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놓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기계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기와 문물로 인간의 문명도 발전을 이뤄나간다.인공지능의 지배가 머나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어느덧 우리는 기계에 의지하여 발전하고 있으며 기계의 지배 아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틈틈이 휴대폰으로 세상 각종 정보를 읽고, 음악을 듣고, 길을 찾고, 버스 시간도 확인하고, 쇼핑도 하며 휴대폰으로 일상을 채우는 게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먹을거리, 입을거리도 거의 휴대폰을 통해 구매한다. 때때로 휴대폰 인증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상대방은 물론, 세상의 모든 장소를 앉은 자리에서 둘러보며 확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일을 휴대폰으로 하고 있으니 손에서 떨어져 있는 순간보다 붙어 있는 순간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휴대폰을 놓자 우리는 멈췄고, 시간이 흐르며 창의적인 움직임을 찾아 나섰다.”백만원실험실 ‘내 휴대폰 어디 갔지?’를 기획한 이난영 실험지기의 말이다. 이난영 실험지기는 휴대폰 없이 일상을 보내는 체험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시간에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모임을 열었다.카페 겸 와인바를 운영하는 이난영 실험지기. 운영을 위해 휴대폰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에서 잠시 손을 놓고 실험을 이끈 그녀를 만나보았다. 백만원실험실 ‘내 휴대폰 어디 갔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요즘 사람들은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휴대폰만 들여다보면 앉은 자리에서 삶의 발전을 이룬다고 믿는 것 같기도 해요. 어릴 때는 전자기기 없이도 재밌게 놀았던 것 같은데, 전자기기에 시선을 빼앗겨서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휴대폰을 제출하고 친구들과 놀았던 것처럼 단순한 방법으로 휴대폰 없이 시간을 보내고 놀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했습니다. 실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 실험은 휴대폰 없이는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기획했습니다. 10월 15일에 8명이 모여 3시간의 실험을 진행했어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보통 5분도 휴대폰 보는 것을 참지 못하는데, 참여자들은 3시간을 참아 본 거지요. 휴대폰을 걷은 뒤, 뭘 하고 싶은지 먼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뒤 현장에 준비된 그림 도구, 책, 배드민턴 등을 이용해서 휴대폰 없이 노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혼자 시간을 보냈다면 바로 휴대폰을 찾았겠지만, 사람들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휴대폰보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었어요. ‘내 휴대폰 어디 갔지?’ 규칙은 무엇이었나요? 휴대폰을 한 군데 모아둔 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으나 중간중간 한 번씩 휴대폰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참가자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함께 견디고, 즐기다 보니 어느덧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핸드폰을 찾지 않게 되더라고요. 휴대폰을 내려놓으니 어떤 일이 생겼나요?불안이 찾아오더라고요. 익숙한 것을 내려놓은 불안, 관계에 대한 불안,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불안,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휴대폰이 아닌 다른 것에 시선을 두게 되더라고요. 책이나 게임, 아니면 서로에게.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어도 각자 휴대폰만 보는 모습을 자주 봤었는데, 휴대폰이 없으니 오히려 어색한 시간은 짧아지고, 상대에 대해 관심을 두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 좋았습니다. 또 자기 내면에 집중하며 더욱더 섬세하게 느끼는 것 같았어요. 더 이상 할 게 없을 때는 책을 펼쳐서 책 안에서 답을 찾는 놀이를 하더라고요. 세상 제일의 장난감인 휴대폰을 놓으니 창의적인 일을 만들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험을 마친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조금 답답했지만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실험을 마치자마자 모두가 휴대폰에 밀린 연락은 없는지 확인하는 모습에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의정부 시민에게 한마디 휴대폰 없이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휴대폰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휴대폰을 놓으면 또 다른 방법의 발전이 일어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