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점으로 만들어진, 손으로 읽는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점자입니다. 2023 문화도시 실험실에는 이러한 점자의 존재와 의미를 알리고, 점자 표기의 보편화를 목표로 활동한 팀이 있습니다. 점자 프로젝트(이하 점프)는 지난 4월, 2023 문화도시 실험실 자율형 체인지메이커로 선정되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6월, 점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프로젝트의 시작을 공표하고, 그동안 꾸준히 점자의 역사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일상 속의 점자를 알리는 콘텐츠를 진행했습니다. 점자를 꼭 닮은 캐릭터의 디자인을 소개하고, 점자 메뉴판 보급을 위해 참여 매장을 모집하기도 했죠. 저는 지난 10월, 이처럼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점프의 팀원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점자를 알리고, 또 의정부에 새롭게 점자를 적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정 관계상 세 분의 팀원 중, 박민아 체인지메이커 그리고 김찬미 팀원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박민아 체인지메이커: 저는 박민아고, 의정부에 살고 있어요. 작년에 학교를 졸업해서 카페 일을 하면서 이 점프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김찬미 팀원: 저는 김찬미고, 학교를 졸업하고 임상 병리사로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쉬는 중에 친구(박민아 체인지메이커)가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고 알려 줘서 같이 도와주면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Q. 점프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요?박민아 체인지메이커: 점자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알려 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점자의 존재와 의미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점프를 기획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점자를 이런 프로젝트에 적용하게 되셨나요?박민아 체인지메이커: 제가 카페에서 일하면서, 많은 분들을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점자 메뉴판을 그냥 만들어 보게 됐어요. 원래는 제가 일하는 매장에만 메뉴판을 만들어 뒀죠. 다른 카페에서는 사실 본 적이 많이 없잖아요. 그런데 ‘왜 없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매장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자 표기가 꼭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만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점프)처럼 관련이 없는 사람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도 충분히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Q. 점프의 메뉴판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박민아 체인지메이커: 점자 인쇄 자체가 단가가 비싼 편이어서 저희가 직접 제작을 해서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점자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파일 하나를 제작하는 데 반나절 정도가 소요돼요. 점자, 번역, 그런 모든 작업을 다 포함해서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디자인도 팀원들과 함께 저희가 자체적으로 진행했습니다. Q.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매장을 모집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점프 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박민아 체인지메이커: 저희가 모집 글을 올렸는데, 사실 처음에는 신청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매장에 가서 점자 메뉴판을 제안드리기도 했습니다. 총 열 곳 정도를 섭외하게 되었어요.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점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럴 때는 처음부터 설명을 드려야 했죠. 그런 부분이 조금 어렵기도 했습니다. Q.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데, 소감이 어떠실까요?김찬미 팀원: 사실 제가 이 프로젝트에서 그렇게 큰 역할을 한 것은 아니라서, ‘개운하다’ 이런 느낌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도 점자를 잘 몰랐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들께 직접 연락을 드리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제가 그런 걸 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살면서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직접 해 보니까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생각처럼 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마무리를 하면서는 뿌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박민아 체인지메이커: 저도 비슷해요. 안 해 본 것들, 처음 해 보는 것들에 도전해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점자 메뉴판의 취지를 설명해 드리면,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다 좋게 봐 주셨거든요. 그런 좋은 의도와 취지를 많은 분들이 알아주신 것 같아서. 그게 참 뿌듯합니다. Q.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이 점프가 어떠한 영향력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하나요?박민아 체인지메이커: 저희가 전에 점자로 이름을 적어서 키링을 만드는 부스를 진행했었어요. 아기들, 어른들 가리지 않고 모두 많이 와 주셨는데, 캐릭터를 같이 드렸어요. 스티커나 키링처럼 사소한 것들이지만 들고 다니면서 점자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점자라는 것이 있다, 이런 것이다 그런 것들을 알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김찬미 팀원: 처음 친구(박민아 체인지메이커)가 기획 의도를 말해 줬을 때, 너무 거창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희가 시각 장애인의 인식 개선 같은 것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잘 알지도 못하니까요. 그런데 어느 매장을 가서 보면 손님들을 위해서 푹신한 의자나 딱딱한 의자처럼 여러 선택지를 두잖아요. 아기를 위한 의자도 있고요. 점자 메뉴판도 그냥 그렇게 무겁지 않게, 어쩌다 올 수 있는 손님들을 위해서 마련되어 있는 것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너무 무겁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점자도, 장애인에 대한 생각들도. 즐거운 인터뷰를 마치고, 점프의 점자 메뉴판을 실제로 보기 위해 시청 근처에 있는 ‘롱베케이션’을 방문했습니다. 카페 입구 옆 기둥에 ‘점자 메뉴판이 있습니다’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카운터에서 점자 메뉴판을 보고 싶다고 말하니 바로 카페의 메뉴가 모두 적힌 점자 메뉴판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부터 커피, 논커피, 티와 에이드 종류까지. 모든 메뉴들이 점자로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코팅된 종이 위로 읽지 못하는 점자를 손으로 느끼며, ‘오히려 너무 거창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메뉴판을 읽고 메뉴를 직접 고르고 주문하는 것.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당연하고 평범하게 누렸던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여섯 개의 점. 몇 가지 메뉴. 몇 곳의 매장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이어진다면 또 하나의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점프가 제작한 점자 메뉴판은 아래의 매장들에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잇썸(EAT SOME) 경기도 의정부시 평화로 137 르네상스시티 1층 로스빌리지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298번길 19-9 1층 두스트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로 46번길 88-22 1층 유니코프 경기도 의정부시 평화로 542 1층 카페보다 경기도 의정부시 호국로 1317 1층 롱베케이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로 44, 석천빌딩 롱베케이션 비바라비다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로84번길 17 1층 쇼트브레드 경기도 의정부시 오목로233 1층 주다커피랩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로 18번길 63 1층 라스트 경기도 의정부시 호국로 1290 정우오피스텔 1층 오즈커피 경기도 의정부시 진등로 26 뇌프 경기도 의정부시 호국로 1289번길 18 1층 카페 여니당 경기도 의정부시 추동로 92번길 45 1층 카페 포포호호 경기도 의정부시 둔야로 58번길 24 1층 더 런던 포토하우스 경기도 의정부시 금신로 315 1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