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노년기 #문화생활 협업레스토랑 「SARABONY」의 한수진 협업셰프를 만나보았다. 레스토랑의 이름인 「SARABONY」는 ‘살아보니’를 알파벳으로 음차한 것으로, 노인 협업요리사와 함께한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틀림없이 경험하게 될 일임에도 낯설게 느끼기 십상인 노년기의 이야기. 한수진 협업셰프를 통해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한층 가까이 접해보았다. Q. 셰프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음악 치료사 한수진입니다. 대학에서 한국 음악을, 대학원에서는 음악 치료를 전공했어요. 대학원 시절부터 줄곧 ‘건강한 노인’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음악 치료사로 일하며, 음악치료를 질병 관리가 아니라 여가 활동으로 활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던 차에 협업레스토랑의 협업셰프로 지원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기회를 얻게 됐어요. 어르신들과 협업하게 된다니, 굉장히 가슴 떨리는 일이었죠. 오래도록 바라던 일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거였거든요. Q. 협업레스토랑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SARABONY(사라보니)」는 인생 좀 ‘살아본’ 어르신들과 함께한 프로그램이에요. 협업레스토랑을 시작할 때, 무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웃음) 여러 어르신과 말씀을 나눠본 끝에 ‘노년기 여가 활동에 대한 욕구를 탐색한다’는 방향성을 선택하게 됐어요. 이번 협업레스토랑에서는 그 욕구를 탐색할 구성원을 뽑는 데 의의를 뒀죠. 활동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분을 위주로 모아보려 했어요. Q. 협력요리사이신 어르신들과 함께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협업레스토랑 초반에 함께 노래를 불렀던 일이 있어요. 노사연 씨의 <바램>이라는 노래였죠. 노래 후렴구에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이 가사를 계속 반복해서 부르시는 거예요. 정말 큰 목소리로요.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작은 카페에서 진행했던 건데, 노래하시는 목소리가 카페를 다 채울 정도였죠.(웃음) 어르신들의 욕구가 이런 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로 장소를 바꿨어요. 가능동에 있는 ‘노성 학교’로요. 감사하게도 교장 선생님께서 활동을 허락해 주셨거든요. 덕분에 원하는 만큼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날의 체험이 계기가 되어서, 협업레스토랑 안에서 함께 노래를 다뤄보게 됐어요. Q. 노래를 다뤄보기로 하신 거군요. 어떤 노래를 선택하셨나요?맘마미아에 나오는 노래, <Dancing Queen(댄싱 퀸)>이요. 가사를 개사하고, 안무를 짜서 촬영까지 했죠.(웃음) 가사를 고칠 땐 머뭇거림도 없이 술술 읊어주시더라고요. ‘인생은 지금부터야/ 흰머리와 주름/ 행복해’하고요. 열정이 넘치셨어요. 안무를 짤 땐, “고무장갑을 끼고 춤을 춰야 한다”, “마지막엔 고무장갑을 시원하게 던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시간 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마지막 회차 때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했거든요. 식사를 마치고 식당 마당에서 이걸 촬영했어요.(웃음)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땀에 흠뻑 젖어서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통쾌하기도 했고요. 고무장갑을 끼고서 노래하고 춤췄던 그날이 벌써 그립네요. Q. 협업레스토랑에 참여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협업레스토랑을 마무리한 후에, 협업 요리사이신 어르신들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모임마다 다 좋았는데, 지나고 나니 더 소중하더라”라거나, “우리 또 만날 수 없느냐”는 말씀에 굉장히 감사했죠. 다음 모임이 간절해졌고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고민을 거듭하던 제게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용기를 전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지지해주신 협력요리사들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Q. 협업레스토랑 이후에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협력요리사와 나눈 이야기를 모아서, 노인의 여가 활동 욕구를 몇 가지 내용으로 묶어봤어요. 그랬더니,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활력을 찾는/ 나를 남길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노년기에 드는 여러 감정을 통합하고 싶은/ 계속 발전해 나가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정리되더라고요. 이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함께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고 싶어요. 활동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잘했다거나 좋았다는 말로 끝내지 않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거죠. 연구 조사 자료처럼 쓰임새 있는 자료를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먼저, 함께해 주신 협력요리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많이 보고 싶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 의정부에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사회 참여 활동 말고, 문화 예술적인 여가 활동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노인이 세상을 탐구하고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만들어져서, 건강한 노인 활동이 많아지면 좋겠고요. 한수진 셰프의 촉촉한 눈가에 비치는 애틋함과 그리움을 통해, 그에게 협업레스토랑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노인을 ‘지혜를 나누어주고, 자신의 빈 곳을 채워주는’ 존재로 정의 내리던 한수진 셰프. 그가 바란 대로, 우리에게 지혜를 나누어줄 노년기의 어른들이, 청년과 같은 활달함으로 도시를 누빌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