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들여다보기> 체험 후기

2023년 11월 1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요호스튜디오에서 백만원실험실 <'나' 들여다보기>가 진행되었다. <'나' 들여다보기>는 매주 수요일마다 총 3회차로 진행되며, 그 중 1회차에 참여한 후기이다. 참여자는 나를 포함하여 일곱 명이었다. 생각보다 연령대가 다양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20대는 없었고, 30대부터 60대까지 대체로 '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먼저 실험지기님의 실험실 소개가 이어졌다. 연극치료 기법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이름,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자기소개를 할 때 고민이 꽤나 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았지만,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도 그럴 게, 나는 무언가를 구태여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한다'는 긍정적인 감정이라면 몰라도, 내가 내 감정을 소비해 가며 무언가를 '싫어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참여자들의 자기소개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가 기피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밴드 음악 듣는 것, 공연을 다니는 것이라고 했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간단했다.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같은 곳만 봐도 문과가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경학사가 반필수적이라며 상경 계열 전공을 할 것을 강조한다. 비상경계열이 취업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그러나 나는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온 것이므로 취업과 관련되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전공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치기 어린 생각이라고 할지는 몰라도, 나는 현재 언어와 문화예술을 전공하고 있다. 그 뒤에는 스튜디오의 공간을 둘러보는 활동이었다. 스튜디오 내부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서 아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간을 다 둘러보고 난 뒤에는 마음에 드는 공간을 세 군데 골라서 그 공간과 관련된 형용사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사실 무슨 물건이나 장소를 보면서 큰 생각을 하는 편이 아니다. 실제로도 무슨 생각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게 부지기수이다. 갑자기 장소와 어울리는 형용사를 붙이라고 하니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사물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적었다. '가지런한' 선반, '예쁜' 기타, '키가 큰' 조명. 이렇게 쓰니까 뭔가 허전하고 이상했다. 그래서 '마음에 들게 생긴' 기타, '특이하게 생긴' 조명으로 고쳤다. 각자가 쓴 형용사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꽤나 흥미로웠다. '친구와 함께 차 마시고 싶은' 식탁과 같은 느낌을 담은 형용사도 있었다. 알고 보니 이 형용사는 나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형용사였다. '가지런한' 나, '마음에 들게 생긴' 나, '특이하게 생긴' 나... 이렇게 보니까 좀 이상했다. 나에 대한 외적인 걸 나타내는 형용사만 있을 뿐 내적인 형용사가 없었다. 조금 더 다양하게 썼어야 했나, 하고 후회했다. 그리고 나무를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상황에 몰입하여 그릴 수 있도록 눈을 감고 실험지기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듣고 난 뒤 그림을 그렸다. 정확한 상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우주에 씨앗이 하나 떨어졌을 때, 그 나무 씨앗이 어떻게 자랐을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실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타고 나가면서 꼬인 나무를 그리고 싶었는데, 그냥 휘어진 나무가 그려졌다. 그리고 보니 너무 허전해서 옆에 나무 두 개도 심어주고, 꽃과 잔디도 그려주고,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해와 구름도 그려주었다. 나무를 다 그리고 난 뒤에는 이 스튜디오의 위치 중 나무가 어디에서 살지 서 보고, 이 나무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발코니 쪽에 서 있었다. 발코니 쪽에 빛이 잘 들어올 것 같았고, 탁 트여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험지기님이 나무를 보고 질문했다. 몇 살일 것 같은지, 왜 그 곳에 서있는지, 나무가 어떻게 있을 것 같은지는 공통적으로 물어보았다. 내 그림을 보고는 왜 나뭇잎의 색이 다 다른지, 나무가 왜 세 그루 그려져있는지, 왜 이렇게 기둥이 휘어져있는지, 꽃이 나무를 싫어하지는 않을지 등 내가 생각도 못한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나뭇잎의 색이 한 가지면 단조로울 것 같아 다양하게 했다고 했고, 나무가 혼자 서있으면 외로울 것 같다 했으며, 꽃은 나무를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실험지기님은 나무가 햇빛을 가려 꽃이 싫어하지 않겠냐고 다시 물어보았으나, 그럼에도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각자 질문을 다 한 뒤에 끝났다. 따로 해석을 듣지는 않았다. 실험지기님이 아직은 연극치료를 배우는 단계라, 이런 걸 말씀드리기에는 조심스럽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나무가 무슨 의미를 가졌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 그래프를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나는 인생 그래프가 그렇게 길지도 않고, 비교적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가장 암울할 때와 가장 좋을 때 두 개는 꼭 생각해 보라고 해서, 그 두 개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아직 스물한 살이기에 살아온 시간이 비교적 짧아서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가장 암울하다고 생각한 건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 인간관계 문제였을 것 같고, 가장 좋았을 때는 내가 가장 오고 싶던 대학에 붙어서 대학교 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이라고 썼다. 역시나 이 인생 그래프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보면 아예 나와는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라 더 쉽게 털어놓고, 더 집중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이러한 상황속에서 쉽게 말했다. 각자가 여태 살아온 인생을 짤막하게 들으니 참여자들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참여 후기를 말했다. 내가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연극 치료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심리 검사를 받으려고 신청한 적이 있는데, 심리 검사를 받으려면 한 번은 심리 상담을 해야 한다고 해서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심리상담사가 나한테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고 한 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나도 모르던 나를 남이 파악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대체 '나'는 누구일까? 에 대한 답을 찾고자 참여한 것도 있었다. 이번 시간을 통해 잠깐이나마 '나'라는 존재에 생각해 보고, 그 생각을 타인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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