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

작가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지적 대화 플랫폼 소피 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 2023년 하반기 백만원 실험실에는 이들을 연결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지적 대화 플랫폼, SOPHY’(이하 소피)가 있습니다. ‘소피’는 문화도시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민지 실험지기와 대학 동기들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로, 지난 9월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소피란 무엇인지를 홍보했고, 지적 대화인 북토크를 준비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피는 두 번의 북토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한 사람으로, 또 문화도시 에디터로 소피의 첫 번째 북토크에 참여했습니다. 이 글은 11월 4일, 그 현장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 소피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은 모두 소피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웹사이트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그 과정은 하단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쉽고, 간결했습니다. 선착순 5명으로 참여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점, 소규모 인원 간의 소통을 지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소피의 사전 신청제도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첫 번째 북토크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저를 포함한 네 명의 참여자와 작가, 총 다섯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장에는 강민지 실험지기를 포함한 소피 팀원 세 분께서 든든히 자리해 주셨습니다. 첫 번째 북토크는 무속 에세이 『고양이 물그릇에 빌게』의 남강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북토크는 간단한 책 설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남강 작가는 준비한 PPT와 함께 자전적인 글의 방향성을 비롯한 책 소개를 전했습니다. “사람들은 늘상 무당도 사람이라는 점을 잊고 살아간다. 그들의 특수한 능력이나 생활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무당들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맥락과는 상관없이 살을 날리고, 돼지피를 뿜어대고 칼을 연신 어르고, 작두를 타는 이미지 말이다. 무당은 소수자인 사람이다. 무당이 신이 아닌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판타지가 아닌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에 기댄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남강, 고양이 물그릇에 빌게 중)” 이러한 책의 소개 문구처럼, 『고양이 물그릇에 빌게』는 크게는 민속학과 무속학, 무당과 그에게 찾아온 사람들, 그를 찾아간 사람 등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또, 책의 제목과 표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 물그릇에 빌게』는 민속학과 출신인 작가와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에서 착안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정화수를 떠 놓고 가족의 안녕을 바랐던 것과 반려묘에게 깨끗한 물을 위해 매일 물그릇을 갈아주는 것의 유사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요. 이러한 내용은 책의 내용에도 수록되어 있었지만,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들으니 더 흥미로웠습니다. 무당으로 보이는 여성이 눈을 감고 있는 일러스트가 수록된 표지 역시, 무신도의 이미지와 무속 박물관의 작품 중 일부에서 영감을 받아 의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이날의 북토크는 크고 작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수다 자리였습니다. 이후에는 책의 목차에 맞추어 청신, 오신, 송신의 순서로 준비한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청신 – 신을 청하며>는 민속학과 학생으로서의 남강 작가의 인생을 담고 있었습니다. 모든 챕터 중 가장 자전적인 챕터로, 주로 무속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등을 다루며 작가 개인의 삶을 과감하게 공개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 혹시 신병이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남강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이어져 온 어떠한 신비한 경험들과 신가물, 무당을 제안받은 경험, 민속학과 내에서 건강 악화가 ‘신병 걸린 것’으로 와전된 경험까지. 일상 속의 비일상을 남강 작가의 문체로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빠르게 남강 작가의 무속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한편, 두 번째 챕터 <오신 – 신을 놀리며>는 남강 작가가 민속 박물관에서 일을 하면서 겪은 일, 그리고 그 경험에서 떠오른 생각해 볼만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신밥을 먹는 사람들’, ‘무당과 무당과 무당’, ‘신빨 없는 무당들’은 우리가 마냥 신비롭고 어려운,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무당에 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무당이 신을 받은 ‘강신무’, 가업의 개념으로 이어진 ‘세습무’, 그리고 자발적으로 무업을 학습하는 ‘학습무’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민속 박물관에서 간절히 어떠한 것을 청하는 방문객을 만났던 것,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에게 돌할머니 전시품을 설명했던 것 등 남강 작가의 일상적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송신 – 신을 보내며>는 남강 작가가 굿에 직접 참여하고 이를 연구하면서 느낀, 학자의 삶에 대해 논하고 있었습니다. 이 챕터에서는 진적맞이에 초대되어 촬영을 담당하며 가까이에서 굿을 지켜본 경험, 무형문화재 등재를 목적으로 한 산신제 행사에 참석하여 작두 타는 것을 바라본 경험, 무속과 관련된 음악을 전개하는 ‘추다혜차지스’의 공연에서 오방기를 뽑으며 공수를 받았던 경험 등을 담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진들과 함께 이어진 남강 작가의 말에, 참여한 모든 인원은 감탄사를 뱉으며 집중했습니다. 지금까지 독서를 하면서, 늘 쉽게 해결되지 않는 갈증들을 느꼈습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지금 내가 이해한 바가 맞을까?’ 이러한 것들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했지만, 작가에게 묻지 않는 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흔히 말하듯 책은 ‘일방향적 미디어’로, 작가가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피의 북토크를 토해서, 저는 독서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글에 담긴 비하인드를 논하면서 책 뒤의 세계를 열어 주고, 독자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확인함으로써 책 안의 세계를 깊게 탐구할 수 있었죠. 『고양이 물그릇에 빌게』를 통해 굿이 끝난 후 제물을 모두 나누어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저주 인형은 생김새보다 그 안에 담은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포켓몬스터’ 인형에 누군가를 해하려는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듣고서 얼마나 놀랐는지. 이토록 한 사람이 적어낸 세상을 정교하게 파헤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또, 소피는 독서 경험을 확장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동네’의 네트워크를 강화했습니다. 소피의 슬로건인 ‘작가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지적 대화 플랫폼’을 적극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죠. 소피는 2023년도 백만원 실험실을 통해 웹사이트를 구축하면서, 지역별 북토크를 검색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는 위치 기반, 지역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죠. 내가 참여한 북토크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까지 만들어, 장기적인 경험을 염두에 두기도 했습니다. 내가 사는 도시, 나의 동네에서 나의 경험을 아카이빙하는 것.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소피의 1차 북토크는 의정부시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방 옥상에 앉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주민들’을 ‘우리 동네’에서 만날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 동네의 공간, 우리 동네의 사람. 그들이 함께 읽고 대화할 수 있게 하는 책. 이처럼 소피는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유대를 견고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2023년도 백만원 실험실로 시작한 소피의 이번 발걸음은 경쾌하고, 즐거웠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더 많은 경험을 확장하고, 더 많은 곳으로 뻗어 가기를 바랍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그에 관한 지적인 대화의 현장, 소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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