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를 개최했습니다. 제2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는 전야제와 함께 개막식, 폐막식, 그리고 축하공연까지 진행되었으며 총 25편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출처: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 홈페이지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 2022년 시작된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신진 영화인을 조명하고 세상과 영화, 영화와 관객, 영화인과 관객을 연결하는 창(screen)이 되는 의정부 로컬 영화제를 지향합니다.-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 홈페이지 中 의정부와 영화는 이전부터 역사를 함께해 온,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의정부시 가능동 ‘참나무쟁이’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영화촬영소가 존재했으며 1950년대에는 ‘문화관’이라는 극장이 의정부에 최초로 설립되었습니다. 1980년대 중앙극장, 극도극장을 중심으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의정부로 모이기 시작하며 의정부는 영화 산업의 중심지가 됩니다. 하지만 현재 의정부에 남아있는 영화관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상업 영화를 다루는 대형영화관이며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의정부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정기상영회를 진행하지만 그 외에 영화를 보기 위해 의정부를 찾는 일은 극히 드물어졌습니다.이번 레드카펫영화제 취재를 계기로 영화의 중심지였던 의정부에서 영화 산업이 쇠퇴하기까지 의정부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보았습니다. 제2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를 통해 ‘연대’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다양한 주제를 담은 신진 영화를 발굴하고 상영함으로써 꺼져가는 영화 산업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가 아닌 영화의 중심지였던 의정부에서 이번 레드카펫영화제를 진행하는 것이 더욱 더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경쟁섹션 1-7까지의 훌륭한 영화들을 볼 수 있었던 관객의 입장에서 의정부레드카펫 영화제는 영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의정부에서 다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이전에 없던 영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제 기획부터 출품작 심사, 섭외, 홍보 등을 진행하신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의 기획자이자 문화도시 실험실의 체인지 메이커인 김혜연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한 명의 관객으로서, 또 에디터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화도시 실험실로 ‘의정부레드카펫 영화제’를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극장에서는 주로 상업 영화 위주로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보고 싶었던, 소규모이지만 잘 만든 웰메이드 작품들은 서울의 독립영화제나 독립영화관을 찾아가야 하는데 의정부에서도 독립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갈증이 있었어요.제가 나고 자란 고향인 의정부에서 옛날엔 극도극장이나 중앙극장처럼 영화 문화가 활발했었어요. 옛날에 엄마 손잡고 극도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어요. 지금 의정부는 영화를 즐길만한 곳이 대형 영화관 밖에 없어 아쉬웠어요.그 때 마침 작년에 함께 일했었던 동료 언니가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할 곳을 찾고 있었는데 ‘우리 손으로 영화제를 만들어보자.’라는 다짐을 했어요. 그리고 의정부에서는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의정부 레드카펫 영화제 1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설 레드카펫은 우리가 깐다!’라는 홈페이지의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외부 인사 섭외를 지양하고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영화제를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취지자체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만드는 영화제가 기획의도였어요. 우리도 똑같은 시민이었기에 같이 활동하는 시민 예술인들, 영화프로그래머 등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의정부 시민으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관계를 추구했고, 되도록이면 지역예술가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그리고 제가 다른 문화사업도 진행을 하는데 훌륭하신 예술가분들이 많으셨고, 그분들과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었어요. 그분들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까는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지역예술인들도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공연도, 진행도, 연사분들도 의정부 시민들로 섭외했어요. 서로 이 지역에서 자생하면서 나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욕망들이 있어서 그런지 섭외에 흔쾌히 수락해주셨어요. 제 2회 의정부 영화제를 준비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작년 1회 영화제를 하고 관객들, 영화인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우리가 직접 레드카펫을 깔자.’라는 취지 자체가 정말 신선하고 멋있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의정부영화제 2회를 진행하며 더 크게 규모를 확장하고 싶었어요. 의정부시에서도 시민 주도로 영화제를 만드는 시도 자체를 좋게 봐주셔서 지원 규모도 커졌던 것 같아요.영화제에 애정이 가는 만큼 모두의 꿈이 커졌어요. 1회에서는 영화제를 하루 진행했지만 2회에서는 3일 진행하고, 전야제, 개막식, 폐막식까지 진행을 해보자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또 작년에는 10개의 영화를 상영했지만 올해는 25개의 영화를 상영하자고 하였고, 영화제에 애정이 커져가는 만큼 영화제에 대한 열망이 부풀어올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원 사업이었기에 인권비 문제로 인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수의 인원이 전반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출품된 영화가 514개였는데 영화 출품, 심사 섭외,홍보 등 전반의 모든 일을 2-3명이서 다 했던 것 같아요. 밤을 새면서 하루하루 영화제를 보며 달려갔죠.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저의 내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의정부 레드카펫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제 프로젝트라고 생각을 하니깐 책임감이 생기고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혼자서 여러가지 일을 해보니 다방면에서 능력치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제 1회 의정부 영화제와 달랐던 점이 있나요?작년 10편 상영에 비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출품작(514편)을 받아 심사숙고하여 25편의 영화를 상영하게 되었어요. 이렇듯 상영 규모의 차이가 있었고 부대행사, 전야제, 개막식, 폐막식이 새로 생겼다는 것도 달라졌어요.또한 25편의 영화를 랜덤으로 섹션을 묶기보다는 주제가 겹치는 것을 묶어 섹션별로 영화 상영을 진행했어요. 왜냐하면 관객들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섹션을 골라 볼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그래서 관객들이 더욱 몰입력있게 집중해서 봐주셨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큰 그림으로 흘러가서 몰입에 방해 없이 자연스러웠어요. 그리고 GV때 감독분들도 서로 감상을 나누는 것도 정말 좋았어요. “비슷한 줄거리였는데 저도 이런 부분을 쓸 걸 그랬어요.(하하)”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밌고 좋았어요. 다양한 신진 영화 중 영화제에서 상영한 신진영화를 선택한 기준이 있나요?‘공정함’을 가장 우선시했어요. 저희가 공모를 넣었을 때 개인작도 많이 내셨지만 배급사에서 보내주신 것도 많았어요. 저희는 공정하게 수상 경력, 감독이력, 배급사 여부 모든 것을 빼고 딱 ‘영화’만 보고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했어요. 동점자일 경우 최신작을 뽑았고요. 영화가 우리 삶에서 주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화인이 아닌 보통 사람이 느끼는 영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영화는 ‘나’라는 사람의 세계를 넓어지게 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내가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이 되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타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데 영화를 통해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들이 삶을 대한 태도, 가치관, 의미들을 새롭게 찾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그리고 영화가 삶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쳇바퀴처럼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무미건조한 하루에서 영화를 볼 때만큼은 감정에 풍부해지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감성이 자극되면서 평소 메말랐던 감정이 촉촉해지는 것 같아요. 경쟁 단편섹션1-7까지 연대의 힘, 부모와 자식의 관계, 여성 서사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특히 더 기억에 남는 상영작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작품상을 받은 작품인 경쟁섹션7의 ‘언니를 기억해’라는 작품인데요, 실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동두천 미군기지의 기지촌에서 착취당한 여성들을 다루고 있어요. 제가 영화 리허설을 하려고 먼저 혼자 상영관에서 봤는데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 여운이 가시질 않더라고요. 또 슬픈 어두운 영화이지만 뮤지컬 영화라서 테마곡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리고 동두천이 가깝고, 의정부에서도 미군기지가 있어서 시대적이고 지역적인 부분도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언니를 기억해 제 3회, 그리고 앞으로의 의정부레드카펫 영화제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 있으신가요?영화제는 지원을 받아 생존할 수 있어요. 이번에 프로젝트를 키워온 애착만큼 더 키워나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의정부 시민을 포함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의정부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만드는 만큼 참여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시민분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영화를 봤으면 좋겠어요. 의정부 레드카펫 영화제에 정말 좋은 영화들이 많았는데 영화 관계자분들, 지인분들이 주로 영화제를 함께하지 않았나 싶어요. 세상에는 긴 장편영화,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등 다양한 의미있는 작품들이 많아요. 시민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영화제를 선보였을 때 같이 호응해주시면 좋겠어요.<커넥팅 레드 김태양 감독전>에서 김태양 감독님이 ‘영화를 제작할 때 관객한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편지를 받는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려면 GV와 같이 감독님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편지를 화답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들은 관객들에게도 정말 귀중하고 뜻깊은 시간이라고 자부해요. 시민들이 의정부 레드카펫 영화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어요. 폐막식은 단편경쟁섹션 시상식, 축하공연, 폐막작 상영이 진행되었고, 먼저 관객인기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작품상 시상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작품상을 받은 ‘언니를 기억해(2023)’는 1980년대 기지촌의 비극을 뮤지컬로 풀어낸 작품으로, 장소가 동두천이었기 때문에 의정부 문화제에서 수상이 더 의미있었습니다. 이후 소프라노 한마루 선생님의 축하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한마루 선생님의 풍성한 성량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고, 공연장을 울리는 그 떨림이 더 깊은 감동과 전율을 안겨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폐막작 ‘가족의 색깔(2021)’을 상영하며 제2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제2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에서는 영화인뿐만 아니라 성악가, 밴드 등 여러 예술인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음악, 영화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만나 영감을 받을 수 있었고, 예술과 관련된 일을 도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또한 체인지 메이커님과 인터뷰를 하며 누군가의 인생을 잠시나마 들어가볼 수 있는 에디터 활동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 레드카펫 영화제 취재를 맡았을 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참여하고 싶을 만큼 흥미롭고 감동적인 영화제였습니다.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꾸려나가는 영화제인 만큼 제 2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를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제 3회 의정부레드카펫영화제가 개최한다면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싶어졌습니다. 평일에 진행되어 많은 관객들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이번 2회 레드카펫영화제를 계기로 영화인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이 영화제를 즐기고 함께 호응할 수 있는 예술 문화가 의정부에 자리 잡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