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글, 멋있는 길] 박희정 협업 셰프 인터뷰

추적추적 비가 오는 10월 4일, [맛있는 글, 멋있는 길] 박희정 협업셰프와 송산동 카페에서 만났다. 박희정 협업셰프의 [맛있는 글, 멋있는 길]은 “읽고 쓰고 걷는 문화시민이 되어 삶을 맛있게 누려보기”라는 모임 목적을 지니고, 소풍길, 작은 도서관, 미술관 등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한다. 박희정 협업셰프는 마침 5회차 모임을 끝내고 오는 길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문화도시 의정부의 [협업레스토랑]으로 처음 만나게 된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일곱 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1. [협업레스토랑] 사업에 지원하면서 “이런 걸 해보고 싶다” 생각하거나, 이루고 싶었던 점이 있으셨나요?제 꿈은 나중에 책방을 내는 것이에요. 동네 사랑방처럼, 사람들이 누구나 와서 만나고, 책을 읽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품은 꿈이지요. 하지만 요즘 많은 분들이 책보다는 유튜브나 영상에 익숙하다 보니 책방을 냈을 때 과연 사람들이 많이 찾아줄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의정부시가 갖고 있는 공적 인프라가 떠올랐어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들도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이 꼭 ‘나’라는 주어를 넣지 않아도, 의정부 공적 기관인 작은도서관을 통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의정부의 작은도서관을 마을의 서재처럼 사용하는데 나의 활동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보람 있겠다는 생각에 [협업레스토랑]에 지원했지요. 책방이라는 사적 공간과 도서관이라는 공적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협업레스토랑]을 통해 두 특징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을 이룬다면 딱딱한 ‘관’의 이미지는 벗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의 이미지도 벗고, 순수함이 남아 책이라는 매개로 지속 가능한 책방을 유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2. 모임 키워드에 #소풍길 #작은도서관 #독립책방을 적어주셨어요. #작은도서관과 #독립책방은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소풍길은 어떤 이유로 키워드에 포함된 것인지 궁금합니다.[맛있는 글, 멋있는 길]의 타이틀이 “읽고 쓰고 걷는 문화시민 되기, ‘팔방시민 되기’”에요. 머리만 움직이는 공부나 책 읽기가 아닌, 몸을 움직여서 마을을 탐색하는 것이 병행된다면 더 건강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이 앉아서 정적으로 읽는 거라면, 걷기는 움직이면서 마을을 읽고 더불어 생각나는 상념을 통해 빛나는 아이디어로 다듬어, 내 과거를 만나면서 동시에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활동이지요. 그래서 소풍길 산책을 넣었어요. Q3. 자기소개에 “학생들이 발 딛고 있는 시공간을 사랑하여 마을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한다.”라고 적어주셨는데, 평소 마을과 지역에 관심이 많으신가요?네 맞아요. 저는 의정부에 산 지 30년이 되었어요.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졸리고, 재미없고, 벗어나고 싶은 공간일 수 있어요. 그래서 공간을 확장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고, 융합교육과정에서는 지리 교과 선생님과 함께 의정부 제일시장, 음악도서관, 부용천을 방문해서 조별 활동을 했어요. 학생들이 교실만이 아닌 마을로 자신의 공부와 배움의 터전을 넓히는 시간을 보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공부를 너무 협소하게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활자로 된 것을 얼마나 많이 이해하느냐가 공부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고, 여기에 내 생각을 보태면 더 좋아지겠다는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며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오고 있어요. 그 결과도 좋아서 계속 심화하고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어요.꼭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 직업이 아니라, 시에서 우수한 문화시민을 만들고, 그들이 지역의 곳곳마다 생겨나는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우리 마을을 사랑한다면, 학생들이 굳이 우리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도 의정부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Q4. [협업레스토랑]은 셰프 한 명과 여러 명의 요리사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어떤 요리사분들을 만나길 바랐나요? 그리고 실제로 활동하며 만났던 요리사분들은 어떤 분들이셨나요?저희 모임은 조향사, 역사 해설가, 블로그 기자, 시인, 자원봉사자, 교사, 전직 공연기획자로 구성되어 있어요. 요리사 모집을 할 때, 무엇을 한다고 하면 열린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만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을 훨씬 넘어서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행복했어요. [협업레스토랑]을 위한 정기 모임 외에도 조각조각 나누어 3명~4명 혹은 2명씩 따로 자발적으로 모여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자발적으로 좋아서 모인다는 게 이 모임의 특별한 점인 것 같아요. 만나면 계속 아이디어가 나오고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 문화도시 의정부의 ‘333 문화살롱’도 함께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앞으로도 모임이 이어질 예정이에요. Q5. 5회차에 걸친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회차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협업레스토랑]을 진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오늘 했던 마지막 모임이에요. 다른 회차 때는 길어야 2~3시간 정도 활동을 했는데,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활동을 했어요. “요리사들의 재능을 마지막 모임에서 발산하자!”라는 생각으로 오늘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오늘 모임에는 조향사, 역사 해설가, 블로그 기자와 저까지 총 4명이 참여했어요.먼저 민복진 미술관을 방문하고, 이어 장욱진 미술관에 방문해서 저희 모임의 요리사 중 한 분이신 역사 해설가님께서 작품 하나하나를 도슨트가 되어 해설해주셨어요. 그리고 송산1동 작은도서관으로 이동해서는 조향사님께서 아로마 테라피 강연을 해주셨고, 직접 향수도 만들어주셨어요. 블로그 기자님은 이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서 단톡과 SNS에 올려주셨어요. 요리사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재능 나눔 하는 하루였어요. 누구 한 명이 리더가 아니라, 모두가 분야별로, 시간대별로 리더가 되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어요.또 하나 신기한 건, 모두가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 왔다는 거예요! 아무도 그렇게 하자는 이야기를 안 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한 요리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일상을 살면서 이정도의 행복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잖아요?.” 이 말씀이 오늘의 그 어떤 이야기보다 마음에 감동으로 와닿았어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진 재능을 서로 교류하고 하나라도 더 나눠주려고 하는 그 마음이 느껴졌고, 그 마음에 서로 행복해했어요. 저도 “우리 모임이 너무 좋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Q6. 첫 번째 모임은 송산1동 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되었어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요?첫 만남이라 자기소개가 주를 이루었어요. 앞으로 이 모임에서 원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어떤 모임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어요. 오리엔테이션 같은 시간이었어요.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요리사 중 조향사님께서 정보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책향’이라는 독서모임을 하고 계서서 그 독서모임의 사례를 공유해 주셨어요. 저도 그림책을 소개해 드렸어요. 블로그 기자님은 평소 제주도와 의정부를 오가며 제주도의 문화 사업을 의정부에도 적용해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계셔서, 조금 더 면밀하게 의정부의 인프라를 살피자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어요. Q7. 두 번째 모임에는 부용산을 걸으며 동선을 답사하셨어요. 이때 현장은 어땠나요?신숙주 묘가 있는 부용산을 답사했어요. 직접 걸어보니 쓰지 않는 노후화된 체육시설이나 오래되어 끊어진 밧줄이나 안전하지 않은 공간들이 몇몇 있었어요. 그런 곳들을 기록해서 시청에 건의하는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누었어요. 소풍길에 알전구를 달고 시인의 시화를 판넬로 제작해서 야간개장을 하는 아이디어와, ‘의정부 문화지도’를 손수건에 디자인해서 제작해서 시민들에게 선물로 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Q8. 세 번째 모임에서는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신곡2동 작은도서관에 모여 6명이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에서 독서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서정원 작가님을 모셔서 그분의 사례를 들었어요. 우리가 독서모임을 한다면 어떤 것을 주의해서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본격적인 책은 어려워하지만 그림책은 누구나 쉽게 읽고 할 얘기가 많아서, 독서모임을 그림책으로 진행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요. 이런 독서 모임을 서브 모임으로 진행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서울로 멀리 가서 비싼 돈을 내고 독서 모임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동네에서 독서모임이 활성화되면 굳이 의정부를 벗어나지 않아도 될 거예요. Q9. 네 번째 모임에서는 낭독회에 참여하셨는데, 어떤 활동이었나요?망원동으로 저희 모임의 시인, 교사, 저 세 명이 함께 낭독회를 참여하러 갔어요. 요리사 중 김명희 시인님께서 낭독회를 하셔서 그분의 시인으로서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는 시에 대한 이야기와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낭독회가 끝나고 밤에 휴양림을 갔는데, 그곳에 조성된 산길을 보며 의정부에서도 벤치마킹할 것이 뭐가 있을까 둘러보았지요. 요즘 산불의 원인이 된다는 임도가 양주아시안휴양림에도 있더라구요. 비에 씻겨내려간 토사로 넘어질 뻔하기도했고요. 산길이 훼손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Q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북토크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미국에 ‘휴고’라는 동네서점이 있는데, 그 옆에 대형서점이 들어왔는데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고 해요. 왜냐하면 그 동네서점은 마을 주민들이 독자이자 저자이고, 서점과 주민 사이에 관계망이 이뤄져 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 마을만의 독자가 있었던 거예요. 의정부에도 의정부만의 독자와 의정부만의 저자를 잘 발굴하고 연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의정부에 문화인이 따로 있고 그것을 수혜 받는 시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다 문화시민이 되는, 그런 시민 역을 재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민이 강연하고, 시민이 강연을 듣는, 올 어라운드처럼요! 그런 식의 데뷔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문화사업도 사업 결과를 공유할 때 참여한 사람만 모이는 게 아니라 ‘의정부 세바시’처럼 공개된 광장, 무대에서 이야기를 하게 할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박희정 협업셰프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맛있는 글, 멋있는 길] 모임 현장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 다섯 번의 정식 모임 외에도 자발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누구 하나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박희정 협업셰프는 “’읽고 쓰고 걷는 문화시민이 되어 삶을 맛있게 누려보기’라는 초기 모임 목적을 [협업레스토랑]을 실제로 진행하며 달성한 것 같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오늘로서 완전히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협업레스토랑] 활동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만남을 이어갈 그들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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