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노인을 울리다 그림책은 단순히 어린이들이 보는 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론 단순해 보이지만, 독자 각자가 꾸려온 삶의 깊이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 글자 수가 많은 책과 달리 그림책에는 그림과 함께 전해지는 감동이 있다. 백만원실험실 ‘중장년들의 감성을 만져주자’를 기획한 주경애 실험지기는 노인을 대상으로 그림책 상담을 진행하였다. 주경애 실험지기는 “그림책 놀이 상담은 그림책에 담긴 내용을 통해 삶의 대화를 끌어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상담의 한 방법으로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기억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위로를 얻고,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도 갖게 된다”면서 “대화상대 없이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감성을 건드려 각자의 삶에 큰 울림을 남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노인을 대상으로 그림책 놀이 상담을 진행하였다“고 말했다.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주경애 실험지기를 만나보았다. 실험지기님은 어떤 분인가요?제 직업은 목사입니다. 심신 케어 강사 활동도 병행하며 어르신들과 함께 음악 율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미용으로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및 어려운 분들에게 봉사하고 있습니다.경민대 베이비부머 행복 캠퍼스에서 그림책 상담을 수강한 후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앞으로 그림책 놀이 강사로도 활동하고 싶은 열망이 있습니다. 저는 세대 간 소통하는 사회. 강자가 희생하는 사회를 기대합니다.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추신 이유가 있나요? 그림책 놀이 상담을 통해 중장년들의 감성을 건드려 주어 그들이 자녀나 이웃과 함께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림책 놀이 상담’ 실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10월 24일, 26일, 30일까지 3회에 걸쳐 16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모여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먼저 책을 소개하고 참여자들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림책을 PPT 영상으로 보면서 각자의 느낌이나 생각을 나눴어요. 한 장씩 넘기면서 장면에 따라 작가의 의도나 담긴 교훈 등을 나누면서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상담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림책 상담은 자기가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 상담은 정형화된 정답에서 벗어나 자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되지요. 그림책을 보면서 과거 자기의 모습을 불러내어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위로하고 이해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회차마다 사용된 그림책 제목을 알려주세요. 각 책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참여자들과 나누고 싶으셨나요? 1회차에서는 이혜란 작가의 ‘우리 가족입니다’를 소개했어요. 눈물 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나, 남동생. 이렇게 넷이다. 우리는 엄마, 아빠가 하는 작은 식당에서 산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우리랑 살기 싫다며 여태 시골에서 따로 살던 할머니가 느닷없이 우리 집에 살러 온 것이다. 이제는 할머니랑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야 하는데, 암만 봐도 할머니가 좀 이상하다.엄마가 사다 준 옷은 안 입고 주워온 옷을 얼기설기 기워 입지 않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엄마에게 세탁기를 쓰지 말라지 않나, 밥상머리에선 입에 든 음식을 퉤퉤 뱉기 일쑤고, 손님들 앞에서 창피한 줄 모르고 훌렁훌렁 옷을 벗는다.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요즘은 똥오줌도 제대로 못 가리고, 한번은 학교 담장 밑에서 자는 걸 아빠가 업고 오기도 했다. 나는 할머니가 싫다. 예전처럼 그냥 우리끼리 살면 안 되나?엄마도 아빠도 힘들어 보이는데…….” -이혜란 작가의 ‘우리 가족입니다’ 중에서 어린이의 눈, 어린이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우리 시대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족은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눴어요. 또 참여자 각자는 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자신은 어떤 자녀였으며, 어떤 부모였는지도 이야기를 나눴지요. 주인공 부모님이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어 참여자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했어요. 그런데 어르신 한 분이 기억이 남아요. 유년 시절 중국집을 하셨던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울컥하셨어요. 같이 있던 분들도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함께 우셨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가서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게 바로 그림책 상담의 매력인 것 같아요. 2회차에서는 임사라 작가의 ‘동갑내기 울 엄마’를 읽었어요. 주인공인 일곱 살 은비를 통해 세상 모든 생명에게 소중한 존재인 '엄마'에 대해 이야기한 책입니다. '엄마의 친구', '엄마의 엄마'가 된 은비를 통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죠. 3회차에는 이명환 작가의 ‘경옥’을 읽었어요. “몸이 작고 약했지만, 악바리 같아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경옥은 ‘서울의 보석’이라는 이름처럼 부푼 꿈을 안고 서울살이를 시작합니다.하지만 어려운 시절, 험난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경옥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요.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한 여성으로서 꿈을 잃지 않았던 경옥의 삶을 통해그 시대 여성들의 강인한 삶,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되짚어 봅니다.” -한솔수북 서평 중 경옥을 읽을 때는 찐빵과 만두, 사이다를 함께 나누며 참여자들과 어려운 시절을 회상해 보았어요.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처음에는 기웃거리며 낯설어하셨어요. 하지만 1차시가 끝나고 나니 모두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실험을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나요?문화적 혜택에 소외된 분들은 늘 참여를 못 하시고, 늘 참여하시는 분들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또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으로는 한두 번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어요. 그림책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답답할 때 그냥 들춰보세요. 심심할 때 그냥 읽어보세요. 글도 많지 않고 아름답고 신기하고 이상한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간단명료한 설명만 있습니다. 두 번만 같은 책을 읽어보세요. 그림책에 자기 삶을 비춰보고, 생각을 살피다 보면 어느덧 그림책의 깊이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의정부 시민에게 한마디그림책을 읽는 건 어떤 교육과 어떤 말로 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때 한번 그림책을 찾아보세요. 저는 그림책 놀이 상담을 ‘인생’이자 ‘이정표’라고 정의합니다. 그만큼 그림책을 통해 많은 부분을 깨닫게 되어서 여러분께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