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오전 11시, 가을이 물씬 느껴지는 날,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위치한 ‘빛뜨레커피’에서 문화도시의정부 백만원실험실 <나에게 주는 특별한 아침> 연주회가 열렸다. “저희 아이가 12살이에요. 12살 아이를 키워보고 말을 해도 되는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가 육아맘이라서 ‘누구의 엄마’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누구의 엄마’라는 말보다는 자기의 이름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하루에 반드시 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특히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육아도 할 수 있는 거고, 내가 즐거우면 건강한 것 같아요. 하루 중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반드시 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문화도시의정부 백만원실험실 <나에게 주는 특별한 아침> 권재연 실험지기 <나에게 주는 특별한 아침> 실험지기 권재연 피아니스트는 육아맘들에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오늘 실험실을 기획한 이유 또한 육아맘들에게 연주회를 통해 힐링하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오늘 연주회에서는 총 9곡이 연주되었다. 이 곡들은 권재연 피아니스트가 직접 선곡한 곡이 아닌, ‘의정부맘들의모임’ 네이버 카페에서 사전조사를 통해 신청받은 곡들이다. ‘육아 걱정이 없는 나만의 하루를 보내게 된다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나요?’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에서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육아 걱정 없는 나만의 여행을 하고 싶다’와 ‘콘서트, 영화 등 문화생활을 밤늦게까지 즐기고 싶다’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권재연 실험지기는 “오늘을 통해 보다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연주회이긴 하지만 힐링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대화를 하셔도 좋고 자유롭게 참여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동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첫 번째 곡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다. 피아노와 청중석 사이에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피아노 소리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무료로 준비된 커피와 휘낭시에를 먹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이유, 가을아침“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육아하시느라고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뭔지 생각할 시간도 많지 않으시죠? 아이가 좋아하는 계절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을을 좋아해요. 제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고요. 이 짧은 가을을 느끼고 싶어서 아침마다 이 곡을 잘 들어요. 이 곡을 신청해 주신 분들도 이걸 느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권재연 실험지기는 “오늘 처음으로 노래도 같이 부르려고 해요”라는 말과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피아노 선율에 가사가 붙으니 노래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지브리 모음곡] 히사이시 조, 어느 여름 날 / 바다가 보이는 마을 “’의정부맘들의모임’ 네이버 카페를 이용하며 개인적으로 고마운 부분이 있었어요. 아이를 낳고 소통할 곳도 없고 오직 책만으로 공부를 해야 했을 때 카페에 모르는 부분에 대해 글을 올렸는데, 내 얼굴을 모르는 분들인데도 댓글로 공감과 위로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었고, 내가 어느 정도 아이를 키워서 좀 더 자유로워졌을 때 나처럼 힘들었던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꽤 오래전부터 하던 생각인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정말 좋아요.” 세 번째 곡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곡이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어느 여름날’과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었다. [특별 게스트 – 임혜진 님] Bart Howard, Fly me to the moon “실험실 안내 문자를 보내는데, 이미 저장되어 있던 번호가 있었어요. 밴드 생활을 하고 있는 보컬 언니인데요, 4살짜리 남자 쌍둥이를 육아 중이에요. 밴드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막 날리는데 저까지도 그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너무 멋진 언니랍니다.” ‘Fly me to the moon’은 특별 게스트 임혜진님과 함께 했다. 노래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출중한 실력을 보여주어 노래가 끝났을 때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특별 게스트 – 오만숙 님] (시 낭송)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가을의 고독함을, 시를 들으며 온몸으로 느꼈으면 좋겠습니다.”일곱 번째 곡은 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는 시낭송가 오만숙님과 함께했다. 먼데이키즈의 ‘가을 안부’ 피아노 연주와 시 낭송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임영웅,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보셨나요? 제가 끝까지 본 드라마가 많지 않은데, 이 드라마는 끝까지 봤어요. 감명 깊은 드라마였어요. 작가는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해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명 하나. 우리는 이 땅에 괴롭기 위해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작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살아있는 그 모든 것에 행복함과 감사함을 갖게 해주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연주하겠습니다.” 음악도,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도, 오늘의 시간과 꼭 어울리는 노래였다. 이한철, 슈퍼스타 “제가 준비한 마지막 곡이에요. 시간은 지나가니까, 점점 좋은 시간들이 많아질 겁니다. 오늘이 마음을 힐링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셔도 되고, 마음으로라도 그 가사를 따라 부르셨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아 잘될 거야~’”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는 청중도 있었고,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청중도 있었다. 쑥스러움에 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도 마음으로는 함께 따라 불렀으리라 생각되는 시간이었다. 참여자 후기A: 백만원 실험실을 통해 행사를 알게 되어 지인과 함께 참석했어요. 오랜만에 힐링, 여유, 편안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어요. 보통 연주회가 큰 무대에서 멀리서 보는 연주였다면, 오늘은 연주자와 가까이서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어요. 피아노 연주를 일렬 직관한 느낌이었어요! B: 피아노 선곡이 대중적이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곡이었는데, 그러면서도 감동적이었어요. 저는 평소에 ‘녹턴’을 좋아해서 신청했는데 오늘 나왔어요. 신청한 곡이 연주됐을 때의 기쁨도 있는 것 같아요. 중간중간 멘트를 하시는데 너무 잘하셨고, 덕분에 곡에 대한 이해도 쉽게 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고 정말 힐링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C: 피아노 연주만 있었어도 좋았겠지만, 보컬과 시 낭송 등 다양한 시간이 준비되어 있어서 훨씬 즐기기에 좋았어요. 이 장소도 오늘 처음 와봤는데, 문화 공간인 건지 너무 좋았어요. 작은 음악회를 하기에 딱 좋은 장소인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자라서 이젠 육아맘에서 벗어났지만, 육아맘들께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육아맘들에게 ‘나만을 위한 특별한 아침’을 만들어주기 위해 연주회를 준비한 권재연 실험지기의 마음도, 귀 기울여 연주회를 감상한 청중들의 모습도 따뜻했다. 평일 오전 아침의 1시간이 짧은 시간일지 몰라도, 이 시간을 계기로 또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작은 위로를 얻어 가는 것이 아닐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