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에서 시리는 추위의 겨울로, 흐르는 계절과 같이 시간도 흐르고 동네의 모습도 변해간다. 의정부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과 몇 년 전과도 다른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 그러나 추억은 다르다. 추억은 각자의 기억 속에 멈춰 존재한다. 그리고 각자의 추억이 모여 공통점을 갖고 공유될 때 사람들은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낀다. 본 실험은 그러한 무형의 추억을 다수로부터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의정부에서 각각 경험한 두 청년이 그 기억과 추억을 탐방하며 필름 카메라에 담아내는 활동이다. 사진에 담긴 장소에 대한 기억과 공유거리를 글로써 표현해 포토에세이집을 제작할 예정이다. 독자들은 의정부의 현재와 과거, 나아가 미래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여행적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해 본다. 가을의 끝자락이던 어느 날, 음악도서관 근처의 카페에서 실험지기 두 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규민 실험지기님은 ‘전’, 장태기 실험지기님은 ‘장’으로 표기한다.) Q 본 실험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 활동인가요?A 전_ 저는 의정부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정말 많은데요, 그래서인지 어릴 적 아버지가 필름 카메라로 절 찍어주셨던 것처럼 이제는 제가 의정부를 필름 카메라로 찍어주고 싶더라고요. 장_ 과거의 그 장소를 기억 속에 간직했던 사람들은 본 활동을 통해 추억에 잠길 수 있고,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과거를 알림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의정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현재의 모습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더라도 사진으로, 글로 기록해 놓으면 미래세대에게는 또 추억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의정부의 추후 문화도시 사업에도 소중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기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사진 매체와 글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A 전_ 우선 기억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글이라는 매체는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글과 잘 어울리는 매개체가 사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촬영수단으로는 디지털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를 혼용하고 있습니다. 장_ 필름 카메라가 매력적인 점은 촬영 수의 제한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에는 연사나 다발성 촬영으로 그 기회가 많아서 최대한의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지는 않더라고요. 반대로 필름 카메라의 경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해서 팀원에게 이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게 되고, 많이 고민하게 되고, 그 순간과 장소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필름 카메라를 실험의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의 출사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으신가요?A 전_ 직동수련원 사진과 정책페스타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통나무집과 관련한 추억도 떠오르고 사진의 구도나 빛, 색감까지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장_ 의정부제일시장을 찍은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 사진 자체도 아주 독특한 분위기로 찍혀서 마음에 들고 관련된 추억도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학창 시절에 시장에 자주 방문해서 무언가 자꾸 사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3,000원 들고 가서 떡볶이 먹을까, 순대 먹을까, 스테이크 떡갈비 먹을까 고민했었죠. 이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니 역시나 추억 보따리가 열리더라고요. Q 의정부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지, 의정부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게 되는 동기가 궁금합니다.A 전_ 예전에 의정부에 살며 대학교에 통학할 때는 좋지만 동시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또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살다 보니 의정부에 남아있는 게 좋다는 감정이 또 들더라고요. 계속 지내다 보니 새로운 좋은 점들을 발견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변화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것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발전하고, 사라지고 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의정부에 대견하다는 감정이 들어요. 의정부가 저와 함께 자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장_ 저는 현재는 의정부에서 떨어져 살고 있는데요, 예전에 직장 다니며 의정부에 살았을 때는 퇴근 지하철에서 도봉산역쯤 도착하면 느껴지는 특유의 안정감이 있었어요. 그 풋풋한 기억 때문인지 의정부를 생각하면 그때의 제가 떠오르며 애틋한 감정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또 도시마다 변화, 발전하는 양상이 다르기 마련인데 의정부는 잘 맞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만드는 건 시민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어 직접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성향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천천히 확실하게 색깔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발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정주의식과 그러한 문화의 발전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A 전_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도 물론 좋지만 동시에 그 변화 속에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과거의 추억과 기억을 지키고 보존하며 앞으로의 의정부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것들이 변해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부터 정체성이 완성되니까요. 장_ 다양한 매체 중 책은 저자의 관점에 대해 독자가 사유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쉽게 조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문화발전은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개입되고 확장될수록 이루어지기 쉽기 때문에 저희의 포토에세이집이 이러한 면에서 도움이 되는 재료로 기능하길 바라봅니다. 본 실험을 취재하며 두 실험지기의 열의와 의정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기사와 실험을 통해 의정부 시민들이 덮어두었던 추억을 다시금 꺼내 보며 추운 겨울날 추억을 공유하는 따듯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